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건군절 열병식을 통해 고체연료 ICBM 추정 신형 미사일을 공개했지만 아직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미국 미사일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올해 여러 차례 관련 시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고체연료 엔진을 기반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물체(Object)를 등장시켰지만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Clearly the North Koreans were trying to project that they had made progress on this solid propellant ICBM But such a missile has not yet been flight tested. They only claimed to have conducted once ground test of the first stage. So, you know they're clearly trying to score political points by showing a large object that looks like a missile launch canister on them.”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분명 이번 열병식을 통해 고체연료 ICBM 기술에 진전을 이룬 것처럼 보이기 원했지만 아직 비행 시험조차 거치지 않은 단계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대형 고체엔진 미사일 기술의 첫 번째 단계인 ‘지상 분출 시험’에 한 차례 나섰다고 주장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 12월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ICBM급 추력의 신형 고체연료 엔진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관련 미사일 기술이 완성 단계에 도달하려면 여러 기술을 증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북한이 두 번째 지상 시험 가능성을 제기한 보도 외에 더 이상 진전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열병식에 원통형 미사일 발사관으로 보이는 큰 물체(large objects)를 등장시킨 것은 정치적 측면에서 점수를 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ICBM으로 보이는 신형 미사일을 선보였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열병식을 보도하면서 해당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지난 2017년 4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05번째 태양절 열병식에서 원통형 발사관을 탑재한 채 공개된 이동식발사차량(TEL·텔)과 유사한 차량에 실려 있습니다.
미사일은 발사관에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열병식 사진에선 이 같은 미사일 4기가 포착됐습니다.
고체연료 ICBM은 신속한 연료 탑재가 가능하고 연료 탑재 후에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사 징후 등을 사전에 포착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 ST 애널리틱스의 마커스 쉴러 박사는 북한의 고체연료 ICBM 개발 수준을 아주 초기 단계로 평가했습니다.
[쉴러 박사] “They are at the very beginning of developing a solid fuel ICBM. Because it took every other country (USA, China, Soviet Union, India) decades to develop such a weapon by themselves, building upon decades of prior work. And just as with the liquid ICBMs, this can only be done with massive help from outside, meaning proliferation of the motors, the guidance system, and key structural components, most likely from a country that shares a common border with North Korea.”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등 다른 국가들도 자체적으로 관련 무기를 개발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쉴러 박사는 액체연료 ICBM과 마찬가지로 고체연료 엔진을 기반으로 한 ICBM 기술도 외부의 막대한 도움이 있어야 한다며,이는 엔진과 유도 시스템, 주요 기반 원료 확산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기술들은 대부분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 국가에서 제공될 것이라며, 만약 이런 국가에서 기술 이전이 이뤄진다면 개발의 가속화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고체연료ICBM 기술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판다 선임연구원] “I think they are in the final stages of developing these technologies. In December 2022, North Korea carried out a solid propellant motor engine test and the motor appeared to be large enough to power an ICBM. I think what they showed us at the parade is a preview of what is come now.”
지난 2022년 12월 북한은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나섰고, 당시 엔진이 ICBM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판다 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미리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 점검을 위해 북한은 비행 시험 등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지난해 북한은 상당 규모의 고체연료 엔진 지상 시험을 했다며, 올해는 더 크고 긴 사거리 미사일 운용을 위해 많은 시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부국장] “They did a ground test of a fairly large solid fuel engine last year. I would bet it’s very likely that we’ll see a solid fuel test this year for serving large, longer range missile. When you look at their parades, what you see isn’t always real there but the intention is there, where they are headed, what they want to do.”
북한의 열병식에서 보여지는 것이 항상 실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의도나 방향, 원하는 것 등을 감지할 수는 있다는 겁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또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17형 ICBM을 11기나 내세운 것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KN-23과 초대형방사포 KN-25등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대거 선보인 것은 한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 많은 미사일을 한꺼번에 등장시킨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I think they basically want to continue to show that they've got a capable military that can deter U.S. and South Korea that they've made technological progress that the regime is capable and foresighted and deserves the support of its people.”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억지할 수 있는 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 보여주고 무기와 관련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는 것을 과시하려 한다는 겁니다.
또한 북한 정권은 유능하고 선견지명이 있으며 주민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무기를 총동원하는 것이라고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고체연료 ICBM의 실체 여부를 떠나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대미 위협 수위를 높여 미국과 한국 사이의 틈을 벌리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Particularly, he’s targeting the alliance. He wants to break the ROK US alliance.He’s trying to convince Koreans who he knows because of recent polls that they are little concerned that if the North invades the South, the US may not be there for South.”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의 목표는 미한동맹을 파괴하는데 있다며, 김정은은 북한의 한국 침략 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한국인들의 우려를 이용하려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북한의 적략은 미한 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한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판다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높일수록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지력은 강화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판다 선임연구원] “Deterrence ultimately rests on a political trust and solidarity. I think the fact that we have 28,500 U.S. troops and their dependents on the Korean Peninsula ensures that US citizens, US interests will be very much implicated in any conflict between South Korea and North Korea.”
판다 선임연구원은 억지력은 궁극적으로 정치적인 신뢰와 연대에 달려 있다며, 한반도에 미군 2만 8천 500명이 주둔하고 그 가족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만큼 미국 시민과 미국의 국익은 남북한 사이 모든 갈등과 크게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험에 빠뜨리는 역량을 갖더라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지력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판다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