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른바 ‘전승절’ 행사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참가하면서 북중러 3각 밀착이 한층 선명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이번에 군사대표단을 보내 북한과 무기 거래를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25일 밤 평양에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평양 외곽 순안국제공항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맞았고 북한 군 의장대가 환영행사를 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대표단이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 기념행사들에 참석할 것이라면서 “이번 방문이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관계 강화에 기여하고 양국 협력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의 방북은 북한이 ‘전승절’이라며 경축하는 한국전쟁 정전기념일 70주년을 맞아 이뤄졌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27일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 군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러시아 군사대표단의 방북은 2019년 7월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 일행의 평양 방문 이후 4년 만입니다.
또 전승절 행사에 러시아 정부 인사 참석이 북한 매체에 보도된 것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래 이번이 처음입니다. 2013년 60주년 행사에는 러시아 노병대표단만 참석했습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 파견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서방으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그만큼 북한의 지원이 절실해졌음을 보여주는 행보라는 관측입니다.
우크라이나전을 지휘하는 쇼이구 국방장관이 방북 기간에 전장에 투입할 북한산 무기 수입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러시아가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데 사실 무기체계가 (북한과) 같잖아요. 탄약이나 무기나 이런 문제에 대한 거래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추정할 수 있죠. 국방장관이 오고 군사대표단이니까 실무적으로 군수 담당자가 따라 올 수 있겠죠.”
미국 등 서방 정보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에서 사용할 포탄을 공급했거나 공급하려는 정황이 있다고 의심해왔습니다.
북한 또한 북 핵 문제 악화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전통적 협력 관계와는 다른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김진무 교수는 북한이 자신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번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러시아를 상대로 보다 강력한 북 핵 지지와 에너지 공급 등 경제난 해소를 위한 지원과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러가 전통적 유대 수준을 넘어 군사안보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가 한 단계 발전하고 특히 군사안보 분야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협력 관계가 만들어질 가능성 이런 것들이 주목할 포인트라고 봐야겠죠.”
중국 측에선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리훙중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당정 대표단이 전승절에 참석합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이 양국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데 긍정적이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데 유리하며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 긍정적일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중러 대표단의 전승절 참가와 관련해 “중러가 유엔 안보리를 포함해 북한의 불법적인 위협 고조 행위 중단을 설득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중러는 또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도 “중북 간 교류와 관련해 한반도 정세를 주시하고 있다”며 “중북 관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관계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중국 전문가인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은 미중이 전략경쟁의 과열을 조절하는 차원에서 최근 대화 무드를 만들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은 대북 관계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차원에서 전승절 행사에 참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선임연구위원] “미중 간 대화 무드가 좀 있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다소 불확실하고 불안정스럽고 한 측면이 또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관리한다, 북한과 중국 간에 상호 의견 교환이라든가 이런 내용들이 하나의 예측해 볼 수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중국의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시선에 보다 민감하고 전쟁 중인 러시아보다 오히려 북한과 북 핵 문제 등을 놓고 입장차가 있다며, 이번에 당 정치국 위원 수준에서 대표단장을 고른 것도 일종의 수위조절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에 중러 대표단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에 미 전략자산 전개와 미한 핵협의그룹 출범, 다음달 미한일 정상회의 개최 등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안보상 압박이라며 북중러 연대 과시 차원의 친서 전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한미일이 선명하게 협력구도를 강화하기로 입장을 정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북중러 연대 강화는 필요성이 있는 것이고, 최근 중러 간에도 군사훈련이 해상훈련을 비롯해서 지속적으로 실시가 되고 있거든요.”
한편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승절을 앞두고 25일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참전 열사묘와 중국군묘를 방문했다고 26일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