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의 소장을 북한 측에 전달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권으로부터 테러 혹은 억류 피해를 입은 미국인들의 줄소송 속에서 국무부의 ‘외교적 경로’가 소장 전달 창구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정권에 대한 소장 송달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8일 북한으로의 소장 전달이 지연되는 이유에 관한 VOA의 질의에 “국무부는 외국주권면제법(FSA) 조항에 부합하는 북한에 대한 소장 송달 선택지를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The Department is continuing to explore options to facilitate service of process on the DPRK consistent with the provisions of the 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 We unfortunately do not have further information we can share at this time, but we can provide additional information once it is available.”
이어 “유감스럽게도 현시점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추가 정보는 없다”며 “추가 정보가 나오면 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와 북한에 납북됐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상속인 등은 국무부에 소장 송달을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재판부에 제출한 별도의 문건을 통해 국무부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2021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2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도 미국 국무부를 통해 최종 판결문을 북한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들 역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반 우체국을 통해 보낸 우편물도 최근 반송된 사례가 있어 소장을 포함한 우편물을 북한에 전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국무부의 ‘외교적 경로’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할 수 있는 좁은 창구로 남았지만 이마저도 아직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적 경로’는 국무부가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로 직접 소장을 건네거나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스웨덴 정부 등을 통해 소장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외교적 경로’를 통한 소장 전달 길이 열린다면 이는 추후 다른 미국인의 대북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DHL’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수월하게 북한에 소장을 전달할 방안이 확보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