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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국 ‘한일 안보협력 진전’ 기회 맞아…현실적 접근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후미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G7 정상회의가 열린 히로시마에서 회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후미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G7 정상회의가 열린 히로시마에서 회담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8일 열리는 미한일 정상회의를 한국과 일본 간 안보 협력을 진전시킬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기존 협력의 제도화 등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은 이번 미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국들이 국방 협력과 협의를 강화하고 있음을 북한과 중국에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2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한일 양국 지도자들이 역사 문제로 인한 국내 정치적 제약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안보 협력을 진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워싱턴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e us wants to indicate to North Korea and China that the allies are increasing their defense cooperation and consultation.I believe Washington thinks that there is an opportunity because both leaders in both Korea and Japan seemed to be willing to move ahead with security cooperation even though there continued to be obviously domestic political constraints in both Korea and Japan because of the history issues...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8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3국 정상이 국제회의 계기가 아닌 단독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미한일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안보 영역 및 그외 영역에서도 더욱 긴밀한 3국 연대"를 약속했으며, 특히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한일 협력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정부 아래서 한일관계가 회복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한일관계 진전을 높이 평가하며 양국의 안보 협력 확대를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 그리고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등 미국의 역내 전략을 실현하는 데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미한일 해군이 지난 4월 한국 동해상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의 벤폴드함, 한국의 율곡이이함, 일본 아타고함 등 세 나라의 이지스 구축함이 참가했다. 한국 국방부 제공 사진.
미한일 해군이 지난 4월 한국 동해상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의 벤폴드함, 한국의 율곡이이함, 일본 아타고함 등 세 나라의 이지스 구축함이 참가했다. 한국 국방부 제공 사진.

미 국방장관실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역내 최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간의 협력과 안보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The United States recognizes that stronger cooperation and security ties between its two greatest regional allies, South Korea and Japan, is critical to its efforts to advance its Indo-Pacific strategy."

헤이노 클링크 전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3국 모두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헤이노 클링크 전 부차관보] "It is in all three countries' security interests to convey a united front to deter aggression not only from the DPRK, but also from China and Russia."

랜드연구소의 제프리 호넝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20, 30년 전의 미국이 아니다"라면서 "동맹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녹취: 호넝 선임연구원] ""The United States can't do it alone. It it's not the United States of 20, 30 years ago. And so the United States requires its allies' assistance. And so the more that its allies can work together there is strength and unity. The balance of power has shifted as such that the United States no longer enjoys a monopoly of power in the military domain as it once did. Regional adversaries like China have capabilities today that require more deterrent effects than the United States alone can muster, thus necessitating the United States working closer with its regional allies and partners."

"힘의 균형이 바뀌면서 미국은 더 이상 과거처럼 군사 영역에서 독점적인 힘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따라서 "중국과 같은 역내 적국들은 오늘날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억지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역내 동맹국, 파트너와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호넝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모두 기꺼이 협력할 의지가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할 역사적 기회"라면서 "워싱턴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기회가 왔을 때 가능한 많은 것을 이루려 한다"고 호넝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관건은 한일 안보 협력이 어느 수준으로까지 확대되느냐입니다.

지난해 4월 한국과 일본은 5년 만에 외교안보 대화를 재개하며 "안보 협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종료'를 통보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절차도 지난 3월 완료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2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2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이런 가운데 미한일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했고 3국 연합훈련의 정례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안보 협의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미국은 미한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한국과 일본이 공격과 관련해 상호 협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넣고 싶어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한일 안보협의 의무화' 추진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1일 관련 질문을 받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상호 노력과 관련해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모든 일을 하기 위해 두 나라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원칙만 밝혔습니다.

통상적으로 '유사시 안보 협의 의무화'는 동맹 간 이뤄집니다.

집단방위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경우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 또는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특정 회원국의 의견이 있을 경우 회원국이 함께 문제를 협의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어느 시점에선 3국 동맹을 바라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안보 문제에 대해 서로 협의해야 할 이웃 국가로서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점진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랭크 엄] "I think the United States would love to see a trilateral alliance at some point but recognizes the reality that this will not happen in the near-term. So it may be working incrementally toward a recognition by both South Korea and Japan that it has obligations as neighbors to consult with each other on security matters. I think a security alliance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 is not realistic at the moment due to potential domestic backlash in South Korea stemming from unresolved historical disputes from the colonial period. Also, China's potential response to a ROK-JPN alliance would be another worrisome factor. But a statement that South Korea and Japan have a duty to consult on important security contingencies like an attack and potential countermeasures would be good national security policy."

엄 연구원은 역사 문제로 인한 한국 내 반발 가능성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한일 안보 동맹이 현실적이지 않으며, 한‧일동맹에 대한 중국의 잠재적 대응도 우려스러운 요소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공격과 같은 중요한 안보 우발 상황과 잠재적 대응책에 대해 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성명은 좋은 국가 안보 정책이 될 것"이라고 엄 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3국 간 공식적인 '공동안보 합의'와 같은 수준의 결과물이 이번 정상회에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도 이런 방향을 선호하고 '공동 안보 합의'가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미국도 현재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번 공동성명 등에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방 협의와 협력을 강화하는 합의"를 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관측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일 안보협력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을 제안했습니다.

국방 전문가인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궁극적으로 한일 간 '안보동맹 수준'을 바라는 것은 "맞다"면서도 "너무 빨리 너무 멀리 밀어붙이는 것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 "I think your premise is correct. However, pushing too far too fast may not work. Indeed, just a few years ago, Japan-ROK relations were at their worst in decades according to many knowledgeable observers. Intelligence sharing and coordination is probably more realistic than cooperative war planning at this point (and for the foreseeable future)"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실제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일 관계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현 시점에서는 (그리고 당분간은) 협력적인 전쟁 계획보다는 정보 공유와 조정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호넝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공식적인 동맹조약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미한일 안보협력을 더욱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호넝 연구원] "I don't think the United States is not thinking of a formal treaty alliance...I believe that the US interests as well as Tokyo and seoul's interests would be mutually addressed by institutionalizing a lot of the relationships that have largely been AD hoc until now, things like GSOMIA, data sharing but also pushing forward with new venues for them to discuss mutual concerns. Maybe an annual leaders' meeting to talk just about security concerns maybe institutionalizing something like a two plus two among the three countries something that gives Japan,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a institutionalized relationship similar to what we see with AUKUS similar to what we see with the QUAD"

지금까지 주로 '임시방편' 성격이었던 한일 군사정보호호협정, 데이터 공유 등을 제도화하고 한국과 일본이 상호 우려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구축함으로써 미한일의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호넝 연구원은 그러면서 안보 문제에 특화한 연례 정상회의, 미한일 간 외교안보 2+2 회의를 비롯해 '오커스(미국,호주,영국)'나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과 비슷한 미한일 협의체를 제도하는 것이 3국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클링크 전 부차관보는 한일 안보협력이 ”체계화되고 제도화된 협력과 통합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미국의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링크 전 부차관보] “Reaching a level of cooperation and integration that is codified and institutionalized is the objective. This would help to potentially insulate the security relationship from political turmoil in case of future leadership changes.”

클링크 전 부차관보는 “이것이 향후 리더십 교체에 따른 정치적 혼란으로부터 안보 관계를 잠재적으로 분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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