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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위협 고조 속 '미한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 선명해져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현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자료사진)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현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다양한 핵 미사일 실전훈련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한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전략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 편들기를 노골화하면서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보다 선명해지는 양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간 최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인 데 이어 미한일 3각 협력 강화를 위한 연쇄 정상회담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달 26일 미국을 국빈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5월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돼 이를 계기로 미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방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사흘만에 기시다 총리로부터 G7 회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G7 회의에 한국과 브라질, 호주 등 정상을 초청한다”고 밝힌 겁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한다”며 참석할 뜻을 밝혔습니다.

히로시마 G7 계기의 미한일 정상회담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성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 정부는 이를 미한일 3국의 공고한 협력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상회담에선 특히 연이은 핵 미사일 실전훈련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억제력 강화 등 3각 안보 협력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맞선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자 안보동맹을 원하고 있고 한국은 북 핵 위협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미국은 물론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도 나서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일단 미국 입장에선 한일 관계가 풀렸기 때문에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사실상의 한미일 3각 동맹 수준으로 강화하려는 게 미국의 의도이고 그 첫 단추가 꿰어졌거든요.”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제 한인 강제징용 갈등으로 법적 지위가 불안정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에 합의했고 한국 외교부는 21일 정상화 조치를 마무리했습니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지소미아와 관련한 제도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한일, 미한일 군사정보 협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G7 계기 미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3자간 확장억제협의체가 출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은 각각 군사동맹 차원에서 확장억제 등에 관한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미한일 3국이 함께 참여하는 관련 협의체는 없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한국과 일본이 이 지역에서 미국의 핵우산이 매우 부족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거기에 기반해서 미국에게 핵우산 강화 요구를 꾸준히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3자간 확장억지력 강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런 가운데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일본 외무성의 각료급 초청 프로그램에 따라 22일부터 나흘간 일본을 공식 방문합니다.

한국 통일부 장관의 일본 방문은 18년만입니다.

통일부는 권 장관이 방일 기간 중 관방장관과 외무대신 등 일본 각료들과 의회 주요 인사를 면담하고 납북자 문제 등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납북 일본인 문제는 남북대화가 이뤄지던 시절 한일 간 협력 사안이었지만 지금처럼 북한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조 현안으로 다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북한의 납북자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도 보지만 인권적 차원에서도 보잖아요. 인도적으로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하는 게 아니라 유엔 인권위 활동을 포함해서 다양하게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거니까 아무래도 일본과의 협력이 최우선이죠.”

미한일 공조 강화 흐름 속에서 중국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도 한층 노골화하는 양상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일 공개회의를 열어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제동으로 의장성명 채택 등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이와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모스크바에서 가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에 제재와 압력을 취해서는 안 되고, 그것은 통하지도 않으며,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러는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동시 추진을 의미하는 ‘쌍궤병진’의 사고와 단계적, 동시적 행동 원칙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끊임없이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연구원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은 북 핵 문제를 둘러싼 중러의 기존 미국책임론, 제재무용론이 이제 정상간 공동성명으로 나왔다며 세계질서 재편을 둘러싼 미중 미러 간 갈등 속에서 미한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더 선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선임연구위원] “북한 도발로 인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것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촉발시키고 있고 이것은 다시 중러의 반발을 사서 북중러가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모양새을 보이고 있고요. 이미 그런 궤도로 진입한 게 아닌가 이렇게 보여지고요. 이런 점에서 대화를 모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요.”

전 선임연구위원은 “북중러가 반미연대를 구축하고 있지만 북 핵 문제를 대화로 풀자는 입장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끌어들여 3국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수준으로 갈 가능성은 적다” 며 대신 중러가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북한과의 경제 협력 또는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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