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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베팅 발언’ 갈등 “중국, 한국에 공개 압박…윤 정부, 단호히 거부하고 ‘공동 대응’ 모색해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이 한중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것과 관련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이 윤석열 정부에 대중 기조를 바꿀 것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중국의 강압 행위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일본, 호주 등과의 공동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2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촉발된 한중갈등 상황과 관련해 "중국이 공개적으로 한국을 얕잡아보는 외교 기조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 국민에게 윤 정부의 대중 강경 입장이 향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보좌관] "Beijing is taking a very patronizing public stance in its diplomacy with Seoul. It is clear that China wants to send a signal to the South Korean public that the Yoon Administration's tough stance on China will lead to economic hardship in the future. China's immediate goal is to try to warn the Yoon government against taking further steps that Beijing sees as against its national interests. Beijing is angry over President Yoon's forward stance in supporting the status quo on the Taiwan Strait as well as South Korea's increasing involvement with such Western alliance structures as NATO. Longterm, Beijing wants to have a South Korea that is pliant to Beijing's regional security interests and is less proactive in joining the US regional security architecture with Japan and other US partners."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와일더 전 보좌관은 "당장 중국의 목표는 윤 정부가 자국의 국익에 반하는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타이완해협의 '현상유지' 지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 동맹체와의 관여 확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역내 안보 이익에 순응하고 일본과 기타 미국의 파트너들과의 역내 안보 구조에 참여하는 데 덜 적극적이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8일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관저에 초청해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라며 고압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싱 대사의 발언은 양국 외교부가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는 상황으로 번졌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9일 싱 대사를 불러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한국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빈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한국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인 10일 중국 외교부 측이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싱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업무”라고 설명하며 “한국 측이 현재 양국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되돌아보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한국 정부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이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2일 브리핑에서 싱 대사를 겨냥해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싱 대사의 직무”라며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유지하고 추동하는 것”이라고 싱 대사를 엄호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반적인 한중관계 방향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중국이 딴지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국장] "they're picking bites they're picking because they are irritated in general about the direction that President Yon is going in terms of its relationship with China South Korea's relationship. So in the past South Korea has been pursuing what you would call 'strategic ambiguity' or strategic equilibrium between China and the United States. And now with greater coordination with Japan greater deepening of the relationship between South Korea the United States and Japan...President Yoon's comment on Taiwan you know the comment about how Taiwan is an issue not between just China and Taiwan but this is a global issue which also got Beijing very upset. it's been building up to this right."

과거 한국은 중국에 대해 소위 '전략적 모호성' 혹은 '전략적 균형' 접근을 추구했지만 현 정부는 대일관계 개선과 함께 미한일 3자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타이완 문제에 대해 중국과 타이완 간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문제라고 언급한 것 등에 중국의 불만이 쌓여왔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시각에선 한국이 점점 더 한쪽을 선택하고 있다”며 “중국이 윤석열 정부를 더욱 어렵게 하기 위해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테리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국장] "He's more and more choosing a side from China's perspective. So I think now from Beijing's perspective they're picking fights and they're going to try to make it more and more difficult for the Yun administration. It's the weakest leg of the three legs. so they think they can pressure South Korea more and they have done it before "

그러면서 중국은 미한일에서 한국을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압박을 더욱 높여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테리 국장은 전망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는 이번 사태가 자신들의 역내 '우월성'을 내세우고 주변국의 '복종'을 요구하는 중국 측의 오래된 행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실장] "This is just the latest in a long standing “conversation” between China and its neighbors on how the CCP sees its preeminence in the region and the deference that it is owed by others. It is not clear that this latest incident was engineered deliberately by Beijing or was simply a diplomat speaking incautiously. So I cannot assign any larger intent or purpose to it, except to say that this type of “spat” will occur with growing frequency in the years to come.

다만 이번 사건이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인지 일개 외교관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몇 년간 이런 종류의 '설전'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리스 전 실장은 전망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한반도 정책에 대한 중국의 접근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은 한국이 핵심 외교정책과 국가안보 결정을 바꾸도록 협박하고 모욕하고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China appears to believe it can intimidate and insult the ROK and pressure Seoul into changing its core foreign policy and national security decisions. This is the latest evidence of a major shift in Chinese policy away from "balance" on the peninsula and towards a more overt pro-North Korea stance. I am sure there are veteran diplomats in Beijing who argued against this stance, but the reality is that the PRC has now decided to adopt a more confrontational posture vis-a-vis the ROK."

그러면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 '균형'에서 벗어나 보다 노골적인 '친북'기조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 증거"라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물론 베이징의 베테랑 외교관들 중에는 이러한 입장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중국이 한국에 대해 더욱 대결적인 자세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 정부가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모색하더라도 '강압 행위'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중국은 윤석열 정부를 벌주기 위해 강압적인 경제 수단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Beijing appears determined to use its coercive economic instruments to punish the Yoon government. Past South Korean governments have bent to China's pressure but without achieving significant benefits for the South Korean people. South Korea should show Beijing that it is eager for a cooperative and reciprocal relationship, particularly in trade. But it should make clear to Beijing that it will not be bullied by its large and assertive neighbor."

와일더 전 보좌관은 "과거 한국 정부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지만 한국 국민에게 큰 이익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특히 무역 분야에서 협력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를 열망한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줘야 하지만 강압적인 이웃 강대국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중국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수미 테리 국장은 "중국은 한국이 (압박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면 계속 압박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이 원칙을 지키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국장] "Beijing will just continue to pressure if they think South Korea is very weak about it. So it should stand by its principles and try to have a backbone. I think South Korea needs to find like minded allies work with Japan, work with Australia, work with other countries and collectively try to respond to China."

특히 일본, 호주 등 마음이 같은 국가들과 협력해 중국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실장은 "이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한국은 이미 미한 군사동맹과 2만 7천여 명의 주한미군 주둔,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를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실장] "This is not a question of choosing one side or the other; the ROK has already made this choice, by virtue of the US-ROK military alliance, by the stationing of 27,000+ US troops in the ROK, and not least, by the South Korean people ensuring that the ROK is a democracy with respect for human rights and individual liberties. The challenge for the ROK is not to “balance” these two relationships, but to “manage” its ties with China while it enhances its partnership with the US."

그러면서 "한국이 직면한 도전은 이 두 관계에서 '균형'이 아니라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워싱턴 민간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중국은 한국이 특정 선을 넘을 경우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타이완 방어와 관련해 더욱 전향적인 발언을 하거나 미국 주도의 수출통제에 '올인'하고 다른 국가들과 함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무기화하려는 시도에 동참하는 경우"를 언급했습니다.

[앤드류 여 석좌] "I suspect there will be increased pressure if Seoul were to cross particular lines for Beijing, such as offering more forward leaning statements in defense of Taiwan, or if South Korea were to go all in on US-led export control measures and join other countries in attempting to weaponize economic interdependence. ROK should reiterate that it is not choosing sides, but rather doing its part to uphold a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and provide global public goods which benefit the region. The Yoon government should also reiterate that would like to maintain robust but fair economic relations with Beijing, and continue to find avenues for cooperation on a range of regional and global issues."

앤드류 여 석좌는 "한국은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역내에 이익을 주는 공공재를 제공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또한 중국과 굳건하면서도 공정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역내와 국제 이슈에 대한 협력의 길을 계속 모색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야 한다"고 여 석좌는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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