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름반도(크림반도)에 있는 러시아군 훈련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인근 주민 수천명이 대피하고 고속도로가 폐쇄됐습니다.
러시아 측 인사인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크름)자치공화국 수반은 18일 텔레그램을 통해 화재 발생 사실을 밝히고 "2천 명 넘는 인근 4개 정착촌 주민들을 일시적으로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화재 원인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번 화재는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가 폭발로 파손된지 이틀 만에 발생했습니다.
러시아는 이 사건을 우크라이나 측의 '테러'로 규정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보복을 지시했고,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바 있습니다.
◼︎ 현장 영상 속속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소셜미디어에는 크름반도 벌판에서 연쇄 폭발과 함께 큰 불길과 연기가 솟아오르는 영상과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러시아 보안기관 등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들은 "밤을 틈타 감행된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으로 키로브스케 지역 소도시 스타리 크림 인근 군기지 탄약고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지 매체들도 같은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인근 오데사의 세르히 브라추크 군정 대변인은 벌판에서 솟구치는 불길을 찍은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적(러시아군)의 탄약고"라고 적었습니다.
■ 우크라이나 '탈환' 다짐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이지만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불법 병합한 지역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맞선 이번 전쟁에서, 점령지를 탈환하고 크름반도까지 수복하겠다고 여러차례 다짐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2월 24일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군사시설이 몰려 있는 세바스토폴 시와 크름반도 요지에는 여러 차례 드론 공격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크름반도요충지 세바스토폴 시내에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으로 추정되는 공습이 단행돼,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 내 유류저장고 등에 큰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공격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3월에는 크름반도 북부에서 발생한 폭발로 철도 수송 중이던 러시아 순항미사일이 파괴된 바 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해방을 준비한다"면서 "해방은 곧 이뤄질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 "대반격 실패 아니다"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예상보다 부진한 데 관해,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아직 실패한 것이 아니며 투입하지 않은 자원이 많은 상태라고 18일 밝혔습니다.
밀리 의장은 이날 50여 개국 국방장관 등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화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한 것인지 질문에 "내 생각엔 실패와는 거리가 멀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그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습니다.
밀리 의장은 "지금 우크라이나군은 전투력을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최신 무기 등 전투력을 언제 사용할지는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날 UDCG 제14차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훈련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밀리 의장과 함께 회의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특히 우크라이나가 긴급히 필요로 하는 탄약과 관련해, 동맹국들에 계속해서 각국의 탄약 비축량을 면밀히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지금은 속도를 늦출 때가 아니며, 미국과 동맹·파트너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중요 방공체계와 군수품 등을 제공하기 위해 큰 성과를 이뤄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