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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장성명 불발에 “추가로 밝힐 내용 없어”…러시아 “북한 추가 압박 말아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운데)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운데)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추가로 밝힐 내용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의장성명 채택을 가로막은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는 북한을 더 압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1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 논의가 좌초된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VOA의 질의에 “이에 대해 더 이상 밝힐 내용은 없다”며 “변화가 있다면 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We have nothing further on this. Will keep you updated should that change.”

앞서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13일 의장성명 진전 여부에 대한 VOA의 질의에 “실무 수준 협상에서 2개 이사국이 관여를 거부해 의장성명은 추진될 수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등 안보리 이사국들이 의장성명을 여전히 추진 중인지,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밀어붙이지 않는 것인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미국 대표부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의장성명 관련 질의에 ‘의장성명 초안을 작성해 관련국과 회람하겠다’는 입장과 ‘안보리 이사국과 논의했고, 안보리 전체 논의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소개하다가 12월 말부턴 줄곧 ‘업데이트할 내용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해왔습니다.

그런데 13일엔 중국, 러시아의 거부로 의장성명 논의가 추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확인한 것입니다.

한국 언론은 이에 대해 한반도 시각 14일 한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안보리 이사국 간 관련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곧바로 의장성명 채택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유엔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14일 의장성명과 관련한 실무 수준 협상을 러시아가 거부한 것이 맞느냐는 VOA의 이메일 질의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다”며 “일부 안보리 이사국들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에 비생산적인 것으로 이미 입증된 제재와 다른 수단을 통해 더 많은 압박을 가하는 패러다임을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대표부] “Security Council discusses different ideas. The Russian position regarding the issues of the Korean Peninsula is well-known. We believe it is unfortunate that some SC Members still cannot leave behind the paradigm of applying more pressure though sanctions and other means, which has already proven to be counterproductive to the efforts of seeking a peaceful comprehensive settlement of the issues regarding the Korean peninsula. Decisions of the SC should, in our view, support the dialogue and not become an obstacle to it.”

그러면서 “안보리의 결정은 대화를 지지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에 대한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중국과 함께 결의안 초안을 제시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번에 걸쳐 제안했다”며 “이는 현 상황의 정치적, 인도적 측면을 포함한 포괄적인 해결책에 대한 안보리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대표부] “We, together with China, have suggested numerous times, including by presenting draft resolutions, to focus SC efforts on comprehensive solutions, including political and humanitarian aspects of the situation. These ideas haven’t yet realized, but they are still on the table. In the meantime it’s important that all sides show restraint.”

이어 “이런 방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며 “그동안 모든 당사국들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9년 북한의 해산물과 의류 수출 금지 규정, 북한 노동자 송환 규정 폐지 등 제재 완화를 골자로 한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이후 매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이사국들에 회람시키고 있습니다.

추가 결의와 의장성명 등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책임을 물으려는 미국 주도의 노력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해 11월 21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ICBM 발사 문제 논의를 위해 개최한 공개회의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미국은 의장성명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이사국과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의장성명 채택을 추진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논의는 장기간 표류해 왔습니다.

북한의 ICBM 발사일인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어떤 후속 조치도 마련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의 초안에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북 의장성명은 공식 표결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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