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인권 침해를 어떻게 조장하는지 분석한 보고서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중러가 북한인들을 노예노동과 인신매매로 내몰고 개선 노력을 방해한다며 미국이 정책적으로 이런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부시센터 산하 부시연구소가 14일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인권 조장 실태를 분석한 공동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인권 유린을 조장하는 방법(How China and Russia facilitate North Korea's human rights abuse)’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중러가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부추기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제재 회피를 돕고 무역을 지속해 노예노동을 부추기는 문제, 탈북민들에 대한 인신매매 방조와 강제송환, 나아가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려는 유엔 내 노력을 차단하려는 시도 등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우선 무역과 관련해선 “북한이 석탄, 철광석, 구리와 같은 원자재를 수출해 경화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며 외부에서 사치품을 구입해 엘리트층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지속적인 무역은 의미심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Ongoing trade is significant because North Korea relies on exports of commodities like coal, iron ore, and copper for hard currency, which it then uses to finance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and keep its elites happy through purchasing luxury goods from the outside world. In addition to keeping the regime alive, North Korea’s trade activities are directly linked to human rights violations insofar as the entire production chain for exported goods is tainted by forced labor.”
보고서는 “북한의 무역 활동은 정권을 유지하는 것 외에도 수출품의 전체 생산망이 강제 노동으로 얼룩져 있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와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를 어기고 북한 노동자를 수용해 “초국가적 탄압과 노예노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과거 해외 북한 노동자 10만여 명을 통해 연간 2~5억 달러의 수익을 챙겼다는 국무부 보고서를 인용하며 북한 정권의 임금 착취도 중러가 방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노동자 임금의 최대 90%를 몰수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한 달에 100~200달러 정도만 집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Up to 90% of their salaries are confiscated by the North Korean regime, with the workers estimated to take home only around $100 to $200 per month. To evade detection, Russia and China are suspected to be issuing the workers visas that are not affected by UNSCR 2397, such as student and tourist visas.”
또한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학생, 관광 비자 등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비자를 노동자들에게 발급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점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탈출한 탈북민 증언을 인용해 중국에 파견한 정보기술 IT 인력이 2천 명에 달하며 이들은 매달 개인당 평균 3천 달러, 많게는 1만 달러를 번다면서, 그러나 수입의 대부분은 북한 정권이 가져간다고 밝혔습니다.
탈북민 강제북송도 중러의 대표적인 인권유린 조장 사례로 지적됐습니다.
특히 유엔난민협약과 의정서를 대놓고 무시하는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고위 탈북민 등을 체포해 북한에 넘긴다며, 과거 VOA가 단독 보도했던 최금철 소좌 체포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중러가 유엔에서 북한 인권의 진전을 막기 위한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다양한 유엔 기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하는 데 공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 “But more recently, China’s and Russia’s complicity in protecting North Korea from criticisms of its human rights abuses has grown through their burgeoning influence in various U.N. bodies. For instance, Beijing and Moscow dominate the U.N.’s Committee on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which is a standing committee of the Economic and Social Council (ECOSOC) that is responsible for granting consultative status with ECOSOC t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NGOs).”
그러면서 대표적인 예로 중러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비정부기구(NGO)에 협의 지위를 부여하는 상임위인 ‘비정부기구 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 협의 지위를 받으려는 북한인권 관련 비정부기구의 시도를 막은 사례가 있으며 다른 유엔 기구들에서도 북한인권 관련 일정과 행사 계획을 방해해 개선 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러는 앞서 유엔 안보리에서도 북한인권 논의 차단을 여러 차례 시도했었습니다.
두 나라는 유엔 안보리의 주요 책임은 인권 문제 해결이 아닌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라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그러나 지난 8월 기자회견을 통해 “인권은 평화와 안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안보리에 속한 문제”라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Look, human rights belong in the Security Council because human rights are about peace and security. And places where human rights are being violated, we see situations of peace and security being destabilized. So we strongly support human rights being on the council's agenda and disagree with our colleagues who suggest otherwise.”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인권이 침해되는 곳에서는 평화와 안보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인권을 안보리 의제로 채택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하고, 이에 반대하는 다른 나라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CSIS와 부시연구소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응 노력으로 미국 정부에 “인권을 명확한 대북정책에 통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보고서] “Integrate human rights into a clarified North Korea policy. Consistent with its stated aim of prioritizing democracy and human rights in its foreign policy agenda, the Biden Administration must ensure that the promotion of North Korean human rights features prominently within this general North Korea policy… Step up enforcement of the 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 (CAATSA).”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 정책 의제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우선시한다는 목표에 따라 “북한 인권 증진이 일반적인 대북 정책에서 두드러지게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이에 대한 실행 방안 중 하나로 북한 노동력이 동원된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 ‘제재를 통한 적성국 대응법(CAATSA)’의 이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내 북한 노동력이 어디에 고용돼 있으며 북한산 제품이 실제로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하는 ‘생산망 매핑’ 작업에 자원을 투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과 연계해 북한의 강제노동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강제노동을 좌시하는 중러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유엔을 비롯해 같은 생각을 가진 국제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아시아 전역에서 탈북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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