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당 전원회의 앞두고 농업성과 대대적 선전…전문가 “곡물가 고공행진, 아사자 소식 통제”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황해북도 신계군의 협동농장을 방문했다며 12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사진을 공개했다.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황해북도 신계군의 협동농장을 방문했다며 12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올 상반기를 결산하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농업 등 여러 분야의 성과들을 선전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곡물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북한 당국은 아사자에 대한 정보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달 중순 노동당 전원회의를 예고한 북한이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매체들을 통해 연일 각 분야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식량난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국제사회의 경고음에도 상반기 경제 상황을 결산할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는 양상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알곡 등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12개 중요 고지 여러 부문에서 새 기록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농업 전선에서 눈부신 성과들이 연이어 이룩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주요 매체들은 앞서 지난 8일 올해 관개 건설 목표를 달성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습니다.

기사는 지난 2월 열린 제7차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올해 계획된 20만여 정보의 논밭 관개 체계와 중소 하천들의 바닥 파기, 강령호 담수화 공사, 해안방조제 영구화 공사 과제들이 마무리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가뭄 피해가 심했던 지역들을 위주로 6만여 정보에 달하는 밭들의 관개 체계가 일신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김혁 연구원은 지구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급증으로 관개망 구축은 농업분야에서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연말 개최한 제4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농촌혁명강령’을 천명하고 이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관개 체계 개선 목표를 세워 관련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경제난으로 콘크리트와 철근 등 자재 부족이 심각한 북한으로선 관개시설을 구축했다고 해도 이를 유지 관리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혁 연구원] “일반적으로 북한의 관개수로 자체가 토공수로고, 흙으로 만든 수로거든요. 그러니까 관개망을 다 구축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것을 관리하는 데 굉장히 많은 재원과 인력이 필요한 거죠. 왜냐하면 토공수로라는 게 콘크리트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수로 붕괴, 제방 유실 문제가 끊임없이 해마다 반복이 되거든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당 전원회의가 이례적으로 자주 열리는 것은 북한의 경제난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쌀과 옥수수 장마당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북중 육로 개방이 지연되면서 지금은 9월 개방설이 돌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전원회의를 앞두고 악재에 둘러싸인 형국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전원회의를 이례적으로 지난해 12월, 올해 2월 그 다음에 6월에 또 하는, 이러면 사실 반 년만에 3번이나 하는 건데 이런 역사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핵심이 농업이라고 하면 지금 북한 내 상황은 매우 안 좋고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김정은의 업적, 올해 성과 특히 농업 분야 성과를 띄우는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북한 시장 쌀 값은 kg당 5천500-6천원을 기록했습니다.

주요 지역 옥수수 평균 가격은 kg당 2천933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6월 초중순 가격으론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3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 인권이사회(UNHCR)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42%가 식량 부족으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 내 아사자 발생이 예년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인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회장은 북한 내 식량 사정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만큼이나 어렵지만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로 아사자 소식이 봉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재평 회장] “사망자가 나와도 다 병사 처리해요. 병원에서 되는대로 결핵으로 다 취급해서 코로나로 죽거나 아사를 당해도 그냥 병사로 다 처리하고 사망에 대한 말을 하지 못하게 돼 있어요. 만일 말을 할 경우 반드시 노동단련대나 교화소로 보내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말을 못하게 하니까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아사의 현실이 북한에 퍼지질 않아요.”

식량배급체계 붕괴와 장마당 경제의 확대로 식량난에 따른 취약계층의 위기감이 훨씬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정은이 인도협력연구실장은 “북한은 현재 모든 계층에서 전반적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기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간 동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며 부의 재분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실장은 지난 2009년 북한이 화폐 교환을 실시했을 때처럼 “정보와 권력을 가진 이는 국경 봉쇄 소식을 좀 더 빨리 듣고 수입상품을 독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실장] “최근 코로나 시기에 넘어오신 북한이탈주민들이 계세요. 그 분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얘기해보면 정보를 알고 있고 돈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많은 사재기를 통해서 많은 부를 취득했는가 하면 농촌 등 취약계층, 가난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더 많이 힘들어져서 가전제품을 판다든지 이런 현상들이 나타났다고 하더라고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한편으론 경제 성과를 부각하며 다른 한편으론 당면한 난제들을 집중 토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