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 지도자들이 뉴욕을 방문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비롯해 각국 외교관들을 만났습니다. 역량을 갖춘 탈북 청년들이 정책 제안 등 북한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탈북 청년 지도자들이 14일 뉴욕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면담 직후 사회연결망서비스에 사진과 함께 “북한의 인권 침해와 학대로 고통받았던 젊은 탈북민들을 만났다”면서 “그들의 용기에 겸허함을 느꼈고, 지속적인 인권 옹호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엔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의 문제인 이 문제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네이트 에반스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대변인도 이날 면담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오늘 북한의 젊은 탈북민들과 만났다”면서 “대사는 북한 정부의 인권 탄압과 침해 속에서 살았던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인권 옹호를 위한 그들의 용기와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습니다.
[네이트 에반스 미국대표부 대변인] “Ambassador Linda Thomas-Greenfield, U.S. Representative to the United Nations, met today with young defectors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The Ambassador heard firsthand the defectors’ stories of living under the DPRK government’s human rights abuses and violations and expressed appreciation for their courage and commitment to human rights advocacy. Ambassador Thomas-Greenfield reiterated the United States’ continued work, both in and outside of the United Nations, to amplify defector voices, and ensure that the UN Security Council remains seized by this ongoing issue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그러면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유엔 안팎에서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널리 퍼뜨리고 유엔 안보리가 지속적인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를 계속 다루도록 하기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배경의 탈북 청년들이 결성한 ‘젊은 탈북민 지도자 총회’ 구성원들은 지난 10일부터 워싱턴에서 총회를 열고 미국 정부 당국자와 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했으며, 이날 뉴욕으로 이동해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를 비롯한 유엔 관계자들과 만났습니다.
국제관계와 법률, 건축, 정보기술(IT), 영화예술, 언론, 정치,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고 있는 이들 10명의 탈북 청년들은 인권 문제 뿐 아니라 정치와 안보 등 북한 문제 전반에 대해 정책 제안을 하는 등 탈북민 활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이번 총회 모임을 주도한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와의 면담도 이 같은 젊은 탈북민들의 활동과 활약을 평가하고 고취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전문성을 갖춘 젊은 탈북민들이 국제 무대에서 북한 문제 해결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여러 정책 제안도 수렴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문에 안보리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와 미사일 발사 규탄하는 내용에 대해서 토의했고, 대사님은 이제 북한의 변화를 이루고 인권을 이루는 데 젊은 탈북자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를 만나려고 했고, 우리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정책들에 대해서 제안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보여줘야 다른 국제사회도 저희의 활동에 동참하고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탈북 청년 지도자들은 또 이날 오후에는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가 주관한 북한 인권 간담회에 참석해 유엔 내 각국 외교관 100여 명을 대상으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과 정책 등을 제안했습니다.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모두 발언을 통해 인권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북한 현안을 해결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사에 참석한 젊은 탈북민들이 국제 무대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준국 대사] “These individuals may have been labeled as simply North Korean defectors in the beginning, but they are more than that now. We call them young leaders, because they have proven themselves through their unrelenting bravery and invaluable expertise in their respective fields. We expect many great things from them in the future, including their valuable contributions toward the reunification of Korea. I look forward to the stories these young leaders will share with us today. They will provide fresh insight in deepening our understanding of human rights issues in the DPRK, and offer valuable perspective on why it is so important.”
황 대사는 “이들 개인들이 초기에는 단순히 탈북민으로 분류됐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존재가 됐다”면서 “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끊임없는 용기와 귀중한 전문성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젊은 지도자라고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젊은 탈북민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깊게 하는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북한 인권이 중요한 이유에 관한 귀중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탈북 청년들은 국제 무대에서 탈북민에 대한 인식과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던 이서현 씨는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서현 씨] “미국에서 교육을 받거나 받고 있는 분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그들의 접근 방식으로,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함으로써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설득력이 있다 보니까 그 영향이 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국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낸 뒤 작가로 활동 중인 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는 이날 VOA에, 전문성을 갖춘 탈북 청년들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경일 대표] “탈북 기성세대라고 하죠. 북한의 인권 운동이라든가 북한 민주화 또 북한 알리기 운동들은 증언에 의존하고 고통들을 호소하는 ‘고통의 전시’에 머물렀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 청년들 같은 경우는 이제 당사자로서 문제 해결의 주체로 등장을 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고요. 기존의 북한 인권 운동이라든가 북한 문제에 등장했던 탈북민들과는 이제 굉장히 다르다, 세대 교체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됐다라는 것이고요.”
탈북민 정착지원단체인 ‘우리온’의 박대현 대표도 기성 탈북민 세대가 헌신해온 북한 인권 활동의 토대 위에 청년 탈북민 세대가 실제적인 변화를 위한 행동에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대현 대표] “저희 선배들이 겪었던 아픔과 슬픔과 안타까움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국제사회가 그 아픔을 그저 공감하는 게 아니라 공감을 넘어서 액션을 취하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역할을 저희 세대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 탈북민 지도자 총회’ 구성원들은 또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전문적 지식과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북한 문제에 대해 정책과 해결 방안을 제안하는 데 대해 국제사회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김책공대 출신으로 북한의 해외 파견 IT 요원으로 활동하다 미국에 입국한 해리 김씨는 자신의 전문 분야 경험과 북한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북한의 해킹 실태와 인권과의 연관성 등 관련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언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해리 김] “저 같은 경우에 (북한에서 IT 노동자로 일하면서) 당시 한 달에 1천 달러를 벌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1천불을 가지고 들어가면 저한테 돌아오는 돈이 20프로도 안됐었거든요. 그런 계약 조건에 대해서 이제 숫자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실 그것은 북한 정권에 엄청난 큰 타격이 된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좀 했었습니다.”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에서 이주민 변호 활동을 하는 임철 변호사는 역량 있는 젊은 탈북민들이 모여 북한 문제 해결과 인권 개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더욱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임철 변호사] “저희 청년들이 지성들이 모여서 함께 행동하는 힘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북한을 하루 빨리 변화시키고 정말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하는 것을 모두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토론을 하다 보니까 그 가운데서 우리가 어떤 점이 모자랐구나, 또 어떤 점을 개선하고 제안 해야겠구나 하는 점이 발견됐고, 그래서 앞으로도 함께 모여 연대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루이스 샤르버노 유엔 담당 국장은 14일 젊은 탈북민들의 이 같은 활동과 관련해 VOA에 이들이 주도하는 북한 인권 활동의 변화 바람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샤르버노 국장] “It's really important to hear directly from victims themselves and to bring it down from talking about things on a purely political level and to hear about people's personal experiences. It's important that this keeps getting discussed.”
샤르버노 국장은 탈북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하고 정치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경험을 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북한 문제 제기가 국제 공론의 장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 북한의 인권 침해와 당면한 여러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역량 있는 탈북민들이 더욱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