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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 국경 개방에도 여전히 ‘코로나 통제’…경제난 딜레마 지속


지난 2019년 2월 중국 단둥의 세관 입구.
지난 2019년 2월 중국 단둥의 세관 입구.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대외 방역 통제를 해제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중국과의 육로 교역 정상화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교역 봉쇄 장기화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막기 위해 이른바 ‘제로 코로나’라는 봉쇄 일변도 정책을 펴왔던 중국은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한 뒤 최근 대외 방역 통제도 해제했습니다.

북한과의 교역 거점인 단둥과 훈춘 등 세관도 다시 개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3년간 이어진 북한과의 접경지역 세관의 봉쇄 조치가 해제된 겁니다.

하지만 트럭 등 교역물자를 실은 차량과 인원의 이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유는 중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이후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한 때문에 북한이 육로 교역 정상화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중국 쪽 소식통의 말을 빌어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북한이 중국보다 취약한 보건의료 상황이기 때문에 그대로 노출됐을 경우 북한 내 코로나 사망자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서 최소한의 인적 교류나 차량 교류는 북한이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단둥 세관의 경우 지난 9월 운행을 재개한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북중 화물열차에 국한해 관련 업무를 처리할 뿐 아직 트럭과 인원을 통과시키진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2020년 신종 코로나 사태 후 중국과의 국경선을 선제적으로 봉쇄하고 관광과 무역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지난해 1월 중단 1년 8개월 만에 단둥-신의주 간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다가 북한 내 신종 코로나 유행으로 다시 운행을 중단했고, 지난해 9월 재차 운행을 재개해 지금도 화물열차 운행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일부 해상무역도 재개하긴 했지만 북중 교역의 주요 수단인 화물차량 운행과 인적 왕래는 여전히 중단 상태입니다.

중국이 국경을 개방하기 전에 정작 교역 재개를 더 원했던 것은 북한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교역 봉쇄 장기화로 경제난이 버티기 어려운 수준으로 심화된 때문입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중 접경지역 소식통의 말을 빌어 북한 당국이 신의주와 단둥 같은 교역 거점도시들에 있는 북한 무역일꾼들에게 중국의 해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무역회사들이나 대표부들 이런 사람들한테 인원 유동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다음 지시를 기다리라고 이렇게 얘기를 했고요. 그 다음에 코로나 이전처럼 완전히 활성화되지는 않지만 물자 교류는 될 것이다, 그러니까 물자 운반 준비는 하라 이렇게 얘기가 됐거든요.”

실제로 북중 접경지역에선 신종 코로나 유사 증상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 소장은 접경지역 소식통이 “자신도 신종 코로나에 걸렸다”며 단둥 지역에선 웬만한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각 부문을 향해 보건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전연과 국경, 해안 등 악성 전염병이 유입될 수 있는 모든 공간들을 철저히 차단”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경제난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고대했던 북한으로선 중국의 코로나 감염자 급증이라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친 셈입니다.

한국 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북한으로선 중국처럼 ‘위드 코로나’로 전면 전환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으로선 그렇다고 경제난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내 코로나 상황이 2~3월 정점을 찍고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북한 입장에선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 당국이 다수의 사망자를 감수하고 중국식 ‘위드 코로나’로 가더라도 백신 접종과 병행하는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한국 등에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재갑 교수] “합리적인 생각이라면 백신 접종을 충분히 하는 방식으로 갈 건데 그런 선택은 지금까지 안했기 때문에 갑자기 하긴 어려울 것이고 비용 문제도 있어서 쉽지 않을 거에요. 그런데 사실 지금 마음만 먹어서 백신 맞겠다고 그러면 공짜로 다 들여서 맞을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백신이 남아돌고 있으니까.

한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백신 물량을 충분하게 확보한 상태인데 이미 도입한 백신 가운데 오는 3월까지 차례로 유효기한이 끝나는 물량이 총 728만 회분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상당량은 유효기간을 넘겨 폐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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