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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동창리에 ‘사일로’ 건설…ICBM은 순안공항 북부 활주로서 발사


20일 동창리 엔진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야산 한 가운데 넓은 지대(사각형 안)가 드러나고 그 중심부에 검은색 점으로 된 미사일 사일로 추정 시설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20일 동창리 엔진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야산 한 가운데 넓은 지대(사각형 안)가 드러나고 그 중심부에 검은색 점으로 된 미사일 사일로 추정 시설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 사일로(silo), 즉 지하 시설을 만들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16일 북한이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은 처음으로 평양 순안공항의 북부 활주로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지하 미사일 발사 시설, 사일로가 발견된 곳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엔진시험장입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소속 연구원들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엔진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사일로 추정 시설이 들어선 지점을 특정한 뒤, 지난 19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이곳에서 발사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습니다.

이 지점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신설한 고체연료 엔진시험대에서 북쪽으로 약 115m 떨어진 곳으로, 현재 이곳엔 가로세로 길이 약 5m의 정사각형 검은색 물체가 놓여 있습니다.

CSIS는 이 검은색 정사각형이 사일로의 덮개라면서 덮개 안쪽, 즉 지표면 아래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일 북한 관영매체 등이 공개한 19일 발사 사진을 토대로 이곳에 사일로가 들어섰다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알파벳 ‘V’ 자 형태로 뿜어져 나오는 화염 사이로 미사일이 땅 아래에서 나오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미사일이 지표면에서 발사될 경우 화염은 일반적으로 옆으로 퍼지지만, 사일로 등 지표면 아래에서 발사될 땐 아래에서 위쪽으로 즉 미사일을 둘러싼 형태로 치솟습니다.

위성사진 분석가들은 이 일대 주변 지형과 화염 흔적 등을 분석해 사일로의 위치를 특정했습니다.

앞서 VOA는 올해 1월 북한이 야산 지대였던 이 지점에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20m와 40m인 지대를 만들었으며, 중심부에서 검은색 물체가 확인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동창리 엔진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지난해 12월(왼쪽) 야산이었던 지점에 공사(원 안)가 진행 중이다. 주변엔 길이 조성됐다. 화살표는 최근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시험을 실시한 시험대. 사진=Planet Labs
동창리 엔진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지난해 12월(왼쪽) 야산이었던 지점에 공사(원 안)가 진행 중이다. 주변엔 길이 조성됐다. 화살표는 최근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시험을 실시한 시험대. 사진=Planet Labs

당시 북한은 이 지대로 이어지는 말발굽 혹은 거꾸로 된 알파벳 ‘U’자 모양의 도로를 만들었는데, 불과 열흘 만에 작업을 완료해 주목됐습니다.

당시 북한이 새 도로와 인접 시설을 만든 배경에 관심이 쏠렸는데, 이번에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그 용도가 파악된 것입니다.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이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을 분석해 이전까지 밝은색이었던 도로가 어두운색으로 위장됐다고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장 주변을 시찰한 영상을 분석해 북한이 위장을 위해 나뭇잎을 도로에 깔았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검은색 물체가 사일로인지, 그리고 이 시설에서 실제로 미사일이 발사됐는지 알기 위해선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과거 호수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했던 만큼, 지표면에 아래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If it's just a hole in the ground and they put the missile in there and launch it from the hole in the ground, that’s not a silo. But if they use a silo or a tool that they used on the submarine or on the barge, then you could probably say that's a silo.”

이어 “단순히 지상에 뚫린 구멍을 통해 미사일을 쏜 것이라면 이를 사일로로 부르긴 어렵지만, 잠수함이나 바지선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의 기술로 발사했다면 이를 사일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센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앞서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의 데커 에벌렛 연구원은 20일 VOA에 사일로는 미사일을 매우 빠르게 발사할 수 있는 시설로, 북한의 신속한 핵 반격에 용이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하 원통형 사일로에 미사일을 넣고 발사 버튼만 누르면 되는 만큼 발사 준비 징후를 적국이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 16일 북한이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은 평양 순안공항의 북부 활주로 지대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순안공항의 북부 활주로와 유도로를 연결하는 도로 한가운데에 16일부터 검은색 대형점이 식별됐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의 북부 활주로 지대의 활주로와 유도로 사이 도로 중심부에 검은색으로 그을린 흔적(원 안)이 남아있다. 사진=Planet Labs
평양 순안공항의 북부 활주로 지대의 활주로와 유도로 사이 도로 중심부에 검은색으로 그을린 흔적(원 안)이 남아있다. 사진=Planet Labs

일반적으로 검은색 점은 북한이 ICBM 등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뿜어져 나오는 화염에 그슬린 흔적으로 분석돼 왔습니다.

이 흔적은 발사 당일 촬영된 16일 자 위성사진에 나타난 이후 가장 최근인 21일까지 현장에 남아있습니다.

이곳에서 발사가 이뤄진 정황은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화성-17형 발사 사진에 나타난 주변 지형은 과거 이 일대 위성사진에 나타난 지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의 콜린 즈위코 기자도 이런 정황을 근거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지점을 발사 장소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ICBM을 발사한 곳에서 북쪽으로 약 2.5km 떨어진 지점을 발사 장소로 선택했습니다.

이번 발사에 동원된 이동식발사차량(TEL)의 이동 범위가 과거보다 더 확대됐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북한은 순안공항 남쪽 지대에서 ICBM 관련 시설을 운용 중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 북한의 ICBM 발사는 모두 순안공항 남쪽과 공항 남부 활주로의 유도로에서 이뤄졌습니다.

이동식발사차량의 이동 거리도 5km 이내로 한정됐었는데, 이번엔 발사가 이뤄진 북부 활주로 지대까지 약 7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한 것입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독 공항 유도로를 ICBM 발사 장소로 택한 데 주목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1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ICBM을 실은 발사차량이 “매우 무거워 도로 표면을 훼손할 수 있다”며 “북한은 가용한 가장 단단한 지면에서 발사하기로 했고, 그곳이 바로 (순안공항) 유도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Apparently that thing is so heavy that it could damage the surface and so they've chosen to launch it from the hardest surfaces they have available, which are the taxiways…That said, what they're suggesting by what they're doing in Sunan is, this missile may not be all that mobile in terms of being able to launch it.”

특히 “순안에서 포착된 활동은 (북한의 ICBM) 미사일이 완벽한 ‘이동식’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그만큼 발사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동식발사차량은 장소와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으로선 가장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이 깔린 순안공항 유도로나 활주로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작년 2월과 3월, 5월, 11월, 올해 2월 그리고 지난 16일까지 여러 발의 ICBM을 쏘면서 순안공항을 유일한 발사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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