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인파가 붉은 물결을 이룬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오는 9일 열병식을 앞두고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던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길게 늘어선 붉은 띠가 포착된 것은 지난달 31일입니다.
VOA가 이 일대를 촬영한 민간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연단 앞 광장과 대동강 쪽 광장의 북쪽 지대 거의 대부분에 인파가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이는 붉은 색 물결이 포착됐습니다.
붉은색 띠는 동쪽 연단 앞 광장의 북쪽 면의 3분이 2 가량을 채우고 중앙 광장의 북쪽 면 전체를 뒤덮은 모습입니다.
또한 나머지 광장 곳곳에서도 소수의 인파로 추정되는 붉은 점들이 희미하게 나타났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9일 위성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붉은 빛을 띤 대형 띠와 점들이 광장 북쪽 면 전체를 뒤덮은 것으로 미뤄볼 때 빨간색 수술과 꽃 등으로 열병식의 붉은 물결을 연출하기 위해 주민들을 동원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이 오는 9일 정권 수립 75주년 열병식을 열흘 정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됩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정권 수립 기념일인 이른바 9.9절에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해왔으며, 광장 전체를 붉은 물결의 인파로 뒤덮은 채 인공기나 ‘김정은’ 등의 글자를 표현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과 지난해에도 열병식을 열흘 정도 앞두고 본격적인 예행 연습을 시작하면서 광장 일대에 붉은 형태의 인파가 서서히 나타나는 동일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대규모 인파를 동원한 열병식 준비를 시작했음을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북한의 열병식 훈련장의 동향과도 일치합니다.
앞서 VOA는 지난달 초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의 열병식 훈련장에 공터를 가득 매운 차량 수백 대가 집결한 모습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차량이 발견된 공터는 북한이 열병식을 한달 여쯤 앞두고 차량을 주차하던 곳으로, 이곳에 차량이 들어섰다는 것은 열병식 훈련이 시작된다는 의미로 해석됐었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가 지난 9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하면서, 정권 수립 75주년인 9월 9일 ‘민간무력 열병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열병식을 한다면 이는 지난 7월 27일 전승절 이후 불과 40여일 만입니다.
또 이번 열병식은 올해 들어 3번째인데, 1년에 열병식이 3차례나 개최되는 것도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은 지난 2월 8일에도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을 진행했었습니다.
다만 앞선 2차례와 달리 이번엔 북한이 민간무력 열병식을 개최하겠다고 한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주요 무기가 등장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21년 9월 9일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 등 비정규군 중심으로 열병식을 진행하면서 전략무기 대신 일부 재래식 무기만을 선보였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