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세계 각국의 언론은 북러 정상회담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는데, ‘왕따’, ‘두 독재자’가 만났다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김진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자 보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극동 지역의 우주 시설에서 만나 군사 및 기타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하면서 이 정상회담은 서로에게 절실히 필요한 순간에 이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위해 더 많은 군수품이 필요하고 김정은은 고립된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식량, 연료, 현금뿐만 아니라 정권을 지키기 위한 첨단 군사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회담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서방에서 ‘왕따’(outcasts)로 간주되는 두 지도자는 서로를 끝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푸틴과 김정은이 정상회담에서 급성장하는 우정을 과시하며 서방을 불안하게 하는 파트너십을 보여주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독재자가 경제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고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겨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상회담이 열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벨라루스 지도자의 방문을 포함해 전에도 주요 외교 일정에 사용한 적이 있으며 지난달에는 이곳에서 달 착륙 발사가 실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타임스는 회담 장소에 대해 무인 우주선을 궤도로 발사하는 우주 기지로 푸틴 대통령의 숙원 사업 중 하나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최근 몇 달 동안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다 두 차례나 실패하는 부끄러운 일을 겪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 힐은 두 정상이 러시아의 중요한 발사대에서 만났다는 사실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위성 개발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전했습니다.
CNN은 푸틴이 북한 군수품의 대가로 제재를 위반하고 위성 발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에 특히 도발적이라는 리이프 에릭 이슬리(Leif-Eric Easley) 한국 이화여대 교수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LA타임스는 한국전쟁 당시 소련이 북한의 남한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를 제공하고 그 후 수십 년 동안 소련이 북한을 후원했는데, 역할이 뒤바뀌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김 위원장이 해외 순방 중에도 북한의 군사 활동을 면밀히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발사를 지시했을 수 있다는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FOX 뉴스는 러시아가 무기 재고를 채우기 위해 손을 잡은 해악 행위자는 북한이 처음이 아니라고 보도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란으로부터 미사일과 폭발성 드론을 구입한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BBC는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이 브로맨스는 아니라며 공동의 적이 있는 2023년 지정학적 현실에서 이뤄진 결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둘의 공통점으로는 나라 밖으로 잘 나가지 않고, “불량국가”라는 비난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으며 “미국의 패권에 반대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개발이 덜 된 국가에 속하는 북한에서 무기를 구한다면 러시아의 굴욕이라며 강대국은 동맹이나 군수물자를 위해 북한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 러시아 외무장관 안드레이 코지레프의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북한이 소련의 설계에 기반한 낡은 포병 장비와 로켓을 대량으로 비축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은 북한에 국가 금고를 보충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가 첨단 기술 수출 금지와 러시아 개인 및 은행에 대한 자산 동결을 포함하는 제재를 받고 있으며, 미한일 3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NHK는 회담 이모저모를 시간대별로 상세히 전하며 우주기지 시찰 도중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전용차 뒷자리에 함께 탑승해 이동한 내용과 왕게 교자와 민물고기 수프, 철갑상어 요리 등 만찬 메뉴까지 공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는 말이 있다며 전통적 우방인 북한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김 위원장이 전폭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평양은 항상 반제국주의 전선에서 모스크바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김진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