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미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당국자들이 잇따라 주장했습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13일 현지 매체 '뉴보이스오브우크라이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한 달 반 전쯤부터 122mm·152mm 포탄과 그라트(Grad) 다연장로켓포대를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7월 25~2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제7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시기와 맞물립니다.
쇼이구 장관은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회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무장장비전시회장에 가서 직접 자국산 무기들을 소개했습니다.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쇼이구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방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북한, 무기 대량 제조 능력 갖춰"
부다노우 국장은 13일 인터뷰에서 "한 달 반 전에 (대러시아 탄약 제공) 합의가 이뤄졌고 북한으로부터 수송이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우크라이나)에겐 불행하게도 북한은 주요 무기 생산국"이라면서 "대량 제조 능력을 갖췄고, 이는 러시아가 따라갈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도움으로 러시아군의 포탄 부족 현상이 나아지면서 전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북-러 통신 감청해 정보 확보"
안드리 유소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대변인은 같은날(13일)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같은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아울러 "(북-러 통신에 대한) 감청으로 이런 정보를 확보해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소우 대변인은 러시아가 주로 포탄과 다연장로켓포대를 북한에 요청하고 있다면서 "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의 이런 협력에 적절히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의 포탄 생산량은 연간 200만 발에 달하지만, 러시아군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1년동안에만 1천만~1천100만 발을 소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공급 분량으로 무기고를 채우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무기를 대량 사용한 상황에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됩니다.
■ 김정은-푸틴 회담 직후 반응
우크라이나 측의 이같은 주장은 이날(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회담한 직후 나왔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사용할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위성과 잠수함 등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거래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양측의 거래가 확인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가 됩니다.
또 이 경우 이미 1년 6개월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층 장기화할 우려가 더욱 커집니다.
■ "제재 틀 안에서 군사협력 가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에 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와 같은 국제규정 틀 내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13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국영 '로씨야 1' 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군사기술 협력 문제가 논의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러시아도 승인한 안보리 대북 제재를 염두에 둔 듯 "일정한 제한이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 모든 제한을 준수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서 "하지만 우리가 협의할 수 있는 것들은 있으며, 이에 관해 논의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 분야에서도 전망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현재의 규정(안보리 대북제재) 틀 내에서도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 가능성은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이에 관해 우리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을 위해 마련된 일정들이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방러 결과를 결산하기는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군용·민수용 항공기 생산 공장을 방문하고, 태평양함대 전력을 시찰하며, 교육·연구 기관도 방문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이 수락했다고 이날 보도했습니다.
■ 미국 "면밀히 주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13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에 따른 진전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양측의 입장을 지켜볼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공개적인 약속을 이행할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이전 받아서는 안된다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이날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