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가스 가격 상한제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중국과 몇몇 남태평양 섬나라가 경찰 분야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럽의 에너지난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이 가스 가격 상한제 세부 방안을 공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부터 논의해온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의 세부 내용을 22일 공개했습니다. EU 집행위 방안은 1메가와트시(MWh)당 275유로(미화 약 284달러)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게 최종 결정된 안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EU 회원국 대표들이 23일 만나 이 방안에 합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벌써 일부 회원국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어서 합의 도출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불만입니까?
기자) 네. 코스타스 스크레카스 그리스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22일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와의 회견에서 집행위가 제안한 가격 상한은 사실상 가격 상한이 아니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스크레카스 장관이 그렇게 비판하는 근거가 뭔가요?
기자) 네. 상한이 너무 높다는 겁니다. 스크레카스 장관은 “그 누구도 그런 비싼 가격으로 장기간 가스를 살 수 없다”면서 상한이 150유로에서 200유로 사이가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스 가격이 120유로 수준 대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은 전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EU 집행부가 이런 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발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EU 집행위는 특정 가격 이상으로 가스를 사고파는 것을 막는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가격 상한제 도입 자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진행자) EU의 주축인 독일이 왜 반대하는 거죠?
기자) 네. 독일은 유럽이 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 정작 유럽에 필요한 천연가스가 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 갈 수 있다면서 효용성에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또 각국의 가스 수요 감축과 에너지 절약 노력도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헝가리 등 일부 국가가 예외를 요구하는 등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집행위 방안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 가격 상한제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건가요?
기자) 네. 현재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데요. 집행위 안을 자세히 보면 TTF 선물시장 가격이 상한을 넘는 상황이 2주간 계속되고, 동시에 상한선과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차이가 10 거래일 연속으로 58유로 이상이면 가격 상한선이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거의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지난 8월에 TTF 가격이 메가와트시당 349.9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게 잠깐 급등한 것이라 집행위 방안에 따른다면 가격 상한제가 발동될 수 없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군요?
기자) 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이 오는 28일부터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 물량을 줄이겠다고 22일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몰도바에 가스를 공급해왔는데요. 가즈프롬은 이날(22일)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공급한 가스 물량과 몰도바가 받은 물량에 차이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중간에서 가스를 빼돌려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몰도바 정부는 이런 러시아 주장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나탈리아 가브릴타 총리는 자국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공갈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몰도바 정부는 또 23일까지도 러시아가 계획을 바꿨다는 신호를 받지 못했지만, 어떤 시나리오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몰도바도 옛 소련 연방에 속한 국가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한 나라인데요.유럽 안에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 EU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몰도바에 후보국 지위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간에서 가스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가스 운송 기업 ‘GTSOU’는 가즈프롬 측 주장이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가스 공급 축소를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회사는 그러면서 러시아가 가스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삼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브라질 소식입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결과를 문제 삼고 나섰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3일 지난달 30일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 결과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속한 ‘브라질자유당’은 이날(23일) 최고선거법원(TSE)에 33쪽에 달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일부 투표의 무효를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투표에 무슨 문제가 있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전체 투표기 가운데 약 60%에 달하는 구형 전자투표기에서 결함이 발견됐다는 주장입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미 선거 전부터 여러 차례 현재의 전자투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왔는데요. 하지만 야권과 반대파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질 경우에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포석을 까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었습니다.
진행자) 대선 결선투표가 끝난 지 벌써 3주도 넘었죠?
기자) 네. 사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한 번도 공식적으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브라질 선거관리위원회가 결선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한 뒤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틀 동안 침묵하면서 결과에 불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하지만 지난 1일 대국민 연설에서는 권력 이양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명확하게 패배를 인정한 것이 아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지지자들의 시위를 더 부추겼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대선 결선투표 후에 지금까지도 투표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트럭 운전사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연대 시위를 벌여 물류와 대중교통이 마비되는 등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과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등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브라질 대선이 여러 면에서 주목받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간 경쟁, 좌파와 우파의 이념 대립으로 비치면서 선거 전부터 국민적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브라질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인 룰라 당선인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재직한 전직 대통령이자 남미 좌파 대부고요. 군 출신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극우 보수 정치인으로 두 사람이 극명한 대조를 보였습니다.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많이 나온 나라인데다가 여기에 경기 침체가 더해지면서, 이번 대선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읽혔습니다.
진행자) 결선투표에서도 상당히 박빙 승부를 펼쳐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1차 투표에서도 접전을 펼쳤고요. 결국 상위 1,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했는데요. 결국 룰라 당선인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8%P의 근소한 차로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결선투표 결과가 뒤집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까요?
기자) 네. 독립적인 전문가 대다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요청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이 주장한 운영체제 결함 문제는 다른 수단으로 쉽게 교차검증될 부분인데요.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은 1차 투표에도 같은 전자투표기가 사용됐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이 24시간 안에 자기들 주장을 입증할 서류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으면 사안을 종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룰라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은 내년 1월 1일에 열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이 몇몇 태평양 도서국과 장관급 대화를 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과 몇몇 남태평양 섬나라가 법 집행과 경찰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습니다. 신화통신은 이번 대화가 최초의 장관급 대화로 화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에는 누가 참석했습니까?
기자) 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왕샤오훙 중국 공안부 부장과 솔로몬제도의 앤서니 베케 국가안전·교정부 장관이 회의를 공동으로 주최했고, 피지와 바누아투, 키리바시, 통가, 그리고 파푸아뉴기니 경찰 수장이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통가와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이번 회의에 경찰 수장이 아닌 다른 대표가 대신 참가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경찰과 법 집행 분야에서의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고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왕 중국 공안부 부장은 이 자리에서 장관급 대화 체제를 통해 중국과 남태평양 나라들이 더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더욱 효과적인 협력 방식을 형성하며 전문적인 법 집행 능력을 강화하자는 기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정례 회견에서 “참가국 대표들이 역내 안보와 개발, 그리고 번영을 진흥하기 위해 경찰과 법 집행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심화하고 싶다는 기대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경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데, 실제로 중국 정부가 태평양 도서국 경찰들을 훈련하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신문은 최근 몇 년 새 중국 공안부가 태평양 도서국 사법기관들을 위해 20개가 넘는 훈련 과정을 진행했고 여기에 약 500명이 참여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달에는 솔로몬제도 경관 30명 이상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중국으로 가서 훈련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최근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죠?
기자) 네. 특히 치안 정책 같은 안보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4월에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맺기도 했는데요. 이어 5월에는 태평양 10개 섬나라와 안보-무역 협정을 체결하려고 시도해서 미국과 호주의 우려를 사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인접국인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은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과 협정을 맺는 것을 경계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의 이런 시도가 남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태평양 주요 나라들은 특히 솔로몬제도와 중국이 체결한 안보 협정을 문제 삼고 있는데요. 협정 문구가 모호하고 임의적인 해석이 가능해서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거나 병력을 파견하는 등 이곳을 태평양 군사력 확장의 교두보로 삼는 것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이렇게 태평양 도서국들에 접근하자 이들 서방 나라도 대응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이들 나라도 부랴부랴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지난 9월에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을 워싱턴 D.C에 초청해서 원조를 크게 늘리고 연방수사국(FBI)이 제공하는 훈련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피지는 지난달 호주와 자국 영토 안에서 상대방 군 작전을 허용하는 협정에 서명했고요. 파푸아뉴기니는 호주와 방위 협정을 협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