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방 의회에서도 연설합니다. 페루 정부가 전 대통령 가족의 망명 문제와 관련해 멕시코 대사를 추방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여학생들의 대학 교육을 금지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군요?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미국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도 합니다. 이같은 방미 계획은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확인됐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새벽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의 회복력과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기자) 네, 공식적으로 알려진 외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크이우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하지만 종종 크이우 외곽에 나가기도 했는데요. 20일 같은 경우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격렬히 전투 중인 동부의 바크무트 일대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서 어떤 얘기를 했습니까?
기자) 회담에 앞서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제공할 수 있는 장비와 훈련, 경제, 에너지, 인도적 지원 등 "전장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한 심도 있는 전략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노랑과 파랑의 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맞이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 모두가 제국주의적 야망에 의한 침략에 강한 저항을 보여줬다"면서 미국은 러시아가 벌인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정당한 평화'를 미국이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당한 평화'란 "우리의 땅과 영토적 온전성과 주권에 대한 타협이 없이 러시아의 침략에 의해 입은 피해를 모두 보상받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전쟁이 벌써 10개월이 된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보여주는 의미도 클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그리고 전 세계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그 메시지라는 것은 바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할 때까지 계속 지원하겠다, 옆에 있겠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이 전쟁을 시작했을 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항복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분열할 것이라고 가정한 것은 "심각하게 잘못된 계산”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판단이 틀렸고 계속해서 틀리고 있다면서 "그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도 발표했다고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정당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18억5천만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가 꾸준히 요청해 온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가 포함됐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패트리엇 체계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상당히 강화할 것이라며 환영했습니다. 겨울이 오면서 러시아가 혹독한 날씨를 무기화하기 위해 도시와 전력 시설을 미사일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나오자 우크라이나가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은 또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방어선을 공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현재 덜 정교한 무기를 ‘스마트 폭탄’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밀 폭탄 키트도 보내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또 눈에 띄는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일정인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위해 450억 달러 예산을 승인하기에 앞서 이뤄지는 겁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0일 오후 늦게 의원들에게 21일 있을 합동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는데요. 펠로시 의장은 이 서한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싸움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 그 자체"라면서 "단결과 회복력, 결단력에 대한 여러분의 고무적인 메시지를 듣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백지 수표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는데요. 이번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매카시 대표를 포함한 공화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진행자) 러시아에서도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 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무기 공급이 계속되고 있고, 공급되는 무기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확실히 분쟁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의 회담도 있었죠?
기자) 네. 회담은 21일 베이징에서 이뤄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러시아 측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중·러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글로벌 거버넌스’를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공동 추진하기를 원한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페루의 정국 불안이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분위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페루에서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사 출신인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취임한 후 페루의 기득권층 비판에 앞장서며 의회, 검찰과 갈등을 빚어왔었죠. 2주 전에는 의회를 해산하고 비상정부를 수립하려고 했는데요. 이에 페루 의회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했고 법원에서는 2024년 6월까지 구금을 명령한 상태입니다. 이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가족이 멕시코 정부로부터 망명을 허가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페루와 멕시코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페루 외무부가 주페루 멕시코 대사에게 72시간 내 페루를 떠나라고 명령했다고요?
기자) 네. 페루 외무부는 성명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페루의 정치 상황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명백히 위배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는데요. 마르셀로 에브라르 멕시코 외무장관이 수도 리마에 있는 멕시코 대사관에 이미 머물고 있던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가족에게 망명을 제안했다고 밝힌 데 따른 겁니다. 에브라르 장관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가족 중 누가 대사관 안에 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페루의 아나 세실리아 제르바시 외무장관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가족, 특히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출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이미 구금이 된 상태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페루 검찰에 따르면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리마에 있는 멕시코 대사관으로 향하던 중 구금되었고요. 페루 법원은 그에게 반란과 음모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진행자) 멕시코를 비롯한 이웃 국가들은 페루의 상황에 대해 비판적이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그의 적들, 특히 그 나라의 경제적, 정치적 엘리트"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희생자라고 말하면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고요. 멕시코 정부는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정부와 함께 지난주 공동 성명을 통해 카스티요가 지난해 당선 이후 '비민주적 괴롭힘'의 희생양이었다고 주장하며 페루가 지난해 대선 결과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페루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고요?
기자) 전국적으로 시위가 격화하고 있어 루이스 알베르토 오타롤라 국방장관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거리에 병력을 배치한 상황이고요. 앞서 26일 페루 남부 아야쿠초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로 26명이 사망했다고 페루 보건당국은 전했습니다. 조기 대선과 의회 선거에 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의회가 2023년 조기 투표를 실시하는 데 필요한 헌법 개혁을 거부한 후, 페루 정국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듣겠습니다. 탈레반이 여성의 대학 교육을 전면 금지했다고요?
기자) 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20일 저녁 고등교육부 명의의 서신을 각 대학에 보내 이런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아프간 공립·사립 대학교에서 여성들이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됐는데요. 고등교육부 대변인은 이 조처가 즉각적으로 발효되며, 각 학교는 이를 시행하는 대로 고등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이 조처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은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심하게 억압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죠?
기자) 네, 탈레반은 ‘샤리아’라는 이슬람법을 엄격하게 해석해 여성에게 이를 준수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제한하고 있고요. 여성들은 남성 가족 구성원의 동행 없이는 집 밖에 나갈 수 없습니다. 또 공공장소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가려야 하는데요. 탈레반은 일상생활에서까지 여성들을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탈레반이 지난해 8월 미군 철수 이후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는 여성에 유화적인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2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났습니다만, 다시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아프간 국민들의 안전과 인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이런 국제 사회의 우려를 의식했는지, 탈레반은 집권 1기 때와는 달리 국제 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인권을 존중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집권 후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앞서 이미 여학생들의 중·고등학교 교육을 금지했고요. 이번에 대학 교육까지 금지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탈레반이 지금 이 시점에 여성의 대학 교육을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네, 탈레반의 발표가 있던 날,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날(20일) 안보리 회의에서는 아프간의 빈곤 문제와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탈레반의 억압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진행자) 이번 탈레반 발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 들어보죠.
기자) 탈레반이 여성의 대학 교육을 전면 금지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국제 사회는 강한 목소리로 탈레반의 조처를 비난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매우 걱정스러운 조처라며 탈레반이 약속을 깨뜨렸다고 지적했고요,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또다른 여성 권리의 끔찍한 축소이자, 모든 여학생에게 깊은 실망”이 되는 조처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어떤 목소리를 냈습니까?
기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탈레반이 “아프간 인구의 절반을 억압하는 용납할 수 없는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탈레반은 국제 사회에서 더욱 소외되고 그들이 원하는 정당성은 거부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번 조치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모든 아프간 국민의 권리, 특히 여성과 소녀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하기 전까진 합법적인 국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우드 부대사의 말대로 탈레반은 아직 국제 사회의 합법적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탈레반은 국제 사회에서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그간 유엔에 의석을 요청해 왔는데요. 하지만, 현재 유엔 의석은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이전 정부가 여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탈레반의 이번 결정은 아프간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몰아넣어 탈레반이 국가로서 국제 사회의 인정을 얻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아프간 내부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탈레반 결정에 반발해 21일 아침 카불의 한 사립 대학교 교정 밖에서 인권 단체가 주도한 소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위자들은 “교육을 정치화하지 말라”며 아프간 여성의 통합과 연대를 촉구했는데요. 그러나 탈레반 당국이 곧 시위를 중단시켰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