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이 6척의 중국 중고 선박을 불법으로 구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북 해상제재 전문가는 중국의 묵인이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도 거론하며 각국의 독자 제재를 통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은 북한 중고 선박 불법 취득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중국 조선소’를 지목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인 와츠 전 위원은 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들 불법 선박은 부도덕한 선박 중개인과 북한과 연계된 위장회사가 구매자 행세를 하며 벌어진 일이지만, 중국 조선소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세탁된’ 선박을 제공하는 역할에 연루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While these illegal transfers of formerly China-flagged vessels start with unscrupulous vessel brokers and North Korean affiliated front companies posing as buyers, Chinese shipyards, such as the Ningde shipyard involved with the New Konk in 2021, are undoubtedly complicit in their role in providing a 'clean' ship for their customer.”
그러면서 지난 2021년 중국 닝더 조선소에서 세탁된 ‘뉴콘크’호를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뉴콘크호는 최근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자주 연루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선박으로, 앞서 VOA는 2019년까지 이 선박이 한국 깃발을 달았던 선박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특히 2019년 뉴콘크호는 한국 부산항에 입항하며 다음 목적지를 ‘북한’으로 보고했지만 한국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뉴콘크호는 한국을 떠난 뒤 본격적인 대북제재 위반 선박으로 태어났는데, 약 2년 뒤인 2021년엔 중국 닝더에서 선박의 정보를 위조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구매한 중고 선박이 북한으로 향하기 전 중국 조선소 등을 거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일부의 경우, 중국 항구에서 폐선될 예정이라고 밝힌 선박이 중국 조선소를 거쳐 북한에서 운행을 재개한 모습도 관측됐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중국이 북한으로의 선박 이전과 관련한 수문을 개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2020년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도한 이후부터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 중국 영해에서 혹은 중국 영해를 통과하며 발생하는 제재 위반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It would appear that China has opened the floodgates of vessel transfers to North Korea since its December 2020 attempt to lift the lid on North Korea sanctions when one looks at the exponential growth of violations happening in or through China's territory as we can see in the UN reports. The obvious response to Chinese shipyards laundering vessels destined for North Korea should be designation but there have been none since 2018 thanks to the veto power held by China and Russia over the DPRK sanctions committee - similarly, requests for information from the UN panel on such cases are stonewalled and receive vague, totally unhelpful responses.”
이어 “북한행 선박을 세탁하는 중국 조선소에 대한 분명한 대응은 제재 지정을 하는 것이지만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인해 2018년부터 제재는 1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마찬가지로 이런 사안에 대한 전문가패널의 정보 요청도 (중국, 러시아에 의해) 막히거나 모호하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응답으로 되돌아올 뿐”이라고 와츠 전 위원은 지적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유엔의 행동 부재 속에 어떤 조치가 취해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다른 많은 경우처럼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들이 독자적인 제재 조치를 조정하면서 연대하는 것에 달린 일이며, 이는 유엔 제재를 회피하고 약화시키려는 나쁜 행위자에게 집단적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So what can be done in the absence of UN action? As in so many other cases, it will depend on like-minded countries to stand in solidarity as they coordinate their own sanctions measures to create collective pressure on the bad actors working to circumvent and undermine UN sanctions.”
앞서 VOA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을 조회해 중국 선박 6척이 올해 북한 깃발을 달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까지 중국 선적이었던 ‘신홍샹77’호는 2023년 4월 북한 깃발의 ‘태령3’호로 등록됐으며, 지난달엔 ‘덕성’호와 ‘황룡산’호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을 바꿨습니다.
또 북한은 올해 1월엔 ‘향산’호를, 2월엔 ‘태자봉’과 ‘금강1’호를 각각 신규 북한 선박이라며 GISIS에 보고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