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중국으로의 가발 수출을 크게 늘린 가운데 중국 허난성으로 대부분의 수출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등에 가발을 수출하는 허난성이 북한산 가발을 수입해 다른 나라로 재수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4월 한 달간 중국 허난성에 수출한 ‘가발과 속눈썹’ 제품은 미화 1천122만 달러어치입니다.
이 기간 중국 전역에 대한 ‘가발과 속눈썹’ 수출액이 2천268만 달러인 점으로 볼 때 약 절반이 허난성으로 향했다는 의미입니다. 양으로는 약 30t에 달합니다.
과거 북한에서 생산된 가발은 대부분 접경지역인 랴오닝성이나 지린성으로 수출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허난성은 약 517만 달러어치의 가발을 북한에서 사들이며 처음으로 북한산 가발의 최대 수입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3월 한 달을 제외하고 올해 4월까지 줄곧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북한의 대 허난성 가발 수출액은 2위인 랴오닝성이나 지린성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 많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주춤했던 중국의 북한산 가발 수입이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다시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허난성은 북한산 가발 수출 급증 현상을 주도한 지역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VOA는 4월 북중 무역 세부자료를 분석해 3월에 이어 4월에도 북한의 최대 대중 수출품이 가발∙인조 속눈썹 제품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인모, 즉 사람 머리카락의 대중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이에 따라 북한이 중국에서 재료를 들여와 완제품으로 되파는 역외가공 형태의 무역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허난성에 판매한 가발 역시 중국 회사가 북한 노동력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허난성이 가발을 수입하기보단 수출하는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4월 한 달 간 허난성의 가발 수입액은 2천164만 달러인 반면 해외로 수출한 액수는 이보다 약 8배가 많은 1억7천500만 달러에 달합니다.
가발의 주요 생산지인 허난성이 굳이 북한산 가발을 사들인 배경은 내수보다는 해외 수출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허난성이 가발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은 미국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이 의도치 않게 북한산 가발을 수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가발 수출에 특별한 제약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는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북한산 물품에 대한 수입과 재판매 등을 독자 제재에 의거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업들은 제품의 출처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미국 회사 등이 의도치 않게 북한산 가발을 구매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Companies are always obligated to know where the materials are coming from and they should find out. Even if it's not North Korea, they should know where in China's coming from. For example, if it were coming from Xinjiang, that could be a problem for US sanctions. It sounds very complicated, but in the modern world, there's so much data collection. It's quite amazing how you can track up where something is produced. And they do this routinely from everything.”
특히 “제품이 북한산이 아니더라도 기업들은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 물품이 생산됐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구매를 금지한 신장 지역 생산품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그런 규정을 지키는 것이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정보 취합이 쉬워진 현대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실제 생산지 추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 등에게 공급망에 대한 충분한 실사를 통해 대북제재 위반을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을 ‘대북제재 규정의 실효성 위험이 큰 지역’으로 분류하고 의도치 않게 북한산 물품을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이 같은 의무를 소홀히 해 실제 벌금을 낸 미국 기업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엘프 코스메틱스(e.l.f. Cosmetics·엘프)’ 사는 2012년부터 약 5년 간 중국 소재 2개의 납품업자로부터 수입한 인조 속눈썹에 북한산 재료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2019년 엘프 사에 약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