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무인기(드론)와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충돌해 미국 무인기가 추락했다고 미국 정부가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충돌은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중남미 국가 온두라스가 중국과 외교 관계 수립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파키스탄 경찰이 임란 칸 전 총리 체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지지자들과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흑해 상공에서 미국 무인기(드론)와 러시아 전투기 간에 충돌이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14일 오전 흑해 상공에서 미 공군의 정보감시정찰 무인기 ‘MQ-9 리퍼’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했다고 미국 정부와 군 당국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우발적 충돌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미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수호이 전투기 2대가 MQ-9 리퍼 드론에 근접 비행하며 30~40분간 주변을 선회하다 갑자기 그중 한 대가 드론을 들이받았고, 이에 미군은 MQ-9을 국제 수역으로 이끌어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에 통신이 오가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MQ-9 리퍼가 비행한 곳은 국제 공역이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정부는 당시 MQ-9 리퍼는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서쪽 흑해 상공의 국제 공역을 비행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 드론이 자국이 지정한 출입 금지 구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MQ-9 리퍼는 어떤 종류의 드론인가요?
기자) MQ-9 리퍼는 미 공군의 최첨단 무인 공격기로 날개폭만 20m에 달하는 대형 무인기입니다. MQ-9 전술 체계는 지상관제소와 위성통신, 정보 분석 인력 등으로 구성되는데요. 헬파이어 미사일 등 정밀 타격이 가능한 무기 장착도 가능합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MQ-9 리퍼가 충돌 당시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미 국무부는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뻔뻔스러운 국제법 위반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국무부 관리들이 러시아 측 관리들에게 직접적으로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근접 위협 비행에 항의와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사건을 보고받았습니까?
기자) 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또 이번 사건이 만일 “우리가 흑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비행하거나 작전하는 것을 막거나 포기하게 하려는 메시지였다면 그건 실패”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군의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군요?
기자) 맞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계속해서 공해상의 국제 공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흑해는 어느 한 나라에 속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냉전 이래 최고의 갈등 국면에 처해 있는데요. 이번 사건은 두 강대국 간의 긴장 상황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는 충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네. 러시아는 자국이 특별군사작전의 일환으로 출입 금지를 선언한 지역에 미국 드론기가 침범함에 따라 전투기를 출동시켰지만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 무인기는 날카로운 기동으로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물속에 추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드론이 저 혼자 통제 능력을 잃고 추락했다는 건데, 미국 측 발표 내용과는 전혀 다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한 러시아 전투기들은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고, 안전하게 기지로 복귀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 전투기도 충돌에 의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추락한 드론은 회수됐습니까?
기자) 아직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은 추락한 드론을 회수하지 못했으며, 러시아 측도 이를 회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추락 지역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또한 회수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인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미국 정부는 민감한 정보 감시 기술이 러시아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국의 드론이 흑해 일대 상공에서 비행한 것은 도발 행위라면서, 미군 항공기와 군함이 러시아 국경 근처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전투기들이 미군 무인기에 부딪히거나 무기를 발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안토노프 대사는 또한 러시아는 미국과 ‘실용적인 관계’를 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 간에 어떠한 대립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중남미 국가 온두라스가 중국과 국교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이 14일, 중국과 외교 관계 수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트위터에 에두아르도 레이나 외무장관에게 중국과 협상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며 “전 세계 국가들과 함께 자유롭게 국경을 확장하는 것이 자신의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의 국교 수립은 곧 타이완과의 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면서, 타이완의 국제 활동을 저지해왔습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중국과 타이완 양쪽 모두와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현재 타이완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몇 개국이나 됩니까?
기자) 온두라스가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타이완과 단교 수순을 밟는다면 교황청 포함 13개국만 남게 됩니다. 타이완과 현재 공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벨리즈와 파라과이, 과테말라 등 중남미 몇 개국과 대부분 가난하고 작은 카리브와 남태평양 국가들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사실 카스트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중국과 국교를 수립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에서 중국과 국교 수립을 모색하겠다는 것을 선거 공약의 하나로 내걸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1월 취임한 후 온두라스 외무부는 타이완과의 관계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면서, 중국과의 외교 관계 수립이 카스트로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집권 1년 만에 외교 정책을 수정하기로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은 그와 관련, 온두라스 정부는 타이완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받는 혜택들을 저울질했으며 그 당시에는 바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온두라스 정부가 무엇 때문에 마음을 바꿨는지는 명확하지 않은데요. 하지만 현재 중국이 온두라스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는 등 중국의 투자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앞서 코스타리카, 파나마, 엘살바도르, 솔로몬제도 등 여러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는 데 대대적인 자본 투자와 교역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왔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은 온두라스의 이 같은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온두라스 정부에 즉각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타이완 외교부는 성명에서 “우리는 온두라스에 타이완은 동맹국들에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라는 점을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혀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온두라스 정부에 신중히 고려할 것을 요청하며, 중국의 함정에 빠지거나 타이완과 온두라스 간의 오랜 우호 관계를 해치는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타이완 매체들은 타이완 외교부가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해럴드 부르고스 온두라스 대사를 초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중국도 반응을 내놨습니까?
기자) 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온두라스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전 세계 181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기초해 중국과 수교했다는 사실은 중국과의 국교 수립이 역사적 발전과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올바른 선택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타이완 총통의 중남미 국가를 순방 소식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다음 달 초 과테말라와 벨리즈 등 중남미 우방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차이 총통은 오고 가는 길에 미국을 경유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귀국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캐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타이완 매체들이 보도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파키스탄의 정정 불안 사태가 계속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키스탄 경찰이 14일 임란 칸 전 총리를 체포하려고 했는데요. 칸 전 총리 지지자 수백 명이 이를 저지하면서 이 과정에서 양측 간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은 몽둥이와 돌로 경찰에 맞섰고요.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지지자 해산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파키스탄 경찰 당국은 왜 칸 전 총리를 체포하려고 한 거죠?
기자) 칸 전 총리는 지금 폭동 선동과 테러, 부패 등의 혐의로 수십 건의 법정 소송에 처해 있습니다. 파키스탄 검찰 당국은 칸 전 총리에게 여러 차례 소환장을 보냈는데요. 하지만 칸 전 총리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경찰 당국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칸 전 총리를 체포하기 위해 라호르에 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칸 전 총리가 라호르에 있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라호르는 칸 전 총리의 고향입니다.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의 주도로, 수도 카라치에 이어 파키스탄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요.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였던 칸 전 총리는 라호르를 발판 삼아 정계에 진출했고요. 2018년 총선에서 칸 전 총리가 이끈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승리하면서 총리가 됐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칸 전 총리는 중도에 하차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칸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의회의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5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습니다. 정국이 불안정한 파키스탄에서 총리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일은 간혹 있는데요. 하지만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가 물러난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진행자) 파키스탄 의회는 왜 칸 전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한 거죠?
기자) 파키스탄 의회는 칸 총리 정부의 경제, 외교 정책을 문제 삼았습니다. 칸 전 총리는 특히 중국과의 경제 협력 사업을 강행해 파키스탄의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 회복에 실패했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신임안을 상정했습니다.
진행자) 칸 전 총리의 외교 정책도 논란이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칸 전 총리는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바로 하루 전인 지난해 2월 23일, 파키스탄 총리로서는 20여 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파키스탄 정치권에서는 그의 이런 행보가 서방과 파키스탄의 관계에 균열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칸 전 총리는 여전히 의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칸 전 총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자신이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해임된 후부터 지지자들을 이끌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칸 전 총리는 특히 지난해 11월 집회 도중에는 다리에 총을 맞기도 했는데요. 칸 전 총리는 현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라나 사나울라 내무장관, 그리고 모 육군 장성이 자신을 살해할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경찰 체포 시도에 대해서는 칸 전 총리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칸 전 총리는 사건 직후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지지자들에게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살해당한다 하더라도 계속 현 정부를 상대로 이러한 운동을 계속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칸 전 총리는 또 “이 도둑들과 한 사람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말했는데요. PTI 지도부는 칸 전 총리의 강제 체포는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