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탈북민들이 유엔 무대에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증언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고위층 출신의 탈북민은 탈북민들의 역량 강화가 북한 인권 문제 제기의 양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였던 아버지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정착한 이서현 씨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 무대에서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개최한 북한 인권 비공식 회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인권 실상을 폭로한 이서현 씨는 20일 VOA에, 북한의 인권 현실을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고 경각심을 끌어올리는 데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특히 해당 회의에서 자신을 비롯한 탈북민들이 영어 연설을 통해 북한 인권 실태를 증언하고 중국 당국의 북한 옹호를 중국어로 비판했을 때 현장에서 각국 대표들의 호응이 남달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서현 씨]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뜨거웠습니다. 물론 내용도 좋아해 주셨지만 마지막에 중국 공사를 향해서 그렇게 제가 질문한 데 대해서 유엔의 세계 각국 대표 분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이서현씨는 지난 17일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 초청돼 연설을 한 자리에서, 북한 엘리트 가정 출신 탈북민으로서 김 씨 정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설명하면서 중국에서 만난 택시 기사와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이 씨는 택시 기사가 자신에게 ‘북한 지도자 김정일은 왜 중국인들이 인민을 빈곤에서 구하기 위해서 한 것처럼 경제 개혁을 시행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깨닫게 됐다는 증언을 영어와 중국어로 말했습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한 중국 대표를 향해 대화 추진이 절대로 인권에 대해 침묵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하고, “대화를 계속 추진해야 하지만 김정은은 비이성적이고 불안정한 독재자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씨는 당시 회의에서 자신이 중국어로 중국 측 입장을 반박했을 때 중국 대사의 당황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고, 영어로 직접 증언했을 때 통역을 거치지 않아 더욱 생생함을 느낄 수 있어 공감됐다는 참석자들의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서현 씨] “제가 중국어를 하고,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는 내용이 증언에 나옵니다. 그러니까 그 부분을 얘기할 때 중국 공사 분이 눈이 동그래지면서 저를 빤히 쳐다보고 세심히 관찰을 하면서 들었었습니다. 제가 얘기하는 내용에 정부 입장과는 별개로 대부분 다 공감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탈북민들이 역량 강화를 통해 국제 무대에서 영어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발언을 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양식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상을 알리고 눈물로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하던 방식에서 최근에는 북한에서의 경험과 탈북 후 연구활동을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이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녹취: 이서현 씨] “미국에서 교육을 받거나 받고 있는 분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그들의 언어와 접근 방식으로,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함으로써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설득력이 있다 보니까 그 영향이 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씨는 또 자신이 이번 안보리 회의에 초청돼 증언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면서 최근 국제사회가 단순히 북한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 당국에 인권 유린의 책임을 묻고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실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등이 이런 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이서현 씨] “회의를 공동 주최한 미국 대표부나 알바니아 대표부, 공동 후원국으로 참여한 한국, 일본 대표부, 그 외에 모든 발언을 하신 대사님들이 ‘북한 인권 탄압의 책임자는 김정은이다’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다 한 목소리를 내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고, ‘북한의 인권 탄압은 국제 평화나 안보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라는 통일된 인식을 보여줬다는 것이 과거에 찾아볼 수 없었던 기류였다고 봅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도 북한 인권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기하는 데 탈북민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17일 안보리 비공식 회의를 공동 후원했던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의 황준국 대사는 21일 VOA에 회의에 참석했던 각국 대표들로부터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성공적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호주 대사 같은 경우에는 뭐라고 했냐 하면 본인이 유엔 대사로 온 지 3년 정도 됐는데, 오늘 같이 이렇게 감동적이고 파워풀한 회의는 처음 본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각국의 입장을 듣는 보통 회의와는 달리 탈북자들이 직접 나와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얘기해서 전체적으로 회의의 내용이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제가 사실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진지하면서도 감동적이고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황 대사는 특히 지난 17일 회의에서 탈북민들의 발언은 과거 북한 인권 관련 탈북민들의 증언과 성격이 다소 달랐다면서 이들이 유창한 영어로 언어적 장벽을 깨고 북한 문제에 대한 전문적 역량을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그 때 나온 두 사람의 탈북자는 조금 성격이 달랐어요. 우선 영어가 유창한 사람들이고, 그러니까 전달이 확실하게 됐고요. 그 다음에 본인이 딱 겪은 경험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사회 전반적인 것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분석, 전망 등을 다 얘기할 수 있는 그런 분들을 섭외한 거죠. 그런 면에서 또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인권단체로서 회의에 참석했던 휴먼라이츠워치의 루이스 샤르버노 유엔 담당 국장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서현 씨 등 탈북민들의 증언이 북한 인권 문제의 국제 공론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회의에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던 중국 대사를 향해 이서현 씨가 반박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에 매우 놀랐다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앞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점에 매우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샤르버노 국장] “She was responding to the Chinese representative's call for maintaining dialogue with North Korea. And she raised questions about that. You know, we, as Human Rights Watch, don't have any problems with maintaining dialogue with North Korea. We just say that countries should make it clear to them that there needs to be accountability and that the human rights abuses need to end and make it clear to them that the need for accountability will never go away. And these are the kinds of messages that we're bringing.”
샤르버노 국장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돼야 할 자원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전용되고 있다면서 북한 문제에 있어 안보와 인권은 분리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샤르버노 국장] “I think it's important to keep talking about it, we shouldn't just be talking about nuclear denuclearization about the ballistic missile test. Security and human rights cannot be separated. And this was a point that kept coming up in the in the discussions that that that it's all part of the same package that, you know, resources that could be used for the North Korean population are used instead for very expensive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그러면서 이 같은 북한 인권 문제 제기가 국제 공론의 장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 사실에 대한 환기가 계속돼야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앞당길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이서현 씨 같은 역량 있는 탈북민들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