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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화된 다음 조치 고려"… 한국 “한반도 긴장 책임 전가 말라”


지난 28일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미-한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빌미로 도발의 강도를 높이겠다며 위협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미한에 전가하지 말라며 추가 도발을 시사한 북한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31일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시작된 것과 관련해 미국이 계속 군사적으로 도발하면 ‘강화된 다음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담화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자주권과 인민의 안전과 영토완정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이 전쟁 연습 소동을 당장 걷어치워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초래되는 후과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담화는 또 “10월 17일부터 28일까지 한국 전역에서 대규모 야외기동 훈련인 ‘호국’연습이 진행된 데 이어 불과 며칠만에 또다시 역대 최대 규모의 미한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됐다”며 “미국과 한국의 지속적인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한반도와 주변지역 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강대강 대결 국면에 들어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연례적’, ‘방어적’ 훈련의 간판 밑에 북한을 군사적으로 자극해 대응 조치를 유발시키고 북한에 정세 격화의 책임을 전가하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미한에 전가시키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의 1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북한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고자 하지만, 실제로 주변국들을 대상으로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가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여 유례없는 수준의 도발을 가하는 것이 누구인지는 국제사회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임 대변인은 또 북한 외무성이 미한 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강화된 다음 조치’를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서도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임 대변인은 북한이 문제 삼은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 “미한의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군사훈련은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땅히 취해야 하는 조치”라며 “한국 정부는 굳건한 미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강력 대응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이번 담화에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 위주의 기존 도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기존의 미사일 뿐만 아니라 좀 더 강력한 자신의 대응 의지, 향후 대미 맞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핵실험의 준비단계 또는 전 단계로 ICBM, SLBM 이런 것들을 과시하는 그런 행보를 할 가능성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선 우리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미-한 공중연합훈련에 대해 군 총참모부가 아닌 외무성이 나서 비교적 절제된 어휘로 미-한을 압박한 데 주목한다며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들의 도발 명분을 축적하려는 세밀한 선전술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언급한 ‘강화된 다음 조치’는 궁극적으로 7차 핵실험을 염두에 둔 위협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일 기자들을 만나 “현재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 등 큰 틀에서는 7차 핵실험을 위한 물리적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시기에 대해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기존의 판단을 재확인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의 최근 행동이 2017년 한반도 위기 때와 유사한 흐름이라며 7차 핵실험을 조기에 감행할 수도 있는, 의외의 시점을 선택하는 데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놓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2017년이 전례로 볼 수 있는 상황인데요. 그 때도 ‘비질런트 에이스’ 끝나고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포해버렸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비슷한 형태인 거죠. 명분은 얼마든지 북한이 찾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비질런트 스톰’도 하나의 명분으로 분명히 쓸 수 있는 거고요.”

북한의 핵실험은 앞으로 1~2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북한이 올해 사업을 총정리하는 ‘연말 총화’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앞서 지난달 26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11월 7일 미국 중간선거일 이전에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그러나 북한의 이번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조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차두현 수석연구위원] “10월 중에 이뤄진 한국 호국훈련 때 북한이 방사포 등 대응사격을 하면서 더 강화된 조치를 얘기를 했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외무성 담화 자체가 더 강화된 조치를 언급했다고 해서 이것이 핵실험의 전조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고요, 한미연합훈련이 계속되는 한 긴장만 올라갈 것이고 북한이 양보를 하거나 비핵화 관련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거다 이걸 지금 분명히 메시지를 던지는 거죠.”

홍민 실장은 한국에서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 사건’이 북한의 도발 수위와 감행 시점을 택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한국 정부가 대규모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선포한 애도기간과 오는 4일까지 이어지는 ‘비질런트 스톰’ 훈련 기간이 겹친다며 북한이 미한 훈련에 맞대응 차원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정도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북방한계선 침범처럼 한국 국민을 자극하거나 핵실험처럼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도발에는 신중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 해병대 소속 F-35B 전투기. (자료사진)
미 해병대 소속 F-35B 전투기. (자료사진)

한편 1일 주한 미 7공군사령부에 따르면 미 해병대 제242 전투기 공격비행대대(VMFA-242)가 운용하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4대가 ‘비질런트 스톰’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의 군산 기지에 착륙했습니다.

이들 F-35B는 일본 이와쿠니 미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전력으로, 한국 땅에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훈련에는 미군 측에서 F-35B 전투기를 비롯해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 그리고 한국측에선 F-35A와 F-15K, 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 등 모두 240여 대가 대거 투입됩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공군의 5세대 전투기인 스텔스 전투기가 240여대나 동원되는 대규모 연합 공군훈련에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만큼 이번 훈련은 실전적 상황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훈련으로 평가가 됩니다.”

F-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지상 기지에서만 전개할 수 있는 F-35A와 달리 지상은 물론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 등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는 만큼 유사시 다양한 환경에서 출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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