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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ICBM 발사에 “미한동맹 강화 ‘불만 표출’…핵실험 신호탄”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연합훈련 확대 등 미국과 한국의 동맹 강화 움직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출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이어갈 수 있지만 중국 변수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3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은 '2단 추진 과정'의 결함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언 윌리엄스 부국장] "There could have been some just general propulsion issues. If it was able to separate into the second stage. a lot of the speed builds up in that second stage when they've lost a lot of the weight, you know, they've dropped that first stage..."

윌리엄스 부국장은 통상 ICBM 발사에서 2단 분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1단 추진체가 떨어져 나가면 가벼워진 무게 덕분에 속도에 탄력이 붙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ICBM 발사의 경우 2단 분리 후 속도를 내지 못하고 떨어졌다며, 이는 2단 추진체에서 제대로 추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한반도 시간으로 3일 오전 7시 40분경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약 1천920㎞, 비행거리는 760㎞, 최고 속도 약 마하 15(음속 15배)로 탐지됐습니다.

이 미사일은 2단 분리까지는 성공했으나 이후 정상 비행을 하지 못해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설명했습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이번 ‘실패’의 원인과 관련해 제조나 조립 과정의 사소한 오류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현재 정보로는 정확한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언 윌리엄스 부국장] "A lot of things can go wrong with slight imperfections in manufacturing. assembly can cause catastrophic failures. Tt's hard to I don't know, based on the information I've seen. I wouldn't look at it as a as an indicator that there's something systemically wrong with North Korea's ballistic missile program. They'll no doubt probably learn something from this and and apply those lessons to future tests."

윌리엄스 부국장은 하지만 이번 실패가 북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체계적인 문제를 시사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실험을 통해 배운 교훈을 다음 실험에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당국의 발표대로 2단 분리 이후 낙하했다면 (2단 추진체) 엔진에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지만 단순 구성요소의 결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소] "They say that it got to a second stage separation, and then didn't go any higher than that. So that could be an engine failure. But it doesn't mean the engine wasn't necessarily the problem. It could be that fuel flow within the engine. the problem getting the fuel from to ignite. It could mean that there was some other component and the basic engine itself was fully capable."

기본 엔진 설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엔진 내부의 연료 흐름이나 점화 과정 등 일부 구성요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직면한 화성-17형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는 다음 ICBM 발사 시기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몇 주 내에 다시 ICBM 시험에 나선다면 현재의 결함이 중대하지 않거나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ICBM 발사를 연합훈련 등 최근 미한동맹 강화 조치에 대한 북한의 노골적인 반응으로 해석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이번 ICBM 발사는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it's certainly meant to get the attention of Washington. It's an ICBM test. Indeed, that's the purpose. That's a very direct message to the United States. The message is, you know, North Korea, North Korea is concerned with those joint military exercises, they do those joint military exercises, as a threat to Pyongyang and the survival of the other regime in North Korea. And they want those military exercises to cease and when they don't see they will continue to escalate. I think that would be the next escalatory move on North Korea as far as the going fourth to seventh nuclear test.”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질런트 스톰’ 등 미한 연합훈련을 정권의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북한이 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 고조행위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낸 것이란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다음 조치는 7차 핵실험일 수 있다고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관측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베넷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ICBM 발사를 통해 “지금은 미국이 타협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hat they're sending is, it's time for you United States to compromise. You've got to stop doing all these things that are provoking us. You've got to stop your sanctions and your military actions with South Korea, and stop giving South Korea F-35 aircraft. All of those things need to stop because all of those are hostile activities. And if you keep your hostile activities going, we're going to respond to do more hostile activities.”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제재, 연합훈련,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등을 자신들에 대한 적대 행위라고 주장하며 “이런 적대 활동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더욱 적대적인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은 궁극적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해 한국 방어공약에 대한 미국의 셈법을 복잡하게 해 미한동맹에 균열을 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hat North Korea wants to do ultimately is to break the US ROK alliance. What leverage they are hoping to use is posing an ICBM threat to the United States such that an American president would be reluctant to respond to North Korean nuclear weapon use against South Korea using nuclear weapons."

북한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지렛대 삼아 자신들이 한국에 핵공격을 가해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로 대응하는 것을 주저하도록 하길 원한다는 겁니다.

또 이를 통해 미국의 확장억지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약화시키면 미한동맹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북한은 생각한다고 베넷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이번 ICBM 발사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은 미중, 미러 갈등이 계속되는 현 지정학적 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 중간선거(8일) 이전 7차 핵실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국장] “Why they're really accelerating and with this whole barrage of missile tests and I think nuclear test will come very soon maybe this week before the midterm election…because there are no repercussions And if there's going to be any kind of repercussion. So why not add a nuclear test to this Right.”

북한이 거듭 미사일 발사에 나서는 것은 이에 대한 ‘후과’가 없기 때문이며, 이런 상황에서 7차 핵실험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추가 도발의 시기를 조절할 순 있지만 이런 셈법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테리 국장은 말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담당 국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는 기술 향상을 위한 목적과 함께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전략적 메시지도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m sure there are a lot of technological reasons related to their missile program. That they need to do testing. They also want to send a strategic message to the U.S. and South Korea that this is what you get when you keep taking a conservative approach and a hard-line approach against North Korea strategic patience approach that North Korea is not going to stay silent…”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한국 정부를 향해 각각 ‘전략적 인내’와 ‘대북 강경책’을 고수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이런 도발을 계속 보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북방한계선 (NLL) 이남을 향해 미사일을 쏘는 등 이례적인 고조행위를 이어가면서 이제 핵실험만 남은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장 핵실험을 결정할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몇 가지 고려요소를 제시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re are a couple of calculations here. what is the likelihood that this test will be successful? will it make a major? Will it be a major step forward in our nuclear program? Or is it just basically going to repeat something we've already done three. what will be the backlash from China and or Russia, possibly much less Russia? from China, we're just opening the border with China. Is this going to complicate that situation? Will China basically back us in the UN and prevent the U.S. and South Korea from pushing forward on sanctions.”

김 위원장은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에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 실험의 반복일지 등 기술적인 성공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북중국경을 개방하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이 이런 상황을 복잡하게 할지, 또 중국이 유엔에서 자신들을 지지하고 미국과 한국의 제재 추진을 막아줄지 등 북중관계를 고려할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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