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 수뇌부가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의 거듭된 전투로 러시아군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며 대반격을 예고했습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은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침략자(러시아군과 용병)들은 인력과 장비 손실에도 불구하고 바흐무트 점령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상당한 힘을 잃고 완전히 지쳐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우리는 크이우(우크라이나 수도), 하르키우(제2 도시), 바라클리아와 쿠피안스크에서 그랬듯이 대대적으로 반격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우크라이나 수도 방어 경험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 지상 군사력을 총괄 지휘하는 인물로서, 미국과 한국의 군편제로 따지면 육군 참모총장에 해당합니다. 수도방위사령관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지상 병력은 시르스키 총사령관 책임 아래, 지난해 2월 24일 개전 직후 한 달여간 계속된 러시아군의 수도 크이우 점령 시도를 막아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크이우 진격로에 투입했던 병력과 장비를 퇴각시키고, 돈바스 일대 동부 전선으로 재배치했습니다.
당시 '군사대국' 러시아의 위세에 밀려,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가 단기간에 함락될 것으로 예상했던 군사·안보전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수도 방어 작전 성공을 발판으로 반격 기회를 잡았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바라클리아와 쿠피안스크 등 북동부 하르키우 주를 대부분 수복했습니다.
■ 바흐무트 격전 8개월째
하지만 마리우폴을 비롯한 남부 주요 도시들은 러시아군 통제로 넘어갔고, 개전 1년을 넘긴 현재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동부 바흐무트 전황은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소속 병력과 러시아 정규군이 바흐무트 동쪽 방면을 장악한 채, 서쪽에 모여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진지를 3면 포위한 상태입니다.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업자는 바흐무트 점령이 임박한 것으로 최근 여러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지역을 러시아 측이 에워싸며 함락 가능성이 커지자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철수론'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당국이 최근 수차례 내놨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바흐무트 최전방을 찾아, 전투 중인 장병들을 격려하고 포상했습니다.
개전 후 젤렌스키 대통령의 바흐무트 방문은 지난해 6월과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기 하루 전인 12월 20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최근 바흐무트 후방 전선을 탄탄하게 구축해 탱크와 장갑차 등 러시아 지상군 전력을 필요충분하게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날인 23일, 헤르손 최전방도 방문했습니다.
■ 오스틴 미 국방 "봄 되면 전장에 변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앞서,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달 15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담 현장에서, 조만간 "그들(우크라이나)이 전장에서 매우 현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아주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를 상대로) 주도권을 확립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전날(14일)에도 "우크라이나가 봄에 언젠가 (러시아군을 상대로) 공세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주도권을 잡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미국·동맹 고성능 무기 지원 서둘러
미국은 최근 에이브럼스 개량형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신속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고 "중요한 전투 능력을 우크라이나에 더 신속히 넘겨주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또한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을 애리조나에 데려와 F-16 전투기 운용에 관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 동맹국들은 이미 현대식 탱크와 전투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인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크이우를 방문해 레오파르트2 탱크 4대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이후 10대를 더해 14대 약속 물량을 우크라이나에 보내 전차 중대 1개 규모를 완성시켰습니다.
영국은 챌린저2 탱크 14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독일은 레오파르트2 탱크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인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레오파르트2 제조국인 독일의 경우, 협력국가들이 보유한 같은 기종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재수출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독일은 이후 자체 지원 계획 물량을 18대로 확대했습니다.
협력국 포르투갈, 스웨덴의 물량을 더하면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탱크는 31대에 이르러, 1개 대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슬로바키아, 미그-29 전투기 4대 인도
아울러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는 미그(MiG)-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슬로바키아 국방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미그-29 13대 가운데 1차로 4대를 무사히 넘겨줬다고 발표했습니다.
나머지 9대도 몇 주 내에 인도를 끝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올리고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 EU, 탄약 100만발 지원 확정
유럽연합(EU)은 23일, 앞으로 12개월 안에 우크라이나에 탄약 100만 발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개막한 정상회의에서 20억 유로(미화 약 21억 달러) 자금을 투입해 포탄·탄약과 미사일 약 100만 발을 신속하게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지난 8일 EU 국방장관들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동에서 결의한 10억 달러 규모 탄약 지원 계획을 더 키운 겁니다.
10억 유로는 기존 재고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10억 유로는 EU 국가들이 공동구매하는 데 쓸 예정입니다.
이날 회의에서 화상 연설에 나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함께 행동할수록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환영했습니다.
다만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현대식 무기를 추가 지원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