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위반 전력이 있는 북한 선박이 러시아 극동지역 나홋카 항구에 입항했습니다. 북한 선박의 러시아 항구 입항은 3년 만에 처음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선박이 나홋카 항구에 입항한 건 현지시각으로 28일 오전 9시 47분 경입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 따르면 나홋카 항구에서 약 6km 떨어진 계선 장소에 대기하던 북한 선박 금야호는 28일 오전 8시 40분 경부터 이동을 시작해 약 1시간 만에 나홋카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어 29일 오전 4시 현재까지 금야호는 나홋카 항구에 정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의 러시아 항구 입항은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약 3년 만입니다.
1991년 건조된 중소형 화물선인 금야호는 파나마와 팔라우 선적을 거쳐 2016년부터 북한 깃발을 달았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에는 함경남도 함흥 소재 성천강수산회사가 금야호의 소유주로 등재돼 있습니다.
금야호는 지난달 20일 나홋카 항구의 계선 장소에 도착했으며, 이후 한 달 넘게 해당 지점에 대기하다가 약 40일 만인 이날 입항을 한 것입니다.
북한 선박이 3년 만에 러시아 항구에 공식적으로 입항하면서 북한과 러시아 간 뱃길 교역이 재개된 것인지 주목됩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까지 매주 1~3척의 선박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홋카 항 등으로 보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금야호 운항을 계기로 사실상 정기적으로 운영돼 온 북러 간 선박 운항이 재개될 지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을 유엔 안보리에 보고하면서 약 2년 4개월 만에 대북 정제유 수출을 재개한 바 있습니다.
금야호가 과거 대북제재 위반 전력이 있는 선박이라는 점도 주목됩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금야호가 2021년 5월 9일 청진에서 석탄을 선적했으며 닷새 뒤인 14일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에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이 해역에 머물던 금야호는 다음 달인 6월 27일 북한으로 돌아갔는데, 중국 닝보-저우산에 머물던 어느 시점 석탄이 하역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나홋카 항이 과거 대북제재 위반에 연루된 곳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9년 나홋카 항에서 석탄 3천217t을 싣고 한국에 입항한 토고 선적 선박DN5505호를 억류했는데, 이후 이 석탄은 북한산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습니다.
북한이 나홋카 항에 석탄을 하역하고, 이후 제 3국 선박이 이를 선적해 또 다른 나라에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북한이 불법 석탄 수출을 감행한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유엔 관계자는 최근 VOA에 금야호의 과거 대북제재 위반 사례에 주목하며 러시아 입항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여전히 금야호가 어떤 물품을 선적 혹은 하역할 예정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