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에 추가 파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건설 담당 부총리가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러 모두 제재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행단에는 오수용 경제부장과 함께 북한 건설 담당 책임자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사진, 그리고 한국 통일부와 일본 정부가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건설 담당인 박훈 내각부총리가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취재진에게 “박훈 내각부총리는 건설을 담당하고 있어 노동자 송출 논의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북한 노동자 송출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어기고 노동자를 추가로 파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들도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로버트 조셉 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은 12일 VOA에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의 추가 러시아행도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배경을 볼 때 북한 노동자 추가 파견은 “김정은이 원하는 것보다는 러시아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셉 전 차관] “I think it is clearly possible. It depends on what Russia wants, I think, more than what Kim wants. These individuals who go abroad in near slave conditions. Provide funding to the regime that it uses for its nuclear program and for its other weapons program, as well as for the internal repression of its people.”
조셉 전 차관은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거의 노예 상태에서 일한다며 이들이 제공하는 자금은 북한 정권이 핵 프로그램과 다른 무기 프로그램은 물론 자국민을 탄압하는 데 사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 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도 노동자 관련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북러 정상이 노동자 규모를 늘리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내 북한 노동자 파견과 관련해선 사실상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작동하지 않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자 파견을 억제할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녹취: 루지에로 국장] “I don't see why he would hold himself back in any way. I mean there's really no restriction. The Security Council doesn't really operate anymore in this regard because China and Russia have effectively blocked any of these activities. I mean, they don't care about warnings.”
루지에로 국장은 북한 노동자 파견에 대한 어떤 제한도 없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효과적으로 막고 있어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모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하지 말라는 경고에 신경 쓰지 않으며 국경을 접한 두 나라의 이런 위반 행위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단도 사실상 없다는 게 한계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백악관의 경고를 계속 무시하는 만큼 이런 노동자 파견과 연계된 기업들을 적극 찾아내 더 촘촘하게 제재를 가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사도 노동자 증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모두 추가 제재에 대해 두려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추가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힘들 것이며, 설령 추가 제재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중러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차마 말하긴 싫지만 이는 거의 ‘희극’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They have No Fear of further sanctions and indeed, if there are further resolutions, even if they should pass, which they won't because of Russia and China, they're not going to comply with it. So it's, I hate to say it, but it's almost a farce.”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와 조셉 전 차관은 북한 정권의 이러한 불법 행위가 인권 탄압과 직결된 만큼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인권 우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해외 북한 노동자 실태와 인권 침해 문제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던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렘코 브뢰커 교수는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북한 노동자의 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뢰커 교수] “I assume that the Kim-Putin meeting will increase the number of North Korean workers in Russia (and in the Ukraine territory occupied by Russia). There have of course been talks to send 50,000 NK workers to these territories in the beginning of the year and I find it hard to image that this subject would not be on the table now. The inclusion of the North Korean vice-minister responsible for reconstruction in the delegation visiting Russia certainly points this way.”
브뢰커 교수는 “올해 초 5만 명의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 점령 지역에 보내는 논의가 있었고 이것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수행단에 박훈 건설 담당 부총리가 포함된 것은 확실히 그런 방향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뢰커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 지역에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된다면 중국 내 상황처럼 이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 인권 침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