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과 이란이 18일 수감자를 맞교환했습니다. 석방된 미국인 5명은 이날 이란을 떠나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외교 안보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주말 제3국 몰타에서 전격 회동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주민 유입을 막기 위해 강경한 조처를 도입한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 수감자 맞교환이 이뤄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성명을 내고 “오늘, 이란에 수감돼 있던 무고한 미국인 5명이 마침내 집으로 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미국인은 성명이 나온 직후 비행기를 타고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습니다. 별도로 이란 TV도 미국에 구금됐던 이란인 5명이 석방됐고 이들 가운데 2명이 수도 테헤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외 나머지 3명은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두 나라가 수감자를 교환하기로 합의하면서 또 하나 중요한 합의 사항이 있었죠?
기자) 네.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 약 60억 달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감자 교환의 사실상 전제 조건이었는데요.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돈이 카타르로 송금됐다고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일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 한국이 끼어 있는 다소 복잡한 문제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에 동결돼 있던 약 60억 달러가 한국 정부가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사들이고 결제해야 할 대금이었는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 은행 2곳에 개설했던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가 동결되면서 약 3년간 묶여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미국 정부가 관련 제재를 해제한 거군요?
기자) 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9월 첫 주에 미 의회에 이란에 억류돼 있는 미국 시민 5명의 석방을 위해,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금 해제 조처를 취했다고 통보한 게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의회에 보낸 문서에서 미국에 수감돼 있는 이란인 5명도 같은 이유로 석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이란인들을 석방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공식적으로 확인한 거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수감자 맞교환 합의와 한국 내 동결자금 해제 소식은 이란 외무부 발표를 통해 먼저 알려졌습니다. 사실 미국과 이란 간 수감자 교환설은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불거졌는데요. 당시에는 미국 정부가 이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이란에 수감돼 있던 미국인들이 석방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수감자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 내에서는 이란과의 이번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고 하죠?
기자) 네. 정치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해당 자금이 이란 군사비로 전용될 것이라며 적국과 영합하는 조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란이 앞으로도 서방인을 인질로 삼고 흥정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제재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 국민과 또 수감자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긍정적 조처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비판에 대해 조 바이든 정부는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자금은 식량과 의약품, 의료 기구 구입 등 오직 인도주의적 목적에 의해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란이 지정된 목적을 위해서만 해당 자금을 인출하는지 감시하고 감독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블링컨 장관은 이번 합의와 대이란 제재는 별개라는 입장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제재를 계속해 나갈 것이며,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는 이란의 활동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풀려난 미국인들 신원은 공개됐습니까?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이란이 석방한 미국인 5명 가운데 3명의 신원은 공개했고요. 나머지 2명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신원이 공개된 사람들은 시아막 나마자, 에마드 샤르기, 모라드 타흐바즈 씨 등 3명으로, 이들은 최근까지 이란 내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석방한 이란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기자) 미국 정부는 이들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지난주 이란 인터넷 매체가 먼저, 5명의 신원을 공개했습니다. 카베 아프라시아비, 메흐르다드 안사리, 아민 하산자데, 레자 카프라니, 캄비즈 카샤니 등 5명인데요. 이들은 모두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거나 불법적으로 이란을 도운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들이 주말에 전격 회동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6일과 17일 이틀간 지중해 몰타에서 전격 회동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면 접촉은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 회동 이후 처음입니다.
진행자)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 내용 살펴보죠. 먼저 미국 쪽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기자) 네. 백악관은 17일, 이번 회담은 개방적인 소통 채널과 책임감 있게 양국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의 양자회담을 갖고, 두 나라가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는데요. 이번 회담은 그 일환으로서, 양측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시간을 가졌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의제도 밝혔습니까?
기자) 네. 백악관은 양측이 양국 관계의 주요 쟁점과 세계∙역내 안보 현안,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안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는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주목했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아울러 양측은 이런 전략적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향후 몇 달 내 양국이 주요 분야에서 고위급 접촉과 협의를 추가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 쪽 발표도 들어보죠.
기자) 네. 중국 외교부도 회담 사실을 알리면서, “양국이 중∙미관계 안정과 개선에 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소통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중국 외교부는 “왕이 위원이 타이완 문제는 양국 간에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으로, 미국은 중미 3개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분명히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해, 미국의 발표와는 다소 다른 결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또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고위급 교류를 계속 유지하고, 아시아∙태평양 문제와 해양 문제, 외교 정책에 관해 양자 협의를 갖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양국 군사 당국 간 소통 채널 재개는 이번에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하면서 두 나라가 군사 소통을 중단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8월,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당시 의장이 타이완을 찾았죠. 미국 현직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한 건 25년 만의 일로, 당시 타이완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중국은 항의성 조처로 미국에 군사, 마약, 불법이민자 송환 등 8개 분야에서 대화 중단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다 지난해 발리 정상회담을 계기로 꼬여 있던 실타래가 풀린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에 이른바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이 터지면서 양국 관계는 또 다시 급속히 냉각됐는데요.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도 전격 취소됐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빈에서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위원 만남을 시작으로,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중국을 찾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양국 정상의 만남은 아직까지 없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초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인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진행될 수도 있을 거라는 예측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시 주석이 불참하면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부장이 이번 회담에서, 차기 정상회담에 관해 논의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의 G20 불참에 실망을 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두 주요국으로서, 미국과 중국 지도자가 직접 만나 소통하고 조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시 주석 불참에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왕이 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했다는 소식도 들리는군요?
기자) 네. 왕이 부장이 설리번 보좌관을 만난 데 이어 18일, 이번에는 러시아로 향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바로 다음 날이기도 한데요.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이 부장이 18일부터 21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리는 ‘18차 중-러 전략안보협의’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왕이 부장의 러시아 방문은 주요 전략 안보 이익에 관한 심도 있는 회담을 하기 위한 일상적인 방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몰려드는 이주민들을 막기 위해서 새로운 조처를 도입했군요?
기자) 네. 이탈리아 내각이 18일 이주민 유입을 막기 위해 더 강화된 조처를 승인했습니다. 새 조처는 추방할 이주민을 최장 18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이주민들이 추방될 때까지 머무를 수용소를 늘리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이탈리아가 지중해를 건너 몰려드는 이주민들로 몸살을 앓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주민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13만 명이 이탈리아에 도착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거의 2배입니다. 특히 이주민들이 많이 도착하는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섬에는 지난주에만 약 1만 명이 들어왔습니다. 이들 이주민은 아프리카의 기니나 아이보리코스트, 튀니지, 이집트, 부르키나파소, 그리고 아시아의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에서 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일요일 람페두사섬을 찾았군요?
기자) 네. 멜로니 총리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함께 17일 람페두사섬을 방문했습니다. 멜로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옳은 접근법은 도착한 이주민을 EU 안에 분산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유럽을 향해 떠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람페두사에서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이탈리아가 안고 있는 부담을 덜기 위한 10개 항으로 된 ‘행동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에는 ‘유럽국경·해양경비청(FRONTEX: 프론텍스)’을 동원해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이주민들을 확인하고 망명 신청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추방하도록 하는 항목 등이 들어갔습니다. 또 이주민들 본국과 이들이 경유하는 나라들과 반밀항 작전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밀항선이 출발하는 것을 막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이탈리아로 가려는 이주민들은 태운 밀항선이 출발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를 위해 EU는 이주민들이 많이 출발하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튀니지와 지난 7월에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 협정에 따라 EU는 튀니지 국경 관리를 더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훈련, 그리고 기술 지원을 위한 기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예를 들어 EU는 튀니지 당국에 속한 선박 17척의 개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진행자) 기금을 제공할 테니 이주민들이 이탈리아로 가는 것을 막아달라고 튀니지 정부에 요청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이와 관련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17일 람페두사에서 “튀니지 해양경비대에 대한 장비 공급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EU는 리비아와도 비슷한 협정을 맺은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몇 년 전에 비슷한 내용의 협정이 체결됐습니다. 그런데 인권 단체들은 리비아 해양경비대가 이주민들을 잡은 뒤에 보내는 수용소에서 인권 침해가 만연하다면서 이 협정을 비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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