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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GDP 5년 간 25% 감소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북중 국경 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5년 간 국내총생산(GDP)가 25%나 줄어든 가운데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보고를 통해 북한이 엄청난 경제난과 식량난, 그리고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범죄는 물론 아사자와 자살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여당 측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입니다.

[녹취: 유상범 의원] ”아사자 발생도 예년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강력 범죄는 작년 동기 대비 100여 건에서 300여 건으로 급증했고, 최근 자살자가 40% 증가했는데…”

전문가들은 지난 6년 새 발생한 두 가지 사안이 현재의 북한 경제난과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2017년에 있었던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입니다.

북한이 그 해 6차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는 대북 결의 2375호를 채택했습니다.

이 조치로 북한은 10억 달러 이상의 석탄과 무기, 수산물 수출, 그리고 임가공 등 외화벌이가 차단됐습니다.

두 번째 조치는 북중 국경 봉쇄였습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0년 1월 전격적으로 북중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이 조치로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 (조중우의교)를 비롯해 10여 개 북중 출입로가 전면 차단됐습니다.

그동안 중국산 물자는 수 십 대의 트럭에 실려 평안남도 평성과 함경북도 청진의 도매시장으로 운반된 뒤 북한 전역의 400여 개 종합시장과 장마당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국경이 갑자기 차단되면서 설탕과 밀가루, 비료, 식용유 등 생활필수품이 들어오지 않게 됐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보다 국경 봉쇄의 충격파가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Sealing the border rather than sanction, sanction has uneven impact…”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5월에는 북한 내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코로나가 발생하자 북한 당국은 평양과 원산 등 대도시를 봉쇄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경제 활동이 석 달가량 중단되고 농촌 노력 동원도 안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8월 10일 평양에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열고 코로나 방역전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북한의 사망자 수가 3만4천여 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와 북중 국경 봉쇄, 수해, 그리고 코로나 사태는 북한에 물가난과 에너지난, 외화난, 그리고 식량난을 가져왔습니다.

북한의 생명줄인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중국으로부터 물자가 들어오지 않자 장마당 물가가 급등했습니다.

한국 국정원에 따르면 봉쇄 이전에 1kg 당 6천원 대였던 설탕 가격이 2만 7천원으로 올랐고, 1만 6천원이었던 조미료는 7만 5천원으로 급등했습니다.

석유 가격도 올랐습니다. 2017년 4월 평양 시내 휘발유 가격은 kg당 6천원 선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휘발유 가격은 1만4천으로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특히 식량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의 쌀값은 kg당 5천원, 그리고 옥수수(강냉이)는 1천원선이었습니다.

그러나 쌀값은 2021년도에 7천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6천200원 선입니다.

북한의 노동자들이 먹는 옥수수(강냉이) 가격은 더욱 크게 올랐습니다. 1천원이었던 옥수수 가격은 현재 3천200원입니다.

원래 쌀과 옥수수 가격 비율은 3대1 정도입니다. 쌀값이 6천원이면 옥수수는 2천원 정도가 정상입니다. 그러나 현재 쌀과 옥수수 가격 비율은 2대1정도입니다.

이는 노동자 등 가난한 서민층을 중심으로 기근이 확산됐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가난한 사람들은 옥수수가 주식인데, 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사람들이 어렵다는 의미 외에도 돈이 없어 못 사먹는 상황이라는 거에요. 가계소득이 줄었다는 얘기죠.”

국정원은 북한 내 아사자가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지난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굶주림으로 시작해 코로나와 폐렴 등으로 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 ”먹지 못하면 영양이 약해지고, 영양이 약해지면 병균의 피해에 약해지고, 약 없지, 먹을 것 없지 하면 죽는 건데…”

또 장기간 계속되는 식량난과 물가고는 가정 붕괴와 강력범죄, 그리고 자살같은 사회 혼란을 가져온다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 다니는 사람이 배급을 받지 못하면 처음에는 장마당에 나가 돈을 벌려고 합니다. 그러나 장마당에도 물건이 없는데다 단속이 강화돼 장사가 안되면 가재도구을 팔아 버티다가 막판에는 집을 팔고 길거리에 나앉는다는 겁니다. 다시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 씨] ”옛날에 평안도 청남이라는 탄광 지역에서 강냉이 50kg에 집 팔아 먹은 사람이 있었는데, 어려우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문제는 북한 당국이 어려운 주민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단속과 통제를 강화했다는 겁니다.

쌀 가격이 오르자 북한 당국은 장마당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안전원들은 식량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메뚜기’라고 불리는 길거리 가판과 노점을 금지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과 안전원 사이에 욕설과 싸움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아시아 프레스' 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지금 개인의 경제 활동을 엄청 심하게 단속합니다. 장마당의 조그만 두부장수, 담배장수를 단속해 몰수합니다. 그걸 뺏기면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 울고불고 욕하고,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는 보고가 각지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할때 북한의 지난 5년 간 경제 규모 감소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북한 경제가 5년 간 GDP가25% 정도 감소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연구자들이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용승 사무총장은 또 지금 북한이 겪는 경제난은 과거 ‘고난의 행군’ 때와는 성격과 양상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당시에는 시장이 거의 없는 상황이고,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붕괴되는 상황이었고, 반면 최근 5년의 GDP 감소는 무역이나 대외 의존도가 낮아짐에 따라 발생한 것이지 시장이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브라운 교수는 지난 5년 간 경제난이 북한 사회는 물론 정권과 주민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경 봉쇄로 인한 물가고와 마구잡이식 코로나 정책, 그리고 당국의 통제와 단속을 겪은 주민 입장에서는 김정은 정권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People getting not like Kim Jung-un government, of course…”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은 수십만 명의 아사자를 내면서 북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7년에 시작된 북한의 또다른 경제난이 북한 정치와 사회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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