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의 우주비행사를 훈련시켜 우주로 보낼 수 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13일 밝혔습니다.
또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회담이 다음달 북한에서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직후 취재진에게 "우리는 북한 측이 원한다면 북한의 우주비행사를 훈련시켜 우주로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월에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러시아와 북한 외교장관들의 만남이 곧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러시아와 북한은 오랫동안 개최되지 않았던 정부 간 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답방설에 관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에 관해 논의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모든 분야의 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북한군 파병설 부인
페스코프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어려운 상황은 물론, 세계와 역내 정세에 대해 자세히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날(13일) 정상회담 대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이에 관해 "김 위원장이 설명을 했고, 푸틴 대통령이 매우 흥미로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김 위원장은 우리 의학과 교육, 인도주의 협력과 관련된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회담에서 핵전쟁 위험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 북한군 배치 가능성과 관련한 일부 외신 보도에 관해서는 "양국 정상은 그것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 발전에 관한 것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양국 관계 현황에 관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국경 봉쇄로 러-북 관계 발전 속도가 상당히 지연됐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한이 점차 해제되고 있으며 우리 협력은 모든 분야에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크다"면서 "김 위원장이 이 곳에 왔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양국 관계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로씨야 1'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생산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 푸틴, 북한 위성 개발 지원 "여기 온 이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13일) 3시간 30분 가량의 정상회담 일정을 통해 양국의 동맹관계를 강조하며 우주·항공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을 시사했습니다.
이날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된 회담 모두 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를 (김 위원장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우리는 경제협력과 인도주의적 지원 등에 대한 질문들에 관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고 현지 매체 취재진이 질문하자 "그게 바로 우리가 여기(우주기지에) 온 이유"라고 답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서 "그(김 위원장)는 로켓 공학에 큰 관심을 갖고, 우주개발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발사 시도에 관한 이야기로 풀이됩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두 차례 정찰 위성 발사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 김정은 "안보주권 보호 만족스런 공감대"
김 위원장은 이날(13일)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전략·전술적 협력관계를 논의했다고 만찬장에서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동지와 조선반도(한반도)와 유럽의 정치군사 정세에 대해서 심도있게 토의"했다면서 "전략전술적 협동과 지지 연대를 가일층 강화해 나갈 데 대하여 만족한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위원장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는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반제(반제국주의) 자주 전선"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시종일관 러시아 정부, 그리고 당신(푸틴 대통령)께서 취하시는 모든 조치에 전적인,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해왔고 앞으로도 반제 자주 전선에서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은 "패권을 주장하고 도피주의적 환상을 조장하는 악의 집합체를 징벌하고 안정적인 발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러시아 군대와 인민은 반드시 위대한 승리를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 우주 기지 주요 시설 함께 돌아봐
이날(13일) 두 정상은 우주기지를 함께 걸으며 로켓 발사시설 등을 둘러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러시아가 개발한 최신 로켓 '안가라' 조립·시험동과 소유스-2 우주로켓 발사 시설, 안가라 발사 단지 건설현장을 살펴봤습니다.
이 자리에서 유리 트루트녜프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등이 안가라·소유스-2의 성능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주의 깊게 설명을 들으며 질문하는 등 러시아 로켓 기술에 관심을 표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만찬 건배 제의로 "존경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과 위대한 러시아의 새로운 승리, 조-러(북-러) 우호의 지속적인 발전과 이곳에 참석한 모든 시민의 건강을 위해 잔을 들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만찬 건배 제의로 "양국의 우정과 우호적인 관계의 강화를 위하여"라고 발언했습니다.
정상회담에 관해서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진 만남"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 무기-위성기술 등 거래 여부 주목
이날(13일) 두 정상의 만남 결과물에 관해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은 중요하고 실질적인 부분을 다뤘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항공과 운송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에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측은 합의문 서명이나 공동 성명 등 없이 회담을 마쳐서, 협의 사항 이행 구속력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 군 수뇌부와 군사과업 책임자를 대거 데려갔습니다.
정찰위성 개발을 책임지는 박태성 당 과학교육비서(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과 핵잠수함 개발을 맡은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을 앞세워 러시아로부터 우주항공기술과 핵추진잠수함 등의 기술 이전을 원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기술 정보를 흡수해 핵·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각종 탄약과 포탄·소총 등 재래식 무기를 대거 공급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공급 분량으로 무기고를 채우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무기를 대량 사용한 상황에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됩니다.
또 이 경우 이미 1년 6개월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층 장기화할 우려가 더욱 커집니다.
김 위원장의 수행단에는 조춘룡 군수공업부 부장도 포함됐는데, 재래식 포탄 생산을 책임지는 핵심 담당자입니다.
이에따라 122mm, 152mm 포탄과 박격포탄 등이 러시아에 전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122mm와 152mm 자주포, 122mm 다연장로켓을 사용하고 있고, 북한은 다량의 탄약을 비축해 놓고 있습니다.
이같은 양측의 거래가 실행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가 됩니다.
■ 식량-노동력 교환 가능성도
만일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노동력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 제재 속에서도 값싼 노동력을 확보해 극동 개발 등에 나서는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수년에 걸쳐 주요 협정을 맺었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전력분야간 정부 협정, 2016년 12월 불법 입국 및 체류자 상호 송환, 2018년 3월 경제협력위 교통·교육·과학 분야 협정, 같은해 10월 경제협력위 임업 분야 협정, 2019년 3월 관광분야 협조 양해각서, 그리고 지난해 8월 비행안전성 제고 관련 협정 등입니다.
■ 지속적인 북한-러시아 협력
당초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10일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보당국에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자 북-러 양국은 회담 장소를 비밀에 부쳤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정한 사실도 회담 당일에 공개했습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임대 사용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건설한 장소입니다.
2016년 위성을 발사하는 등 ‘우주 강국’ 러시아의 최첨단시설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 관심사에 맞았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13일) 우주기지 방명록에 "첫 우주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김 위원장은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러시아 흑해함대 주둔지 미사일 공격
우크라이나가 13일 크름반도(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조선소를 미사일로 공격해 최소 24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러시아 측 인사인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오늘 새벽 세바스토폴에 미사일을 쐈으나 방공 시스템으로 차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비민간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초기 정보에 따르면 총 24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4명이 중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세바스토폴에서 발생한 화재 영상과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이지만,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불법 병합한 곳입니다. 요충지인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관련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 18일 중-러 외교장관 회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오는 18일 모스크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외무부가 13일 밝혔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이 전하고 "양국 장관이 최고위급·고위급 접촉을 포함한 광범위한 양자 협력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고위급 접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12일)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시 주석을 '친구'로 지칭하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도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오는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 왕 중국 외교부장의 다음주 러시아 방문은 다음 달로 예상되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 조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밖에 두 나라 외교 수장이 국제무대에서 협력 강화, 국제 조직에서 공조,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 동북아 지역의 안보 보장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