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의 러시아 무기 제공 가능성을 거듭 제기하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심각한 후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요르단에서 폭력 사태 중단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북아일랜드 무역 관련 협정에서 합의를 끌어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이 중국의 대러시아 군사 지원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 CNN과 ABC 등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러시아 살상 무기 지원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설리번 보좌관 이야기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죠.
기자) 네. 설리번 보좌관은 CNN 주말 시사 프로그램인 ‘스테이트오브더유니온(State of the Union)’에서 “우리는 실제로 중국이 그런 지원을 제공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보지 못했고, 그런 지원이 제공된 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그러한 지원 방안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중국이 아직 검토하는 단계일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지만, 그 옵션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그런 결정을 실제로 한다면 심각한 후과가 따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러시아가 도시를 폭격하고, 민간인을 죽이며 잔학한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하는 것은 ‘나쁜 실수’가 될 거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중국 측에 계속해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설리번 보좌관의 주요 발언 내용 또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주 유엔이 우크라이나 전쟁 1년에 맞춰 러시아의 즉각적인 철군과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당시 기권표를 던진 것에 주목했습니다.
진행자) 그렇죠. 당시 7개 나라가 반대표를 던졌는데,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죠?
기자) 맞습니다. 당사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북한과 벨라루스, 시리아, 말리 등 7개국은 반대표를 던졌고요. 중국은 기권했는데요.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은 지금의 상황에 개입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은 지금 러시아에 올인하면 그동안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던 상당수 나라들과 불화를 일으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곤궁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도 26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 제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는 건 보지 못했으며, 살상 무기가 실제로 선적됐다는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번스 국장은 중국이 러시아의 무장을 돕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한 ‘도박’이라고 지적하고, 그 같은 행동은 세계의 두 경제 강국인 미국과 중국 관계를 더 긴장시킬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째로 접어들었는데요. 번스 국장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번스 국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항복시키기 위한 자국의 군사적 능력을 지나치게 확신하고 있으며, 전쟁을 계속할 결심을 상당히 굳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지는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 지원이 약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번스 국장은 “미국인들은 주의력 결핍 장애가 있어서 결국 다른 문제로 넘어갈 것”이라는 게 푸틴 대통령의 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등 서방의 정치적 피로감이 쌓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약화할 것으로 본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의 지위에 관한 입장을 표명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26일,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재확인했습니다. 국무부는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 9주년을 맞아 짧은 성명을 내놨는데요. 성명은 “9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침략했으며 이는 국제법과 우크라이나 주권,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네. 옐런 장관이 27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깜짝 방문했습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여타 고위 관리들을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중동으로 가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리들이 요르단에서 회동했다고요?
기자) 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고위 안보 당국자들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 양측 간 폭력 중단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6일, 요르단 아카바에서 회동했습니다. 회담은 요르단과 이집트, 미국의 중재로 성사됐고요. 이들 나라 당국자들도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이렇게 공식 회담을 하는 건 꽤 오랜만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요르단의 한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이런 만남은 수년간 없었던 일”이라면서 양측이 함께 모인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특히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 성향이 강한 정부가 출범한 후 이뤄진 것이라 더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회담에서 무슨 성과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요르단 외무부 명의의 공동 성명이 나왔는데요. 성명에서 양측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폭력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즉각적인 조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성명에는 또 양측이 수십 년간 계속된 분쟁과 관련해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 협정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되살리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즉각적인 폭력 종식을 위한 어떤 실질적인 조처도 있습니까?
기자) 성명에는 이스라엘이 향후 4개월간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고, 6개월간 기존 정착촌에 대한 합법화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치권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공동 성명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현재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치인 가운데 1명인데요. 스모트리히 장관은 단 하루도 정착촌 건설이나 개발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탱크와 헬기로 테러의 도시와 선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타격하라고 촉구하는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팔레스타인 쪽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내 여러 정치 조직과 군사 조직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회담 내용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데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한 관리는 로이터에, 그 회담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점령 정부에 의해 행해진 범죄에 맞서는 일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진행자) 양측 모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6일 요르단에서 양측의 공동 성명이 나오기 바로 직전에도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에서 한 팔레스타인 무장 괴한의 총격에 이스라엘 주민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 주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테러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사형 제도 복원 법안을 서둘러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회담 결과의 이행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북아일랜드와 관련해 중요한 협정에서 합의했군요?
기자) 네.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영국 런던에서 만났는데요. 두 사람은 북아일랜드 무역 관련 브렉시트 후속 협상에서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이들은 이날 회동 뒤에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사실을 발표했는데요. 새 합의는 ‘윈저 프레임워크(The Windsor Framework)’로 명명됐습니다.
진행자) 영국과 EU가 이번에 합의한 내용이 뭡니까?
기자) 네. 가장 중요한 항목은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상품에 대한 통관·검역을 실질적으로 면제한다는 겁니다. 북아일랜드에서 소비될 물품은 ‘녹색 줄’, 북아일랜드를 거쳐 EU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물품은 ‘빨간 줄’로 구분하기로 했는데요. ‘녹색 줄’로 오는 물품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역과 통관을 면제한다는 겁니다. 그밖에 EU 법이 북아일랜드에 적용될 때 지역 의회가 제동을 걸 수 있게 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영국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토록 했습니다.
진행자) 북아일랜드가 영국 영토인데 영국에서 들어가는 상품에 대해 그동안 통관이나 검역 절차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게 왜 그렇게 됐는지는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지난 2020년에 영국이 ‘브렉시트(Brexit)’, 즉 EU를 탈퇴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에서 EU 회원국으로 물건이 들어가려면 통관·검역 절차를 거치게 됐습니다. 하지만, 양측은 북아일랜드의 경우엔 ‘북아일랜드 협약’을 통해서 브렉시트 이후에도 이전처럼 EU 통상과 관세 규정을 따르도록 했습니다. 그러니까 북아일랜드와 국경을 접한 아일랜드 사이에 물건이 드나들 때 이전처럼 통관·검역이 면제되는 겁니다. 이렇게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 국경을 이전처럼 열어두는 것이 지난 1998년에 체결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북아일랜드가 다른 나라인 아일랜드하고는 통관·검역이 없는데, 왜 같은 영토인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들어오는 물건에는 통관·검역이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이게 EU 요구 때문입니다. EU는 영국 물건이 북아일랜드를 통해서 역내로 통관이나 검역 없이 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들어가는 물건에 대해 통관·검역과 검열을 요구했고, 이런 요구를 담은 게 바로 북아일랜드 협약입니다.
진행자) 영국 물건이 통관·검역이 없이 북아일랜드로 왔다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를 통해 EU 역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이 북아일랜드 협약이 발효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통관·검역 절차가 생기니까 북아일랜드로 식료품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거기에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생겼는데요. 북아일랜드와 영국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민주연합당(DUP)이 이 조처가 영국 내 북아일랜드의 지위를 훼손한다면서 1년 전 북아일랜드 연정에서 탈퇴하고 지금까지 연정에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DUP뿐만 아니라 영국 여당인 보수당 내 보수파들도 북아일랜드 협약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아일랜드는 과거 장기간 영토 분쟁으로 유혈사태를 겪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일랜드로의 통합을 원하는 로마 가톨릭계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개신교계 세력이 싸우면서 장기간 유혈사태가 계속됐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해서 위해서 현재 양측 정당이 권력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합의에 대해서 DUP 쪽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제프리 도널드슨 DUP 대표는 27일 성명을 내고 많은 분야에서 분명히 큰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려 사항이 남아있다면서 합의 내용을 자세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DUP와 집권당 보수당 내 보수파가 이번 합의에 대해 어떻게 나올지가 새 합의 이행에 있어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