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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 유통 통제 강화 공급 물량 부족으로 효과 없어…주민 애국심 호소는 위기감의 반영”


5일 북한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5일 북한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심각한 식량난에 처한 북한 당국이 곡물 유통에 대한 중앙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물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치면서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1940년대 애국심 고취 운동까지 소환해 곡물 확보에 나서고 있어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 출신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북한 평안남도 일부 지역 국영 양곡판매소들이 쌀과 옥수수를 시장 가격보다 훨씬 싼 kg당 4천원과 2천원에 주민들에게 공급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쌀은 kg당 5천900원, 옥수수는 2천700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30% 가량 저렴한 가격입니다.

조 소장은 그러나 물량 부족으로 세대 당 5일치 식량만 공급이 이뤄졌고 그나마 모든 세대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원래 제대로 되려면 12월 한 달 것을 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서 한 세대 당 5일분씩 준다고 했고요, 그게 떨어지니까 내년 1월 달에 가서 주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주민들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지금 없는 게 1월 달에 어디서 생기느냐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아직 보릿고개도 아닌 연초에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곡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지만 식량 생산 부진과 국제사회 대북 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중국과의 교역 위축 등이 중첩되면서 확보된 식량이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조 소장은 양곡판매소에서 싼 값에 물량이 풀렸지만 평안남도 지역 장마당 곡물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 수확량이 451만t으로, 전년 대비 18만t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식량난을 고려하면 예년 수준의 곡물을 수입하더라도 북한의 지난해 식량 부족분이 80여만t에 달할 것이라며 “함경북도 지역에서 식량 부족으로 다수의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중국으로부터 쌀 3만여t을 수입하면서 월간 쌀 수입량으로는 2019년 9월 이후 최대치를 들여왔지만 부족분을 채우기엔 턱없이 적은 규모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곡물 수매와 양곡 유통 비리 척결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12월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를 열어 농장법 등 곡물 생산과 유통과 관련한 법령을 개정했습니다.

당국 차원의 보다 많은 곡물 확보와 유통 개선을 위한 중앙 통제 강화 조치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해방 직후의 애국심 고취 운동까지 소환하며 식량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일제에서 해방된 이듬해인 1946년 12월 한 농민이 나라에 곡식을 바친 것을 계기로 벌어진 ‘애국미 헌납 운동’ 등을 부각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70년도 더 된 과거의 시대정신까지 소환한 것은 식량 문제를 비롯한 경제 위기를 풀 해법이 내부적 정신무장 외에 달리 없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핵 무력 강화 노선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기대할 수 없고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도 백신 공급 등 외부 지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부장은 북한 당국이 현 시점에서 애국미 헌납운동을 새삼 꺼낸 것은 여력이 있든 없든 모든 주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해 최대한 식량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부장] “지금 그만큼 북한이 식량 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거에요. 90년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김정은 집권 이후에 대북 제재와 코로나 상황 때문에 그 때보다 그렇게 좋아지진 않고 나빠질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이죠.”

조충희 소장은 밀과 보리, 감자가 수확되는 오는 6월까지 북한이 어떻게 버티느냐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외부로부터의 지원 또는 수입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출과 관광, 노동자 해외 파견 등 외화벌이 수단들이 수년째 크게 위축됐기 때문에 곡물 수입에 필요한 당국의 외화 보유고가 소진됐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그동안 대북 제재 상황에서 계속 무역적자가 누적돼 왔거든요. 그럼 대규모 수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도 의문이거든요. 지금 상황에서 본다면 퇴행적인 농업정책으로 가는데 올해도 기상 여건과 관계없이 상황은 비관적이라고 볼 수 있죠.”

이효정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올해 경제에 대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년차가 되는 올해에도 여전히 경제성장과 민생 개선을 크게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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