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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전문가들 “미국 대북 독자제재 실효성 의문…중국 은행, 밀수 업체 등 표적 제재해야”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 활동을 돕는 개인과 기관에 독자 제재를 부과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중국 은행과 밀수 업체 등에 대한 표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에서 대북제재 관련 입법을 자문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재무부가 지난 1일 단행한 대북 독자 제재에 대해 효과를 거두기에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It's hard to say if it will be effective at all, because this group was exposed by independent researchers, non-governmental researchers two years ago. What this tells us is that the Treasury Department is moving much more slowly than the government of North Korea is moving it's been it has been negligent in doing its job. There's no sense of urgency there at all.”

스탠튼 변호사는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에 제재 대상에 오른 단체들은 이미 2년 전에 민간 연구단체에 의해 불법 활동이 노출됐었고 유럽연합(EU)도 1년 여 전 제재를 단행했다면서 이번 제재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관련자들에게 위조 여권을 발급하거나 임무를 교체하는 등의 손쉬운 방식으로 제재를 무력화하기에 2년은 충분한 시간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번 독자 제재는 “북한 정부보다 재무부가 훨씬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으며, 거기에는 긴박감이 전혀 없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1일 북한 정권 산하 기관인 칠성무역공사와 조선백호무역공사, 북한 국적자 황길수와 박화성, 그리고 이들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설립한 회사인 콩고 아콘드 등 기관 3곳과 개인 2명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이날 제재가 부과된 기관 3곳과 개인 2명 중 4개 대상은 이미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앞서 EU이사회는 지난해 4월 칠성무역회사와 백호무역회사, 그리고 황길수와 박화성이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재정적 지원을 했다며 제재한 바 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제재 방식의 문제로 실질적인 규제 조치가 촘촘하지 않은 점을 꼽았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 banks that launder the money seems to have had no kind of punishment or penalty or consequence of any kind. This this was a requirement under U.S. law and under U.N. resolutions that any bank had was obligated to apply enhanced monitoring, according to the U.N. resolutions or enhanced due diligence according to US law. And yet they were able to launder money through the United States.”

미국 법과 유엔 대북 결의에 따라 모든 은행이 강화된 감시 체계를 적용하거나 심사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번 제재 대상들은 버젓이 미국 관계 기관을 통해 돈 세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또 재무부는 이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자금 세탁 은행과 기관에 대한 어떤 종류의 처벌이나 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재무부가 북한의 금융 시스템 접근을 심각하게 제한해야 할 의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은행 시스템을 추적하고 법을 잘 집행하는 지 확인해야 한다”며, 제재를 약화시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o go after the banking system and to make sure it's enforcing the law well. We can see from yesterday's action that that's not happening. And the banks that are doing the most to undermine the sanctions and support North Korea'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are in China.”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은 국제 금융 체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중국 은행들의 북한 자금 세탁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수단을 광범위하게 갖고 있다면서, 중국 은행에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사일 개발 자금 마련을 위해 석탄을 판매하는 회사 등 특정 활동을 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표적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I think it should be targeting specific North Korean trading companies that are engaged in certain activities. And we have done some of this in the past, so it is it certainly includes targeting the companies that for example sell coal to raise money for the missile. We have got to do secondary sanctions against the companies that are buying North Korean coal in flagrant open clear violation of the sanctions.”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산 석탄을 구입해 대북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역회사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은행과 항구들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산업과 북한군에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막는 실질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미국 정부의 이번 독자 대북제재가 상징적 측면의 억지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질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제재 회피를 돕는 중국 은행에 대한 추적과 조치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조짐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선임연구원] “But right now we're not even going after the Chinese entities and individuals that are helping North Korea sanctions evasion or just commenting on those and saying that North Korea is using networks inside of China, but we're not targeting them. So there's a there's a long distance between those two points.”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회피를 돕는 중국 단체나 개인을 추적하거나 북한이 중국 내부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수익원을 직접 겨냥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 측면에서 결과라고 할 만한 것이 사실상 거의 없다면서 미국 정부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수익 창구 근절에 주력하고 북한이 해외 노동자나 석탄 판매, 기타 불법 활동을 통해 얻는 수익을 줄이도록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을 역임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도 “미국 정부의 제재는 환영하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는 매우 불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 “My personal view is that while the U.S sanctions are welcome they are grossly insufficient as a response to DPRK provocations. There are numerous potential sanctions targets operating internationally that have been ignored for years. Sanctions are only as effective as the political will to implement and enforce them. Political will unfortunately seems weak at the moment.”

국제적으로 운영되는 수많은 잠재적 제재 대상들이 있지만 수년 동안 무시됐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제재는 그것을 이행하고 집행하려는 정치적 의지만큼만 효과적”이라면서, 현재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와 관련해 갖고 있는 정치적 의지는 약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6월 한국을 방문한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판문점을 찾았다. 사진: Under Secretary Brian Nelson / Twitter.
지난해 6월 한국을 방문한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판문점을 찾았다. 사진: Under Secretary Brian Nelson / Twitter.

한편 미국 정부는 앞서 1일 단행한 대북 독자제재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면서, 북한 정권의 수익 창출 네트워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브라이언 넬슨 차관] ““The DPRK’s unlawful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threaten international security and regional stability.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targeting the regime’s global illicit networks that generate revenue for these destabilizing activities.”

브라이언 넬슨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안보와 역내 안정을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넬슨 차관은 이어 “미국은 불안정을 조장하는 이런 활동을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북한 정권의 글로벌 불법 네트워크를 겨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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