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뽑는 중간선거가 오는 8일 실시됩니다. 향후 2년 간 미국의 정치 지형을 결정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도 큰 영향을 줄 중간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VOA는 5회에 걸쳐 미 중간선거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함의를 전망하는 기획보도를 전해드립니다. 이 시간에는 네 번째 순서로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의회 내에서 한반도 외교안보 사안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겠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하원 선거에서 우세인 공화당이 선거 막판에 상원 선거에서도 상승세를 타면서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선거를 예측하는 업체 ‘파이브서티에잇’은 3일 정오 기준으로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을 각각 54%, 84%로 예상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일 워싱턴의 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행사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주제로 연설하며 표심 잡기에 나섰습니다.
[녹취:바이든 대통령] “This is no ordinary year…In a typical year, we’re often not faced with questions of whether the vote we cast will preserve democracy or put us at risk. But this year, we are.”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는 평소와 다른 해”라며 “보통 해에 우리는 투표가 민주주의를 보존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지에 대해 자주 의문을 품지 않지만, 올해는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케빈 맥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3일 미 ‘폭스뉴스’에 출연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민주당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참사로부터 주의를 돌리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맥카시 대표] “The Democrats are dividing us as they move forward. They just want to distract from the disasters that they created."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중 하나라도 주도권 탈환에 성공한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들은 줄줄이 막히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지난 8월 민주당이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담긴 일부 규정에 대한 폐기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한반도 외교안보 관련 의회 내 기류에 미칠 영향도 주목됩니다.
먼저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차기 하원의장으로는 맥카시 대표가 유력합니다.
새 하원 외교위원장과 군사위원장으로는 위원회 내 서열을 고려할 때 현재 각각 공화당 간사로 있는 마이클 맥카울 의원과 마이크 로저스 의원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맥카울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나약하다고 비판하며 미국은 김정은 정권은 물론 북한을 돕는 중국과 러시아에도 최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입니다.
로저스 의원은 올해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상쇄할 미 본토 방어망 확충을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해왔습니다.
상원의 경우 공화당이 주도권을 탈환할 경우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맥코넬 의원이 다시 상원을 이끌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과 군사위원장으로는 현재 공화당 간사이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위원회를 이끌었던 제임스 리시 의원과 제임스 인호프 의원이 다시 임명될 수 있습니다.
두 의원은 특히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미국은 핵 억지력을 강화함으로써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입니다.
현재 상하원 외교위와 군사위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들 의원들은 모두 민주당 소속의 현 위원장들에 비해 북한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자주 낸 인사들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위원회 주도권을 잡을 경우 의회 내에서는 북한 문제 관련 청문회가 이번 회기보다는 더 자주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약한’ 외교 정책을 펴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적국들이 대담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어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잡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 더욱 강경한 대북 정책을 요구하는 의회 내 기류는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하원에서 공화당이 주도권을 탈환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촉구하는 의회 내 목소리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북한인권특사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의회 산하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과 영 김 하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줄곧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는 것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좋은 단계”라고 강조해왔습니다.
[녹취: 김 의원] “I think that would be a good step in the right direction.”
하지만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의회가 전통적으로 초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북한 등 한반도 외교안보 관련 법안과 결의안 통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보다는 의회의 우선순위와 행정부의 관심, 그리고 향후 한반도 상황이 의회의 한반도 관련 안건 통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기 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한반도 관련 주요 법안과 결의안은 상하원의 ‘오토 웜비어 북한 검열·감시 대응 법안’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 ‘대북 인도 지원 개선 법안’, 하원의 ‘한반도 평화 법안’ 등입니다.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은 당파적 이견이 없는 초당적 안건으로 올해 상반기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의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 처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회기 다시 상정되더라도 의회 표결의 우선순위에 올려질지가 여전히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하원의 ‘대북 인도 지원 개선 법안’과 하원의 ‘한반도 평화 법안’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주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회기 다시 상정되더라도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오토 웜비어 북한 검열·감시 대응 법안’은 지난 6월 상원 본회의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하원에서는 전혀 진전이 없어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이 법안을 주도한 오하이오주의 롭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끝내기 때문에 다음 회기부터는 상원에서 어떤 의원이 소위 ‘웜비어법’들을 주도할지 주목됩니다.
한편 중간선거 이후 의회 내 정치적 공방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연말까지 남은 마지막 의정 활동 기간 중 통과가 주목되는 한반도 안건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입니다.
의회는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높은 목소리를 내는 데다가 북한인권법조차 지난 9월 30일을 기해 만료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5년 더 연장하는 법안은 선거 이후 의회 연내 표결의 우선순위에 올려질 수 있습니다.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가 유력한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영 김 하원의원이 주도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