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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유였던 북한 선박, 중국 항구 드나들어...안보리는 사실상 방치  


북한 선박 'SF블룸'호가 지난달 28일 중국 해역을 떠나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선박 'SF블룸'호가 지난달 28일 중국 해역을 떠나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이 한국 등에서 중고로 사들인 선박이 중국 항구를 계속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3년 넘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제재 권고를 받은 선박들이 공해상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지난달 28일 자 지도에 북한 방향으로 운항 중인 선박 ‘SF블룸’호가 보입니다.

북한 선적의 SF블룸호는 2021년까지만 해도 더블 해피니스 1호로 불리던 타이완 회사 소유의 선박입니다.

최근 VOA는 소유주와 등록 정보 등을 분석해 SF블룸호가 작년 3월 북한 깃발을 달고 나타났다고 보도했는데, 이후에도 여전히 중국 해상을 운항 중인 사실이 이번 마린트래픽 자료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SF블룸호는 중국 산둥성 룽커우 항을 출발해 북한을 향해 운항하다가 웨이하이 북부 해상에서 돌연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레이더망에서 사라졌습니다.

중국 해역에 있을 때만 임시로 AIS를 켰다가 이후 공해상에서 이를 끄는 전형적인 해상 불법 행위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북한 선박 무포호의 17일 항적을 표시한 지도. 무포호의 과거 이름인 '롱리치5'호가 중국 룽커우 항 인근을 항해하고 있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선박 무포호의 17일 항적을 표시한 지도. 무포호의 과거 이름인 '롱리치5'호가 중국 룽커우 항 인근을 항해하고 있다. 자료=MarineTraffic.

한때 한국 선박이었던 북한 선적의 ‘도명’호는 지난 8일 중국 롄윈강 인근 해역에서 위치 정보를 발신했습니다.

도명호는 북한 깃발을 달기 직전까지 한국 선적의 ‘리홍’호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12월 한국 인천항을 떠난 지 불과 9일 만에 북한 송림항에서 발견됐고, 이후 북한 자성무역회사 소유의 북한 선박이 됐습니다.

현재는 AIS를 끈 상태여서 위치가 확인되지 않지만 북한에서 약 700k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는 건 도명호가 활발히 운항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 밖에 작년까지 한국인이 운영주였지만 이후 북한 선적이 된 ‘락원1’호도 올해 1월까지 중국 룽커우 항을 드나든 흔적을 남겼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2019년과 2021년 사이 한국과 타이완 회사가 소유한 중고 선박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이들이 국제 해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위장회사를 동원해 이들 선박을 구매했으며, 이후 공해상 선박 간 환적 등 불법행위에 동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에 마린트래픽을 통해 확인된 것보다 더 많은 선박이 공해상을 돌아다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현재로선 이들 선박의 항해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전문가패널이 이들 선박에 대해 제재를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유엔 안보리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문가패널은 매년 2차례 발행하는 보고서를 통해 도명호 등을 제재할 것을 권고했는데, 안보리의 제재 명단에는 도명호의 이름이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리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리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 안보리가 마지막으로 선박을 제재한 건 2018년 10월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재 위반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선박들이 여전히 다른 나라 항구를 드나드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해 10월 한국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던 북한 상선 무포호가 다시 운항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포호는 당시 사건 직후 AIS를 끄면서 위치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마린트래픽 자료에는 무포호가 올해 2월 2일까지 룽커우 항에 입항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후 무포호는 다음날인 3일 북한 방면 중국 해상에 나타난 것을 끝으로 더 이상 위치 신호를 발신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포호는 길이 97m, 중량톤수(DWT) 5천297t의 중형 화물선으로, 2009년 건조 당시엔 중국 선적의 ‘루이 푸 66’호였습니다.

이후 토고와 몽골 선적을 거쳐 2020년 7월부터 북한 깃발을 달았습니다. 현재는 평양 미산동 소재 ‘평화 운송회사’ 소유로 돼 있습니다.

무포호는 국제사회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주시하는 선박이기도 합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공개한 중간 보고서에서 2020년과 2022년 사이 새롭게 북한 깃발을 단 선박 14척의 목록에 무포호를 포함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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