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하버드 대학 연설을 마지막으로 방미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 포함된 한국의 의무를 거론하며 독자 핵개발에 선을 그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한 뒤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참석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핵이라고 하는 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 경제학과 정치 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최근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는 데 대해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지만 국내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한국의 자체 핵개발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 윤 대통령]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의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존중하고 이런 것…”
윤 대통령은 또 워싱턴 선언이 과거 재래식 전력을 바탕으로 맺었던 미한 상호방위조약에 핵을 포함하는 업그레이드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 선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보다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나토 핵 공유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 실효성 면에서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과 핵 협박은 한반도뿐 아니라 주변국, 나아가 세계 평화와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윤 대통령] “이러한 전체주의적 태도는 필연적으로 북한 내 참혹한 집단적 인권 유린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최초로 북한 인권 실상 보고서를 공개 출간하였습니다. 500여 명의 탈북자 증언에 기반한 보고서는 남한 드라마를 보았다는 이유로,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당한 끔찍한 사례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어 “인권의 개선은 그 실상의 공개에서 출발한다”며 “국제사회의 폭넓은 인식과 각성이 상황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세계 어디서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바로 독재와 전체주의에 의해서 이뤄진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 대통령] “그럼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은 민주 세력, 인권운동가 등으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늘 경계하고 속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자유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하버드 연설에 앞서 하버드 추모교회에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18명의 하버드 졸업생들을 추모했다며 “이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자유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동맹은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 계약관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 다른 나라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종종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로 나타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윤 대통령]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이 1년을 넘었습니다. 국제법을 위반한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이어 “한국은 올해에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자유 수호를 위한 인도적, 재정적 지원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윤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 방문에 앞서 보스턴의 한 호텔에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미한 양국 간 첨단산업 클러스터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미국의 과학기술 역량과 한국의 제조생산기술 역량이 결합된다면 양국 경제 모두의 윈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클러스터는 비슷한 업종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윤 대통령은 “보스턴은 지금 지구상에서 최고 수준의 클러스터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글로벌 테크·바이오 기업, 세계적 금융기관, 컨설팅, 로펌, 연구소, 병원 등이 협력해 세계 최고의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개최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에는 보스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벤처·스타트업 혁신허브와 임상·연구 병원, 주요 바이오 기업, 투자자, 법률가 등이 참석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