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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경 개방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분수령될 듯…코로나 재확산 조짐 변수


북한 신의주 국경 철책에서 군인들이 순찰하고 있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모습. (자료사진)
북한 신의주 국경 철책에서 군인들이 순찰하고 있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모습.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일명 ‘전승절’ 행사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참가시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봉쇄했던 국경 개방이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는 9월 말 항저우 아시안게임 북한 선수 대표단 파견이 유력하지만 한국 등 신종 코로나 재확산 조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말 이른바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훙중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정 대표단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초청했습니다.

북한이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처음 외부 사절이 북한을 방문한 겁니다.

중러 두 나라 대표단은 이번 방북 과정에서 격리기간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평양에서 공식 일정에 돌입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들과의 악수 등 신체적 접촉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평양에서 벌어진 전승절 경축행사에 모인 수만명의 군중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에 보여줬고, 조만간 인적 교류를 포함한 실질적인 국경 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최근 전반적으로 방역을 완화하는 조처를 했고, 국제 스포츠행사 참가를 준비하는 동향 등으로 볼 때 어느 정도는 국경 개방이 시간 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중러 대표단 방북 행보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주민들에게 알린 것도 국경 개방 준비를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오는 9월 말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선수단과 함께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선수와 코치, 응원단 등 약 200명의 파견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북중관계 전문가인 이상숙 교수입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중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이고 북한이 어느 때보다도 중국과의 협력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스포츠나 사회문화 협력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있기 때문에 이번엔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선 신종 코로나 발발 이후 평양 주재 외국 대사들이 모두 철수했고 지난 3월 왕야쥔 중국대사만이 평양에 복귀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북한이 본격적인 인적 교류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 대사들도 평양 복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외국의 대사들이 지금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단계적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최근 평양에 주재했던 대사들이나 이런 쪽에선 일단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있는 9월 전후가 될지 연말이 될지는 모르지만 단계적으로 들어가는 걸 전제로 하고 상당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북중 국경 지역의 일부 세관엔 대형 화물차들과 콘테이너들이 집결한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찍은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라진시 원정리 세관에 트럭과 콘테이너들이 줄지어 있거나 모여있는 모습들이 잡혔다고 말했습니다.

원정리 세관과 두만강 건너로 연결된 중국 측 훈춘시 취안허 세관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세관들 사이에는 간간이 물류만 오갈 뿐 인적 교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지난 5월부터 모든 지역에 있는 지방 세관들이 다 업무에 착수해서 물자 교류 신청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서류 작업이 시작돼 있는 상황이어서 상당한 정도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이게 이제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열리지 않으니까 언제 열려나 위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고요.”

인적 교류를 포함한 실질적인 국경 개방이 여전히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최근 한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자에 한국에서 ‘악성 비루스’ 감염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국 방역 당국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직전 주 대비 17% 증가했고 특히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하루 확진자가 5만명을 넘었습니다.

하루 5만명대 확진자가 나온 것은 6개월만입니다.

이는 백신 예방접종과 감염 등을 통해 형성된 면역이 시간이 지나 약해졌고 면역회피력이 다소 높은 오미크론 XBB 계열의 변이가 유행한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지금 다시 여름철 코로나 재확산 흐름 이것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국경 개방 선택이 지금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개방의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9월까지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러시아 내 소식통의 말을 빌어 지난 2월 이후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 봉쇄가 해제되면서 곧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흘러 나왔는데 최근 들어 귀국 시점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며, 신종 코로나 재확산 여부가 변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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