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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해 중국서 고급 주류 수입 크게 늘려…7개월 550만 달러


지난 2019년 2월 중국 단둥의 세관 입구.
지난 2019년 2월 중국 단둥의 세관 입구.

북한이 올해 중국에서 위스키와 와인 등 고급 주류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각국이 고급 주류를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사치품’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중국이 그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올해 대중국 고급 주류 수입액은 약 550만 달러입니다.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 세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북한은 위스키와 보드카 등 증류주 약 355만9천 달러어치와 와인 194만9천 달러어치를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이 기록한 증류주 수입액 328만 달러와 와인 수입액 96만 달러, 즉 전체 고급 주류 수입액 424만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전과 비교하더라도 북한의 고급 주류 수입액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의 2019년 고급 주류 수입액은 1천274만 달러로 올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1년 총 수입액이 649만 달러와 228만 달러를 기록한 2018년과 2017년의 월 평균 수입액은 올해보다 적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019년 수준에 근접하는 것은 물론 2018년 수입액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북한은 총 7종의 증류주를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이중에선 위스키가 212만4천 달러어치, 양으로는 13만3천 리터가 수입돼 다른 주류보다 월등히 많았습니다.

이어 108만6천 달러 (4만3천 리터) 수입액을 기록한 ‘포도주나 포도즙을 짜낸 찌꺼기에서 얻은 증류주’와 수입액 27만6천 달러의 ‘기타 증류주’가 각각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밖에 중국 백주(바이주)와 보드카가 각각 7만1천 달러어치와 7만 달러어치가 수입됐고, ‘리큐르(liqueur)∙코디얼(cordial)’과 ‘진(gin)∙제네바(geneva)’가 각각 수입액 3천 달러와 543달러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와인의 경우 ‘2리터 이하 용기에 담긴 포도주’ 163만7천 달러어치가 북한으로 유입됐으며, ‘2리터 초과 10리터 이하 용기에 담긴 포도주’가 수입액 30만 달러로 2위에 올랐습니다.

또 스파클링 와인으로 불리는 발포성 포도주가 수입액 1만2천달러로 전체 와인 수입액에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종합하면 북한은 최근 7개월 동안 10종의 고급 주류를 중국에서 사들이며 약 550만 달러를 지출한 것입니다.

이 같은 북한의 고급 주류 수입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2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는 이런 종류의 상품(고급 주류)은 보통 외국인 관광객이 호텔에서 찾는다고 여겨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이 전혀 없는 만큼 외국인보단 분명 북한 내부를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t's interesting because those kinds of products were usually thought of as going to foreign tourists, for the hotels, but there's obviously no foreign tourists. So, we can't say that it's for foreigners. It’s obviously for Koreans.”

브라운 교수는 “요즘 엘리트층은 물건을 수입해서 더 비싼 값에 팔아 큰 이익을 남기는 사업가들”이라며 “그런 부류의 사람들, 즉 성공한 사업가들이 주류를 구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ut really the elites nowadays are the business people who've managed to import products and sell them for a lot more, make a big profit. So, I suspect it's that class of individuals, the successful businessmen that are buying it…One thing he could be doing instead of giving pays in a reasonable manner to these officials. He could be giving out more gifts like that.”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합리적인 금액의 급여를 정권 내 인사들에게 주는 대신 주류와 같은 선물을 더 많이 줄 수도 있다며, 최근 주류 수입의 급증 배경을 추정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채택한 대북 결의 1718호를 통해 북한의 사치품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이어 2016년 채택된 2270호와 2321호를 통해 다시 한 번 대북 사치품 거래 금지 규정을 상기시켰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북한 지도층이 사치품으로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는 국제사회 우려가 반영된 조치였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대북제재 규정에 적용되는 사치품 목록을 정리해 발표했는데, 여기에 위스키와 와인 등 고급 주류가 포함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2009년 주류와 화장품, 시계, 악기 등 총 13개 품목을 사치품으로 규정하면서, 주류에 대해선 증류주와 와인이 거래 금지 대상이라고 발표했었습니다.

또 싱가포르 정부는 앞서 북한에 주류를 판매한 자국인을 형사 처벌했으며, 네덜란드 정부는 북한으로 향하던 보드카 9만 병을 자국 항구에서 적발해 압류한 바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 상당수가 주류를 사치품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북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사치품 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일부 유엔 회원국은 물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과도 특정 물품의 사치품 여부를 놓고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주류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고급 주류 수출을 문제 삼자 중국은 서한을 통해 “주류는 북한으로 수출이 금지된 물품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고, (안보리 대북) 결의는 전문가패널에게 사치품 범위를 해석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이 이 같은 논리를 내세울 수 있는 근거는 안보리 결의가 구체적으로 명시한 사치품이 요트와 고가 차량, 귀금속, 여가용 스포츠 제품 등 10여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안보리는 사치품과 관련한 조치를 결의에 포함시킬 당시 구체적인 추가 사치품 목록은 각국이 만들어서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이 목록을 만들지 않는 것은 물론 북한에 허용되는 사치품 범위를 다른 나라보다 넓게 잡으면서 고급 주류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서 미국 측 대표로 활동한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과거 VOA와의 인터뷰에서 “(안보리는) 사치품에 대한 대북 수출을 금지하면서 각 회원국이 사치품을 규정해 목록을 만들도록 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China doesn’t implement the letter or the spirit of the resolutions.”

이어 중국은 결의 채택 당시 만들어진 안보리의 목록에 포함된 사치품만을 사치품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제재 결의의 문구는 물론 결의의 정신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VOA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과 중국 정부에 중국의 대북 주류 거래에 대한 입장을 문의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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