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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납북 관계자들 “북한, 한국인 억류자에 더 가혹…김정은, 가족 고통 무시하는 ‘도덕적 무감각증’”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북한 정부가 한국인 억류자를 옛 외국인 억류자처럼 협상용으로 삼기보다 대남 경고용 본보기로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고 과거 북한에 억류됐던 관계자들이 말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억류·납북자들의 고통을 무시하는 데 대해선 ‘도덕적 무감각증’ 이란 비판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두 살 때인 1969년 북한 정권의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로 아버지와 생이별한 황인철 씨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공개하며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섬뜩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황인철 씨] “나의 가족은 중요하고 다른 가족은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보면서 김씨 왕조만을 위한 권력의 횡포가 얼마나 끔찍한지에 대해서 그저 본인만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섬뜩합니다.”

미국과 캐나다 국적으로 과거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사람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북한에 31개월 동안 억류됐던 임현수 목사는 김 위원장을 사지 무감각증인 한센병 환자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임현수 목사] “상식 자체가 안 통하는 도덕적 문둥병자 수준이니까 감각 자체가 없어지고 남의 고통과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북한 당국은 한국인 억류자 6명에 대해 생사와 행방 등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북한에 억류됐던 서방세계 국민들은 모두 석방하면서 한국인들은 풀어주지 않자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인종 차별주의자’, ‘민족 차별주의자’란 목소리도 나옵니다.

백인들은 대부분 호텔 등에 억류시킨 뒤 풀어준 반면 일부 한국계 외국인은 교화소에서 1~2년에 걸쳐 강제노동을 시켰고 한국인들은 아예 행방조차 모르는 현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다시 임현수 목사입니다.

[녹취: 임현수 목사] “사대주의자라고 할 수 있죠. 미국은 워낙 강한 나라이고, 캐나다도 G7국가이고 그래서 위협하고 압박하면 결국 들어 주는데 한국을 우습게 아는 거죠.”

북한 외교관 출신 한국 국회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북한이 한국인과 외국 국민을 철저히 구분해 상대한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북한은 한반도에서 자기네가 유일한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해외에 있는 한국인이든 한국 땅에 있는 한국인이든 이건 하나의 민족, 한 나라 개념으로 봅니다. 그래서 당 통일전전부가 관할합니다. 외무성은 다른 나라 일을 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의 인권을 무시하듯이 한국인 억류자들의 인권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미국 등 서방국은 한인이라도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적극 개입하기 때문에 북한 외무성이 담당한다고 태 의원은 설명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외국 국적자라도 내부적으로 담당은 통일전선부가 합니다. 그러나 미국 국적자일 경우 미 국무부가 직접 개입합니다. 그래서 북한도 어쩔 수 없이 미 국무부가 미국 시민권자라고 나서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외교관계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북한 통전부 출신으로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장진성 씨도 이를 확인했습니다.

장 씨는 북한 지도부가 한국인 억류자와 납북자 문제를 가볍게 보는 데에는 역대 한국 정부들이 기여한 측면도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남북 관계를 너무 의식해 스스로 저자세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녹취: 장진성 씨] “한국 정부 탓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처럼 강한 나라 혹은 유럽인들 같은 경우는 외교 관계를 의식해 북한이 매우 조심합니다. 한국은 언제든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고 아무리 북한이 나쁜 짓을 많이 해도 굴욕적이기 때문에 일종의 교훈을 주고 경고 차원에서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잔인하게 하는 거죠.”

지난 2012년 11월 북한 당국에 체포돼 734일 동안 억류됐던 케네스 배 NK 릴리프(NK Relief) 대표도 북한이 협상 카드보다는 경고성 본보기로 한국인들을 가혹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억류돼 있을 때 이를 검사 등 관계자들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배 대표] “한국 사람들은 협상용이 아니다. 처벌용이고 본보기용이라고 그렇게 제게 거기 담당 검사와 다른 분들이 얘기했습니다. 협상용으로 붙잡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훨씬 더 처벌이 심하고 처우도 일반 주민이 가는 환경 속에 놓인다…”

배 대표는 또 자신이 북한에 억류돼 있을 때 중국 동북 3성에서 탈북민들을 돕는 한국인 기독교 선교사들을 일망타진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는 소식도 들었다며, 한국인 선교사들이 잇달아 북한에 억류된 것도 이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지난 2018년 5월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오른쪽부터), 김학송, 김상덕 씨의 귀국을 직접 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지난 2018년 5월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오른쪽부터), 김학송, 김상덕 씨의 귀국을 직접 환영했다.

지난 2017년 북한에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억류됐다 1년 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 선교사는 북한이 인종 차별보다는 한국 차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신과 김상덕 선교사는 구치소도 가지 않고 재판도 받지 않은 채 풀려 났지만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백인이면서도 심한 고문을 당한 것을 보면 “북한이 사안과 혐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달리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김 선교사는 북한이 자신의 탈북민 지원 사실을 알면서도 풀어준 것은 결국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교섭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도 그런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학송 선교사] “완전 딴 나라 사람이면 외교관계 때문에 함부로 못 하는데 한국인도 자기 나라 사람이라며 막 취급하니까. 사실 이런 것은 미국과 다른 제3국보다 대한민국이 나서야 합니다. 이게 분단의 아픔입니다. 포로를 교환하는 개념으로 그 분들을 데려와야 합니다.”

케네스 배 대표도 북한이 적어도 외국인 억류자 문제에 대해서는 인종차별적 보다는 정치적 협상 카드로 활용한 측면이 많다며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녹취: 배 대표]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그 사람들이 저를 붙들고 있는 것으로 뀌뜸해 줬습니다. 그래서 인종차별적 정책으로 보지 않아요. 거꾸로 그들은 제게 왜 전에 왔던 사람들은 대통령 등이 와서 데리고 갔는데 왜 너에 대해선 신경을 안 쓰냐. 네가 동양인이라서 미국 정부가 신경을 안 쓰는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던 적은 있죠.”

2019년 한국에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 대리도 “한국계 미국인은 협상용으로 또 국제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을 유발할 수 있어 대단히 조심하고 처우를 비교적 잘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 “그러나 한국인은 자기들과 동질의 적대관계라는 점이 많이 작용하는데다가 한국사람들이 대남공작부서들에 들어가 남쪽의 말이나, 지형, 습관, 지방의 특징 등 다양한 점들에서 유용하게 써먹는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이들을 놔주는 경우 대남공작부서의 구체적 내용들과 업무 방법들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납북자들을 안돌려보내는 점도 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그러나 “한국인 억류자들은 필요할 때 쓸 카드로 이용될 것”이라며 “다만 문재인 정부와는 당시 굴욕적으로 나오는데 불필요하게 한국인 억류자라는 카드를 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과거 북한에 억류됐던 관계자들은 최근 미국 관리가 서울에서 억류자와 납북자 가족들을 만나고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반겼습니다.

케네스 배 대표 등은 그러나 한국인 억류자들이 모두 환경이 매우 열악한 수용소로 갔을 가능성이 높아 생존마저 장담할 수 없다며 남북한 정부 모두 이 문제를 최우선적인 인도적 차원에서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배 대표] “인도주의 측면에서 어느 죄수도 생사 확인 해줘야 합니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원한다면 최소 생사 확인, 서신 거래, 전화 통화는 허락을 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이 악랄한 정권임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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