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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미한 연합훈련 앞두고 담화..."미국이 공해상 북한 전략무기 요격 시 선전포고 간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자신들의 공해상 전략무기 시험에 미국이 요격으로 대응할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압도적 대응태세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7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미군과 한국 군의 “군사적 동태를 빠짐없이 주시 장악하고 있다”며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적중하고 신속하며 압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태세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달 20일 이후 15일 만이고 올해 들어 4번째입니다.

김 부부장은 “최근에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어 광기적인 추이로 나가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과시성 군사행동들과 수사적 표현들은 북한이 반드시 무엇인가를 통해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부를 지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정세를 더 악화시키는 언동을 삼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장거리 폭격기 B-52H(스트래토포트리스)가 6일 한반도 서해 상공에서 한국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하는 등 최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반발로 보입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북한이 현 상황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극도의 긴장상태까지 갔던 2017년과 비슷한 상황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적 지휘부 제거훈련인 이른바 ‘참수훈련’ 등 촘촘하게 진행되는 각종 미한 연합훈련과 잦은 전략자산 전개 등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북 ‘최대 압박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고 미한 군사행동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미국에서 날아오는 여러 가지 전략자산들이라든가 작전이라든가 이런 것을 보면 2017년도에 이렇게 구체화시켜놨기 때문에 굉장히 정교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김 부부장은 또 담화에서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북한이 태평양 지역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즉각 격추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한국의 한 일간지 보도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미 군부의 실제 입장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전경고라며 “태평양은 미국이나 일본의 영유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공해와 공역에서 주변국들의 안전에 전혀 위해가 없이 진행되는 북한의 전략무기 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이 따르는 경우 이는 북한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해마다 태평양을 자기 안뜨락처럼 여기면서 미군이 실시하는 전략무기 시험발사를 만약 제3국이 대응을 명분으로 요격을 시도할 경우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매우 흥미롭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 부부장의 발언이 태평양을 향한 모종의 전략무기 실험이 준비 중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전략무기 실험 일정이 있는데 그것을 요격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사전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요격할 경우 ‘나도 보복준비 돼 있어’ 라는 것을 지금 알리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이 요격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것은 결국 북한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지는 거죠.”

전문가들은 오는 13일 시작하는 대규모 미한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를 앞두고 김 부부장이 전략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로 담화를 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북한의 공해상 전략무기 시험이 ICBM의 정상각도 발사일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관측들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ICBM 정상각도 시험발사를 하려면 미사일 이동경로와 단 분리, 대기권 재진입 등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선박이 탄착지점에 대기하고 있거나 위성을 통한 관측이 이뤄져야 하는데 북한은 그런 역량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4월 중에 군 정찰위성을 쏠 계획을 시사한 바 있고 최근 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엔진 개발을 완료했다고 선전했다며, 김 부부장이 언급한 공해상 전략무기 시험은 위성 발사 또는 위성 발사를 가장한 탄도미사일 발사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김여정이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을 시비 걸면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얘기한 것은 지금 인공위성을 명분으로 한, 인공위성을 가장한 실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그런 의도가 복합적으로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 외무성도 7일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 담화를 내고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을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하며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외무성은 B-52H가 동원된 연합공중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의 핵 사용 기도가 실전 수준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핵전쟁 발발 위험은 가상적인 단계로부터 현실적인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외무성은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북한의 “평화 애호적인 노력에 합세해 미국과 한국에 전쟁연습을 당장 중단할 데 대한 명백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현재 정세 악화는 북한의 무모한 핵과 미사일 개발로 초래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북한은 이제라도 도발과 위협이 아닌 평화를 위한 올바른 길을 선택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최근 당 전원회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북한 지도부가 식량난 등으로 내부 통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에만 의존한 대외정책도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의 담화들이 이런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이호령 센터장] “북한의 담화가 공세적인 듯 하지만 한미의 강력한 대응이라든지 억지 상황에 대한 두려움도 반영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홍민 실장은 북한이 미한의 군사행동에 건건사사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미한의 촘촘한 연합연습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북한의 담화들이 대형 도발을 앞둔 명분 축적용이면서도 최악의 충돌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의중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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