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용병 조직 '러시아 정부 직접 통제' 본격화...아프리카·중동서 활동 이어갈 듯

러시아 정부가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의 해외 조직을 직접 통제하고 국방부 산하로 흡수하는데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28일 트위터를 통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이 지난 26일 국영 방송 RT와 인터뷰한 바그너 조직 처리 관련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4일 발생한 바그너의 무장 반란 사태가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잠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에 안보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를 언급하며 "러시아 정부 관리들이 현지 지도자들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반란이 러시아의 파트너·우방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바그너 그룹이 더이상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러시아 정부의 관리 하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출국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 보도했습니다.

■ 분쟁 지역 곳곳 진출

러시아는 내전이 잦고 치안이 불안한 아프리카 국가들과 접촉해 현지 독재자들에게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며 돕고 있습니다.

또 반서방 쿠데타를 배후 조종하거나 친서방 인사를 축출하는 과정에도 깊게 관여했습니다.

이 과정의 실무를 주도한 집단이 바그너 그룹입니다.

러시아 정규군 대신 민간인 살상 등을 저지르며 현지 독재 정권을 도왔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27일 미국 정부는 바그너 그룹의 해외 활동과 관련한 기업 4곳, 그리고 바그너 임원인 러시아 국적자 안드레이 니콜라예비치 이바노프를 제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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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중동·중남미와 카리브해까지

바그너 그룹은 아프리카 외에, 중동에서도 활동해 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외무부 고위관계자들이 시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정부에 '바그너 사업의 관리 주체가 바뀔 것'이라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28일 전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의 군사력을 아프리카와 중동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바그너 조직을 세세하게 통제하지 않고 관계를 부인하기만 했는데, 지난 24일 발생한 바그너 무장 반란 사건 이후 용병사업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관여도를 높이기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바그너 그룹은 최근엔 중남미, 카리브해로 활동 기반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수단의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데 일조했습니다.

미국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카리브해 진출을 노렸다는 첩보도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지난 4월 보도를 종합하면, 바그너 그룹 측은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정부에 치안 유지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앞서 유출된 미 정보기관 자료에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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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에 의해 전세계에 고용된 인원만 3만여 명으로 알려졌습니다.

■ 벨라루스에 용병 캠프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던 바그너 용병들의 새 거처가 벨라루스에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7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바그너 용병들에게 버려진 군사기지 가운데 하나를 캠프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울타리가 있고 모든 것이 있으니 텐트만 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바그너 용병들의 새 기지 부지로 추정되는 곳이 벨라루스에서 포착됐습니다.

뉴욕타임스가 다음날(28일) 보도한 민간 위성업체 '미디어랩'의 27일 자 위성사진에서 대형 텐트촌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벨라루스 현지 매체들도 관련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벨라루스군 465 미사일 여단의 연병장으로 쓰인 곳입니다.

연병장은 이달 중순까지 비어 있었으나 26일 처음으로 텐트가 지어졌습니다. 26일은 바그너 병력이 24일 반란을 일으켰다가 모스크바 인근에서 철수한 지 이틀 지난 날로,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하면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도착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와 130km 떨어진 지점이고, 벨라루스 군사기지들이 모여 있는 아시포비치와는 20km 거리입니다. 부지 면적은 약 3만2천㎡입니다.

■ 푸틴에 주민 환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4일 반란 사태 이후 처음으로, 28일 모스크바를 떠나 남부 캅카스 지역의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을 방문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이 진행되고 있을 때도 나와 정부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이날 현지에서 말했습니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광장을 걸으며 현지 주민들에게 환호받는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