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북한 돈세탁에 활용된 믹서 업체의 러시아인 공동 창업자를 전격 제재했습니다. 법무부는 공동 창업자 2명을 기소하고 이중 1명을 체포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토네이도 캐시의 공동 창업자인 로만 세메노프를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한 혐의로 제재한다고 밝혔습니다.
토네이도 캐시는 2019년 설립된 이래 라자루스가 탈취한 수억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돈세탁하는 등 각종 사이버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업체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9년 라자루스 그룹을 제재했으며, 지난해 8월엔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습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러시아 국적자인 세메노프가 가상화폐 거래자의 익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토네이도 캐시를 설립한 인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세메노프가 미디어와 온라인 등을 통해 토네이도 캐시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은 물론 일부 토네이도 캐시 사용자들에게 거래 익명화를 위한 조언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토네이도 캐시가 라자루스 그룹이 훔친 가상화폐를 세탁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경고를 받은 후에도 토네이도 캐시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등 익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2002년 4월 세메노프는 재무부 특별지정제재 명단에 라자루스 그룹과 연계된 이더리움 가상화폐 자금이 토네이도 서비스를 통해 전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에 충분히 대처하지 않았다고 해외자산통제실은 밝혔습니다.
당시 이더리움 가상화폐는 북한이 암호화폐 전송 네트워크 ‘로닌’에 침입해 탈취한 6억2천만 달러 중 일부로 알려졌습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세메노프가 북한 정권을 위해 탈취된 가상화폐가 토네이도 캐시를 통해 세탁되고 있다는 증거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거나 경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다른 행위자들이 토네이도 캐시를 사용할 위험을 방지하거나 이를 완화하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토네이도 캐시 창업자들은 라자루스 그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위해 믹싱 서비스를 통해 수억 달러 상당의 탈취한 가상화폐를 세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믹싱 서비스를 계속 개발하고 홍보했고, 불법적인 목적으로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아데예모 부장관] “Even after they knew the Lazarus Group was laundering hundreds of millions of dollars’ worth of stolen virtual currency through their mixing service for the benefit of the Kim regime, Tornado Cash’s founders continued to develop and promote the service and did not take meaningful steps to reduce its use for illicit purposes. Today’s actions by IRS Criminal Investigators and OFAC demonstrate Treasury’s commitment to continue going after those who recklessly operate and support dangerous virtual currency mixing services that threaten our national security.”
이어 “(수사를 담당한) 미 국세청 범죄수사부서와 해외자산통제실의 오늘 조치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가상화폐 믹싱 서비스를 무모하게 운영하고 지원하는 자들을 계속 추적하겠다는 재무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도 이날 매튜 밀러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재무부의 제재 조치는 “미국의 범정부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성명] “Today, in a whole-of-government effort, the United States is taking actions against two of the three co-founders of the sanctioned virtual currency mixer Tornado Cash for their roles facilitating the laundering of cryptocurrency stolen by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Pyongyang’s aggressive cyber theft campaign plays a key role in generating funds for the DPRK’s unlawful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Today’s actions demonstrate the United States’ commitment to protecting the integrity of our financial system, including the virtual currency ecosystem, and to disrupting the ability of the DPRK to raise funds through illicit activity.”
이어 “북한의 공격적인 사이버 절도 행위는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을 충당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조치는 암호화폐 생태계를 포함한 우리의 금융 시스템의 무결성을 보호하고 불법 활동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북한의 능력을 방해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날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과 별도로 법무부는 세메노프와 또 다른 토네이도 캐시 공동 창업자 로만 스톰에 대한 기소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세메노프와 스톰은 자금세탁과 제재 위반 공모, 무허가 송금 사업 운영 혐의 등으로 뉴욕남부 연방법원에 기소됐으며 23일 기소장이 공개됐습니다.
기소장은 구체적으로 이들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세탁 거래를 촉진하고, 미국의 제재 대상인 라자루스 그룹이 수억 달러를 세탁한 토네이도 캐시를 설립, 운영, 홍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주에 거주하던 스톰은 이날 미 수사당국에 체포돼 워싱턴 서부 연방법원에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3번째 공동 창업자인 알렉세이 퍼체프는 2022년 8월 네덜란드에서 돈세탁 혐의로 체포돼 현재 구금된 상태입니다.
스톰과 세메노프에게는 각각 자금세탁 공모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돼 최대 20년 형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기소는 가상화폐 믹서를 포함해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고 신원을 숨기려 가상화폐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경고가 될 것”이라며 “그들의 계획이 얼마나 정교한지 혹은 익명화를 얼마나 했는지에 관계없이 법무부는 그들을 찾아내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갈랜드 법무장관] “These charges should serve as yet another warning to those who think they can turn to cryptocurrency to conceal their crimes and hide their identities, including cryptocurrency mixers: it does not matter how sophisticated your scheme is or how many attempts you have made to anonymize yourself, the Justice Department will find you and hold you accountable for your crimes.”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