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동쪽을 장악한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이 도시 중심부로 진격하며 완전 점령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업자는 11일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소속 병력이 바흐무트의 행정 중심지에 근접했다고 밝혔습니다.
고층 건물 옥상에서 촬영된 해당 영상에서 프리고진 창업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건물을 가리키며 "바흐무트 시 행정청 건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저 곳은 여기서 불과 1.2km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날(11일)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 동쪽을 대부분 차지했다고 확인했습니다.
■ 우크라이나군, 서쪽에서 사수작전
이에 맞선 우크라이나군은 도시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바흐무트 강을 경계로, 서쪽에서 방어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정규군의 압박으로 보급로가 차단될 위기에 처해 있어서, 임무 수행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12일 우크라이나 동부군 사령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측과 23차례 충돌이 있었다고 전황을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전투 과정에서 러시아군 221명이 숨지고 31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습니다.
■ "러 병력 손실 막대"
우크라이나 측 집계에 따르면 바흐무트 일대에서 바그너 그룹을 앞세운 러시아 측의 하루 사상자가 500명이 넘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막대한 병력 손실을 감수하면서 바흐무트 함락을 위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12일) 화상 연설에서 "3월 6일부터 1주일도 안 돼 바흐무트 지역에서만 1천100명 이상 적군을 사살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것은 러시아의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프리고진, 우크라이나 대선 출마 선언
바그너 그룹은 바흐무트에서 잃은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신규 용병 모집에 나섰습니다.
앞서 바그너 그룹 프리고진 창업자는 10일, 러시아 42개 도시에서 모병을 재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프리고진 창업자가 2024년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11일 밝혔습니다.
프리고진 창업자는 이날 소셜미디어 영상 메시지를 통해 "2024년 우크라이나 대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면서 "현직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그리고 전임자인 페트로 포로셴코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진행을 낙관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당선 돼) 탄약이 필요하지 않게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 9일 프리고진 창업자는 바그너 그룹 병력에 더 많은 탄약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한 일 때문에 러시아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의 모든 연락 채널에서 차단당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바흐무트 전투를 주도하고 있으나,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고질적인 보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최근 프리고진 창업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중입니다.
실제로 서방의 제재 등으로 인한 무기·군수품 생산 능력 저하과 함께, 러시아 군부 내 알력 다툼 탓에 탄약 등 조달에 더욱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러시아 대선이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알려진 프리고진 창업자는 정치적 야망을 가진 인물로 이전부터 알려져왔습니다.
프리고진 창업자는 러시아 정계에서 엘리트 관료들에 비판적인 '애국 보수' 단체를 결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세력을 구축해, 내년 러시아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대선이 아닌 우크라이나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이번에 밝힌 것은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이에 관해,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프리고진의 발언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후계자를 꿈꾼다는 정치적 야망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러시아 당국 고위층과의 마찰을 완화하려는 메시지라는 이야기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