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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밀착 속 ‘탈북민 단속 카르텔’ 강화…국경 개방 뒤 대규모 강제송환 우려”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 요구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 요구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이른바 ‘전승절’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내 탈북민들에 대한 단속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면 대규모 탈북민 강제북송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과 러시아 당국의 탈북민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에 따른 인권 문제도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실종돼 탈북 의혹이 제기된 북한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 직원의 부인과 아들은 이후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북한 측에 인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이들을 찾기 위해 뿌려진 실종자 전단에 따르면 이들 모자는 북한식당 ‘고려관’의 지배인 김모 씨와 아들 박모 군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식당 부지배인이 망명을 시도했다 붙잡힌 사건에 연루돼 북한 영사관에 연금돼 있다가 탈출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지난달 자신의 북한 전문 유튜브 채널인 ‘대동강TV’에서 이들 모자가 연금돼 있던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영사관에서 탈출했다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돼 현재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감금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이 사건을 중앙수사기관인 연방수사위원회 지휘 아래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을 관할하는 연해주 지부가 형사 사건으로 다뤘습니다.

조 박사는 러시아 중앙 수사기관이 직접 나서 난민 추정이 가능한 이들 모자에 대한 조사를 형사 사건으로 다룬 것은 인권 탄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탈출한 사람에게 범죄 혐의를 씌워 실종신고를 하는데, 러시아 당국이 이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추정인 겁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 모자는 탈북을 시도했고 북한 측이 이 사람들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신고를 한 정황으로 추정되고 러시아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넘긴 정황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북러 간 탈북 방지를 위한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 따라서 지금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고.”

조 박사는 최근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을 계기로 북러가 정치적으로 강하게 밀착하는 흐름 속에서 중국보다 양호했던 러시아 탈북 여건이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중국에선 강화된 반간첩법이 지난달 1일 발효되면서 중국 내 탈북민들과 이들의 탈북을 돕고 있는 활동가들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은 간첩 행위에 대해 기밀정보 유출은 물론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국가안보와 국익 저해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단체인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회장은 해당 법이 사안에 따라 무기징역과 사형도 가능하다고 돼 있어 탈북 활동 위축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재평 회장] “구출 활동하는 선교사들이나 탈북민 대상으로 하는 선교사들한테는 일반 선교활동으로 보는 게 아니라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니까, 그걸 간첩으로 취급하니까 그 사람들한테는 위협적이고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시키는, 그래서 제가 아는 한 분은 그걸 포기하고 들어왔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은 중국이 지난해부터 탈북민들의 SNS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인공지능, AI 등 첨단기술까지 동원해 탈북민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장은 중국 지린성의 한 탈북 여성이 지난달 중국 공안에 잡혀가 겪은 일들을 전했습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사람마다 특별한 동작 패턴이 있나 봐요. 공안이 그것을 영상으로 다 찍고 홍채 인식하고 손바닥, 발바닥 지문까지 스캔하고 영상을 찍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제는 탈북자들이 도망다닐 때 변장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다 감안해서 AI 기술을 이용해서 감시망을 촘촘히 해서 이 사람이 탈출할 경우 다른 사람들까지 그 사람과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다 잡히는 거죠.”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비상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조만간 국경을 개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 내 북한 측 수용시설에 감금돼 있던 탈북민들이 대거 강제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최근 탈북민 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이 된 이한별 소장은 중국 공안이 올해 초 칭다오 등 중국 남방 지역에서 대규모 탈북민 단속을 벌여 500명 정도를 붙잡아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중국 수감시설에 구금된 탈북자 규모가 2천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한 바 있고, 한국 내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지난 6월 초 600∼2천명이라는 추정치를 내놨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중국 내 탈북민 감금 시설이 부족해 베이징 주재 대사관 화장실과 베란다까지 창살을 설치해 감옥으로 만든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9월 말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한 이후 국경을 개방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러 당국과 탈북민 단속 카르텔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국경 개방과 함께 탈북민 강제송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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