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등 동맹들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으로 중국을 견제해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해법을 찾기 위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14일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가 ‘미∙한 경제안보 보호’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제안보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세계적인 기술혁신과 공공정책연구소로 알려진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로버트 앳킨슨 대표는 중국이 국력을 동원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려는 ‘힘의 무역’(power trade)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매우 빠른 속도로 제3국으로부터 기술이전과 기술탈취에 나서고 있다며, 가장 먼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로 D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꼽았습니다.
[녹취: 앳킨슨 대표] “I think the first area they’re going to win or potentially win is in DRAM memory chips. That seems to be the area that’s the lowest hanging fruit for them. And if you think about what that means, that means that there’s only 3 memory chip company in the world is Micron, Samsung and SK Hynix. And the market isn’t big enough for four. So one of those three allied companies potentially lose market share unless we do something to push back against what they’re doing.”
앳킨슨 대표는 전 세계 D램 시장을 미국의 마이크론, 한국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점유하고 있다며 시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탈취 등) 중국의 활동을 저지하지 않으면 동맹국의 기업들이 시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앳킨슨 대표는 “미국이 너무 강력해 도움이 필요 없는 시대는 끝났다”며 “타이완, 일본, 한국 등과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케빈 울프 전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 수출행정 차관보는 ‘중국의 기술 습득, 투자 전략, 전략적 경제 우위 선점 노력, 상업 기술을 활용한 인권 유린과 군 현대화 노력’이 다른 나라들의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에 대응해 지난달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며, 한국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7일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해 미국 기업의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 대상 첨단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녹취: 울프 전 차관보] “There are two very significant Korean companies that have significant manufacturing operations in China with China as a customer of the items that NSA Sullivan was speaking to. And the general principle that for export controls to be effective, they should be multilateral, between the U.S. and the allies imposing the same controls to achieve a common objective.”
울프 전 차관보는 한국 기업 두 곳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중국에 상당한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갖고 있고, 중국이 이들로부터 첨단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의 수출통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동맹들이 같은 목표를 갖고 같은 통제를 가해야 한다”며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울프 전 차관보는 미국과 한국 등 동맹들이 공동 대응에 나섬으로써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의 공통 목표를 지키고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긴밀한 두 동맹이 공동 개발과 공동 생산에 나서고 동맹 중심의 ‘프렌드쇼어링’ 공급망 재구축을 통해 중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를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미한 협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최근 한국 방문시 한국 재계의 가장 큰 관심은 미국의 ‘반도체 중국 수출통제’가 아닌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영향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향후에는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 추가 조건도 충족해야 해서 ‘의도치 않은 영향’을 많이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다른 나라의 광산을 팔게 되면 결국 중국이 그 광산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오버비 전 대표는 다만 미국 정부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대표] “I think we’ve seen at the highest level of President Biden, Vice President Harris, every official that’s gone through Korea the past few months has said we want to find a solution.”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등 지난 몇 달간 한국을 방문한 모든 당국자들이 해법을 찾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오버비 전 대표는 그러면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IRA 법 적용의 3년의 유예 기간을 주는 등 양국이 창의적인 해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버비 전 대표는 이날 VOA와 별도 인터뷰에서도 “현재 양국 간 많은 창의적인 해법이 논의되고 있다”며 “양측이 상호 우호적인 해법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