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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정원 “러시아, 북한에 연합군사훈련 제안”…전문가들 성사 여부 엇갈린 전망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8일) 공개한 사진. (자료사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8일) 공개한 사진. (자료사진)

한국 국가정보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연합군사훈련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에 북러 간 군사 협력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27일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큰 틀의 군사 협력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1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특히 러시아 측에서 북한에 포탄과 미사일 판매와 함께 연합군사훈련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노후 장비 수리를 포함한 기술 지원을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국정원은 판단했습니다.

국정원은 지난 8일엔 러시아 수송기가 평양에서 군수물자를 반출한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연합훈련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일 경우 북러 관계는 새로운 차원에 접어드는 셈이라며 성사 여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동북아시아에서 미한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은 이에 맞서 합동훈련을 이미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에 합동훈련을 제안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동북아에서의 긴장 고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러시아로선 미국의 관심을 동북아 쪽으로 끌어오는 게 자신들한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 같은 차원에서 북러가 공동으로 연습한다고 하면 이건 또 차원이 달라지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합동군사연습에 대해서 당연히 전략적 관심이 있다고 볼 수 있겠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이 강화되고 있는 미한일 협력에 단독으로 맞서는데 군사적, 경제적으로 힘에 부칠 수밖에 없고 추가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위한 러시아의 기술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 박사는 이에 따라 북한이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만일 북러 연합훈련이 성사될 경우 훈련 내용이 핵과 미사일 운용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북한 입장에선 핵 미사일에 있어서 기술적 지원을 받는 것에 더해서 이 핵 미사일을 한반도 전장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실무적인, 군사적인 협력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연합훈련이라고 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훈련상 지원을 한다고 하면 핵 미사일 부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정성장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른바 ‘조선 해방의 날’ 78주년을 맞아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 발전”을 강조한 대목을 짚으면서 북러 관계를 냉전시대 동맹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 방북한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국방 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과 전술, 전략적 교류를 더욱 발전시켜 가자”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와의 연합훈련에 선뜻 응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선대지도자들부터 주체사상을 기초로 대외정책에 있어 자주노선을 견지해왔고 이에 따라 냉전시기에도 ‘혈맹’이라는 중국을 비롯해 어떤 나라와도 연합훈련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제안은 미한일의 안보 협력 강화 흐름에 맞서 동북아에서 일종의 연합전선을 만들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북한이 금과옥조로 삼아온 자주노선에 대전환이 불가피한 선택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대국주의 반대가 끊임없이 그들이 외쳐왔던 구호인데 그러니까 자주국방 자력갱생을 얘기를 하는 거고요. 그런 대외정책의 큰 변화를 북한이 지금 수용할 것인가 의구심이 있고 또 두번째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북침훈련이라고 그렇게 문제 제기를 하는데 자기들이 이걸 해버리면 명분을 잃게 되잖아요.”

북러 간 국방력 차이, 특히 북한의 해군, 공군과 재래식 무기 전반의 취약성으로 연합훈련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북한은 해군과 공군력이 질적 양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며 그렇다고 러시아 군이 북한 영토로 들어와 지상군 훈련을 펼친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력에 있어서의 대칭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훈련할 수 있는 양태랄까 훈련의 성격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러시아와 북한이 훈련의 형태를 갖출 수 있겠느냐 거기에 조금 회의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북러 간의 군사 협력 강화 움직임은 러시아 핵과 미사일 기술의 북한 이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이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개발 속도가 미한의 예측을 뛰어넘고 있는 데 대해 러시아의 지원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ICBM 재진입 기술이나 다단투 ICBM 기술, 정찰위성 기술 나아가 핵잠수함 개발 등을 위해 러시아의 도움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재래식 무기와 탄약 확보가 절실하고 미국을 위협하는 카드로 자신과의 공동전선 구축을 필요로 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의 핵심기술과 첨단무기 재료 지원을 원하겠지만 러시아는 자신이 참여했던 유엔 대북 결의를 어기는 데 따른 외교적 부담을 고려해야 하고 첨단무기 기술이 핵심 국익에 해당하는 점에서 북한의 요구에 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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