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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남미국가연합(UNASUR)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브라질리아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브라질리아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이번 주 브라질에서 ‘남미국가연합(UNASUR)’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우나수르 정상회의가 열린 건 무려 9년 만의 일인데요.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돌아오면서 남미 국가들의 결속 움직임도 부쩍 강해지는 모양새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남미판 유럽연합(EU)으로 불리기도 하는 ‘남미국가연합(UNASUR)’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남미판 유럽연합(EU)”

‘남미국가연합(Unión de Naciones Suramericanas)’은 스페인어 앞 글자를 따서 ‘우나수르(UNASUR)’로 흔히 통칭합니다.

우나수르가 공식 출범한 건 지난 2008년입니다. 그 무렵 남미 대륙에는 좌파 정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이른바 ‘핑크타이드(pink tide)’ 물결이 거세게 일었는데요.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시 브라질 대통령,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반기를 들었던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지도자 우고 차베스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역내 지도자들은 유럽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럽연합(EU)’에서 영감을 받아 남미 국가들의 연합체 결성을 추진했고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바로 ‘우나수르’입니다.

출범 당시 회원국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파라과이, 페루, 수리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로서, 남미 12개 나라가 다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남미 국가로 분류되기도 하는 파나마와 중미의 대표적인 나라인 멕시코는 참관국 자격을 부여받았습니다.

첫 정상회의는 2008년 5월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렸습니다.

“저조한 행보”

남미판 EU를 꿈꾸며 출발한 우나수르는 그러나 몇 년 못 가 동력을 상실하고 간판만 유지한 채 유야무야해졌습니다.

남미 국가들끼리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결속을 강화해 함께 번영하고 안정을 이루겠다는 취지 아래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회원국들이 저마다 정치적, 경제적 사정이 달라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의 부재도 한몫했습니다.

2010년, 룰라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마치고 퇴진했고요.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암으로 투병하다 2013년 사망하는 등 우나수르 출범의 주역들이 떠나면서 구심점을 잃은 겁니다. 그리고 그사이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는 나라들도 하나둘 생겨났습니다.

그러면서 줄줄이 탈퇴 또는 자격 정지 등을 이유로 2023년 3월까지 남아 있던 나라는 베네수엘라, 수리남, 가이아나, 볼리비아 단 4개국에 불과했습니다.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우나수르 탈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남미 국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양극화 현상은 이를 어렵게 했습니다.

우나수르는 2014년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끝으로 그동안 정상회의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룰라의 복귀와 우나수르의 부활”

지난해 10월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이 다시 승리를 거두고 3기 집권을 시작한 건 우나수르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룰라 대통령의 승리는 최근 남미 대륙에 다시 불고 있는 좌파 물결 ‘핑크타이드’에 방점을 찍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페루, 온두라스, 칠레, 콜롬비아 등에 좌파 정부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남미는 지금 제2의 핑크타이드를 맞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룰라 대통령은 올해 집권 3기를 시작하면서 우나수르의 재건을 천명했습니다.

브라질은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권 시절인 2019년에 우나수르에서 탈퇴했다가 4월 다시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30일 무려 9년 만에 브라질에서 다시 남미국가연합, 우나수르 정상회의를 개최한 겁니다.

올해 정상회의에는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페루의 디나 볼르아르테 대통령만 불참하고 기존 11개 회원국 정부 수반은 모두 참석했는데요. 룰라 대통령은 9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서 대화와 화합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이념 대립이 우나수르의 통합 노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하고 우나수르는 이념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건데요. 그러면서 이제는 분열을 끝내고 함께 행동해야만 지금 맞고 있는 다양한 위협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룰라 대통령은 우나수르를 통해 실현하길 원하는 자신의 꿈을 분명히 드러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화폐 통합입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역내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통용할 수 있는 화폐를 도입하자는 구상인데요. 룰라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수르(SUR)’라는 화폐 명칭까지 제안하고 있습니다. 수르는 스페인어로 남쪽이라는 뜻입니다.

“우나수르와 마두로”

남미 국가 정상들이 9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단합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입장 통일이 우나수르의 최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60여 개국은 독재자의 부정 선거로 규정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우루과이, 칠레 같은 나라도 있습니다.

브라질 역시 우파 정부였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시절에는 베네수엘라와 외교 관계를 단절했었는데요. 하지만 룰라 대통령은 이번 우나수르 정상회의에 마두로 대통령을 초청해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그동안 반정부 인사 탄압과 인권 유린 행위 등으로 각국의 전방위 제재를 받으며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마두로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의 지원 속에 사실상 외교 무대에 복귀한 건데요. 이번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 대부분도 마두로 대통령의 재등장에 긍정적인 분위기였다는 전언입니다.

하지만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의 접근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는데요. 전문가들은 우나수르 통합의 최우선 도전 과제는 역내 정치적 변화와 불안정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입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962년생으로 올해 60살입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태어나 한 때 어머니의 고국인 콜롬비아에서 산 적도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버스 운전사에서 시작해 노조 지도자를 거쳐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마두로 대통령이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고등학교 학생회에서 활동하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는 다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청년 시절 카라카스 시내 대중 버스를 수년간 운전했습니다. 그리고 노조 활동과 함께 1980년대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빠질 수 없습니다.

마두로 대통령 스스로 자신을 ‘차베스의 후계자’, ‘차베스의 사도’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1992년 당시 직업 군인이었던 차베스는 좌파 정치 운동을 주도하며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정부를 전복하려고 쿠데타를 시도했는데요. 하지만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고 차베스는 수감됐습니다.

이때 마두로는 차베스 구명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차베스의 변호를 맡았던 실리아 플로레스와 만나 2013년 결혼하게 됩니다. 마두로의 부인 플로레스는 2006년 베네수엘라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 2012년에는 베네수엘라 최초의 여성 검찰총장을 지내는 등 베네수엘라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힙니다.

1998년 차베스가 대통령이 된 후 마두로는 본격적으로 중앙 정치에 뛰어들었고요. 2005년 국회의장을 거쳐 2006년 외무장관으로 발탁됩니다.

이 기간 그는 남미 주변국들과 이란, 시리아 등을 규합해 반미 전선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12년 10월, 당시 암 투병 중이던 차베스 전 대통령은 그를 부통령으로 임명했고요. 두 달 뒤에는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그는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고요. 한 달 후 치른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본격적인 마두로 시대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거에서 그는 야당 후보를 가까스로 누를 만큼 대중적 인기가 없었습니다.

차베스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포퓰리즘(대중 영합) 정치로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고, 성난 민심은 연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에 강경 진압으로 맞서며 인권을 탄압한다는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8년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주요 야당 후보들의 출마를 방해하고 재선에 승리했다고 선언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선거를 치르라고 압박했고요. 마두로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있었는데요. 이번 우나수르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앞으로 그의 외교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남미국가연합(UNASUR)’에 관해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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