북한이 NLL을 침범하고 방사포 사격을 강행한 데는 한국을 자극해 무력 대응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전직 미군 사령관 등이 지적했습니다. NLL을 활용해 추가 도발을 정당화하려는 전략인 만큼,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4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 상선의 서해 북방한계선 NLL 침범을 ‘의도된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NLL을 언제든지 침범할 수 있고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이자 한국의 무력 대응을 부추겨 또 다른 도발을 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 “I think it's intentional. I think this is a move by North Korea to show they're willing to violate NLL and not recognize it. It's just another attempt by them to further provocations. I believe they're flexing their muscle in trying to aggravate South Korea and get them to get in exchange with artillery fire. Here is what I suspect they're trying to do.”
한국을 자극해 방사포 사격 등으로 맞대응하게 하려고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4일 오전 3시 42분경 서해 백령도 서북방에서 북한 상선 모포호가 북방한계선 NLL을 침범한 뒤 한국 군의 경고통신과 경고사격 이후 퇴각했습니다.
한국군은 이를 단순 ‘월선’이 아닌 ‘침범’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총참모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해군 호위함이 “불명 선박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하여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적정이 제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10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하여 적함선을 강력히 구축하기 위한 초기대응조치를 취하도록 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서먼 전 사령관은 이번 사건이 벌어진 NLL 북방한계선에 대해 “재임 시절 날마다 이곳을 들여다봤을 정도로 관심이 필요한 매우 논쟁적인 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항상 NLL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1953년 정전협정에는 서명했다며, 따라서 그 일환인 현재의 NLL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먼 전 사령관] “The NLL is a very contentious area. It's just an area that you have to pay close attention to. And I looked at that every day. They've always claimed it's illegitimate, but they signed on to the armistice. North Korea did just like South Korea. So they need to adhere to the current NLL. Combined Forces should maintain vigilance and fight tonight readiness as well as maintain Armistice conditions. We should not get in tit-for-tat exchange for with artillery or any type of skirmish out there that would continue to escalate the situation, we need to de-escalate this quickly and get back to maintaining armistice conditions.”
서먼 전 사령관은 미한 연합군은 경계태세와 오늘 밤에라도 싸울 준비태세와 함께 정전협정 상태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사포 사격 등 '치고받기식' 맞대응이나 상황을 고조시키는 어떤 형태의 접전으로도 이어지지 않도록 긴장을 신속하게 완화하고 NLL에서 정전협정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 체결 후인 1953년 8월 30일 당시 마크 웨인 클라크 유엔사 사령관이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한 간의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예방할 목적으로 동해와 서해에 한국 해군과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기 위한 선으로 설정했습니다.
한국은 이때 설정된 북방한계선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은 NLL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그어졌다며 새로운 해상경계선 설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1999년과 2002년, 2009년에 서해상에서는 남북한 간 세 차례 교전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NLL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남북한의 공식해상 경계선이 아닌 정전협정에 따른 ‘행정적 통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엔연합사가 남북한 선박들이 각각 북쪽이나 남쪽으로 항해할 수 있는 경계를 구분한 것이며, 이후 사실상의 '해상 경계선'으로 인정돼 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NLL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한편으론 '한국이 이 선을 넘어왔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이라고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The Northern Limit Line is not an international boundary. It is not recognized as an international boundary between North and South. It was imposed by the United Nations Command after the armistice was signed, as a control measure to prevent South Korean vessels from straying too far north…But in their propaganda, they also claim that South Korea attacks across it. So on the one hand, they don't recognize it. But on the other hand, their propaganda, they use it to their benefit to their advantage.”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 측의 경고사격에 대해 북한이 10발의 방사포로 바로 응대했다는 점에서 미리 준비된 의도된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 총참모부가 ‘적군이 아군의 해상 군사분계선을 먼저 침범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선전의 달인인 북한은 항상 자신들이 좋게 보이도록 상황을 꾸미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존 틸럴리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 겸 유엔사 사령관도 “NLL은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돼 왔다”며 “북한의 다른 주장을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존 틸럴리 전 사령관] The NLL has been recognize as legitimate and we should disregard NK’s claims to the otherwise. One of the most difficult elements is to determine KJU’s intent; there could be many reasons for provocation which is a constant NK methods. Some of the reasons are: to challenge the NLL as they have in the past; to challenge the determination of the alliance and the ROK administration; reaction to the successful CFC exercises and to potentially push for a greater crisis.
The reaction should be in accordance with the counter provocation plan and always be trained and ready.”
틸럴리 전 사령관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번의 경우 “과거 그랬던 것처럼 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미한동맹의 결의와 한국 정부를 시험하거나, 성공적인 한미연합사령부 훈련에 대한 대응이거나, 잠재적으로 더 큰 위기를 불러오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대응은 “‘도발 대응계획’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항상 훈련되고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틸럴리 전 사령관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NLL 침범이 핵실험 등 추가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동안 북한이 비용이 많이 드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열을 올리다 지금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방사포 발사를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부의 관측보다 더욱 심각한 내부 불안정에 직면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I think Kim Jong Un with this action is saying these guys more internal instability than we realize, I mean, he is at the point where he's having to do lots of missile tests, which cost a lot of money for North Korea. He's now doing other provocations with lots of artillery firing. And he's trying to look like the US and South Korea are the enemies so that he can tell his internal audience that they're causing the problems, but it's not him. He's innocent. Then when they detonate a nuclear weapon, one of their problems is people in the North aren't stupid. They know especially the elites knows that a nuclear weapon is expensive. If the north the nuclear weapon, they're just kind of doing it in normal peacetime…”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미국과 한국을 문제를 일으키는 적으로 인식시키며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의 구실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평시’에 비용이 많이 드는 핵무기 실험을 한다면 엘리트 계층을 포함해 북한 주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적대적인 환경’을 만들어 “적들에 힘을 과시해야 한다”는 명분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에는 현 정부보다 (미국과 한국의 적대 행동에 대응한다는) 북한의 설명을 더욱 믿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한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이번 사건을 명확히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Because there are a lot of people in South Korea who are inclined to believe North Korea, more than a conservative South Korean government. So I think they've got to show the South Korean people that this is a North Korean provocation, not a problem for South Korea. Look, we're not trying to be aggressive. We're not firing artillery. We only tried to stop the the North Korean ship with warning shots. And so South Korea's got to reiterate that it was not the one escalating. North Korea was the side escalating…”
한국은 경고사격 등으로 북한 상선의 NLL 침범을 저지하려 했을 뿐 호전적이지 않았으며, 방사포를 쏘는 등 도발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쪽은 한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 태평양사령관 출신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는 명백한 도발로 한국 군이 북한의 모든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 “It is clearly a provocation and underscores the necessity for the ROK military to be ready to meet any and all threats from the North. The Alliance must continue to conduct combined exercises on land and sea to ensure combined readiness is maintained at high levels. This provocation from the North underscores, once again, the dangers of hoping that the North would voluntarily give up its nuclear program and become a contributing nation to global and Peninsular peace, stability, and security.”
최고 수준의 연합 준비태세 유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미한동맹은 육지와 해상 등에서 연합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번 도발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국제와 한반도의 평화, 안정, 안보에 기여할 것으로 희망하는 것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