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상각도 발사를 시사한 가운데 북한이 이를 실제로 강행할 경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경고했습니다. 북한의 ICBM 역량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일정 부분 갖췄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20일 VOA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상각도 발사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역내 안보가 불붙듯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다른 나라 상공을 통과한다면 이미 고조된 역내 긴장이 불붙듯 높아지고 미국과 동맹들의 강력한 대응이 따를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특히 미국과 동맹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를 다시 추진하는 한편 미국 전략자산의 역내 순환배치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 will cause the U.S. and its allies to respond not only in another attempt to the UN Security Council but likely the continuation or even escalation of the rotational deployments of U.S. strategic assets to the region.”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0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가졌는지를 검증하려면 정상각도로 발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곧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고각 발사로만 ICBM 시험했던 북한이 정상 각도로 쏠 것임을 시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미한정책국장은 북한이 태평양 쪽으로 정상 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사고와 실패로 인해 인명과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위험부담과 이에 대한 상당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f North Koreans actually conducts a test that involves damage to life or property far from North Korean shores, I do believe that will generate an intense political response and I don’t know if North Korea is going to be capable of withstanding that.”
스나이더 국장은 미사일 시험으로 “북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명과 재산상 피해가 일어날 경우 매우 강력한 정치적 대응이 따를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북한은 계속해서 미사일 시험을 이어갈 것”이라며 “여기에는 ICBM화성-17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대사대리] “Pyongyang will stay the course with respect to continued missile testing, I believe, and that may include firing a Hwasong-17 at normal trajectory. Response by the US, ROK, and others will be along predictable lines: strong condemnation, more demonstrations of force, and perhaps some additional sanctions.”
그럴 경우 “미국과 한국 등은 강력한 규탄, 무력과시 강화, 추가 제재 등 예상 가능한 선에서 대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 입증…“중대하고 골치 아픈 진전”
북한이 처음으로 ICBM을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로 발사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하면 북한 미사일 전력의 상당한 진전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북관계에도 큰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대기권 밖으로 나간 미사일이 다시 진입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열과 압력을 견디고 목표 지점까지 정확하게 날아갈 역량을 보여주는 것으로 ICBM의 핵심 기술입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 프로젝트의 마사오 달그렌 연구원은 ICBM의 정상각도 발사는 “최소 운동에너지로 최대 사거리에 도달할 수 있는 궤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실제 군사적 충돌 때 사용되는 궤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달그렌 연구원] “If North Korea fired an ICBM on what's called the minimum energy trajectory, that is a trajectory that would be used in an actual military conflict. Then somehow demonstrated that a re-entry vehicle went through the atmosphere - a re-entry vehicle capable of carrying a warhead- I would see that as a very significant development.”
그러면서 북한이 이러한 궤적의 발사를 통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재진입체가 대기권 진입에 성공한 것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매우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핵탄두 손상 없는 ICBM대기권 재진입 여부가 미북 관계에서도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We will be in a new position with respect to our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and we will have some very important revelations about what North Korea can and cannot do and that to me is what would be an extremely important and troubling development in our relationship with them.”
북한이 이런 능력을 입증할 경우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킬 중대하고 골치 아픈 진전’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무겁고 뭉툭한 탄두부’ 대기권 재진입 시 생존 가능성 높아”
북한이 실제로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한 적은 없지만 그런 능력은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는 자신을 비롯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사일 설계를 고려할 때 북한 ICBM이 손상되지 않고 대기권에 무사히 재진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경우 미사일의 타격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ICBM 탄두부를 뾰족하게 설계했고 이 경우 대기권 재진입 성공이 어렵지만 북한은 정밀도 보다 대기권 재진입 성공률이 높은 모양으로 탄두부를 설계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밴 디펜 수석부차관보] “Something that is large and has a very blunt shape. A blunt nosecone. So when that flies it tends to wobble and even tumble through the atmosphere which means you can’t maximize accuracy… it’s much easier for them to survive, you’ll have much more confidence without testing that they will survive.”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ICBM의 탄두부는 크고 뭉툭하다”면서 이런 경우 “날아갈 때 궤적이 흔들리기 때문에 정확도를 극대화할 순 없지만 대기권 재진입엔 훨씬 용이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ST 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도 “탄두부 하중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재진입은 매우 간단한 기술”이라며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실러 박사] “It only becomes highly complicated if you want to have a very small warhead and lots of them on your ICBM, like you’re building an ICBM with 10 MIRVs you have to have a small reentry vehicle and for that you need high-end thermal protection system.”
실러 박사는 “탄두부를 소형화하고 다탄두재진입체(MIRV)를 장착할 때 재진입 기술이 매우 복잡해지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다탄두재진입체를 10개 장착할 경우 열을 견디며 탄두를 보호하는 고성능 체계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ICBM 탄두부가 훨씬 단순하게 설계됐기 때문에 재진입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핵 선제사용 재확인…북한 정권 안보 약화”
북한이 올해 군사적 성과를 부각하며 ‘핵 선제 사용’을 확인한데 대해서는 한반도 상의 핵 충돌의 위험을 높이고 오히려 북한의 안보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새로운 핵무력정책을 통해 핵무기 선제사용 쪽으로 더욱 기울어진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는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에 대한 ‘오판 가능성’을 높인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So the danger is that either side, the U.S. and its allies or North Korea could misinterpret actions as indicating imminent military hostilities and then take action which in itself could trigger the other side to do something. Both North Korea and South Korea and the U.S. have preemptive nuclear strike plans. And so by having North Korea’s growing capabilities and apparent willingness to use them, there is growing concern that we could even stumble into a nuclear conflict on the peninsula.”
미국과 동맹국들, 그리고 북한 모두 군사적 적대행위가 임박한 것으로 잘못 해석하고 행동에 나섬으로써, 결국 상대방의 대응을 촉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양측 모두 ‘핵 선제공격 계획’을 보유했다고 지적하며 “북한이 증진된 핵 역량을 사용할 의지를 밝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핵 충돌이 벌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핵 선제공격을 강조할수록 스스로의 안보를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U.S. and its partners are not going to sit idly by while North Korea develops an arsenal and then says as a matter of policy that it is prepared to use that arsenal offensively and on a first strike basis…. The ability of the U.S. and its partners to respond to react, or even act preemptively in a massive way is extremely high.”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을 통한 선제공격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천명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파트너들이 “그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에) 압도적으로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미국과 파트너의 역량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위협과 새로운 핵 전략은 북한 정권을 미국과 동맹의 공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