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계속 가동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추가 활동을 하고 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개했습니다. IAEA 전 사무차장은 북한의 이 같은 활동이 핵무기 소형화를 지원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년간 영변 5MW(e) 원자로와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의 가동과 일치하는 징후들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달 말 열리는 IAEA 총회에 제출한 ‘북한 안전조치 적용’ 보고서에서 “보고 기간 동안 냉각수 배출을 포함한 5MW(e) 실험용 원전의 가동 징후가 계속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IAEA 보고서] “During the reporting period, indications of the operation of the 5MW(e) Experimental Nuclear Power Plant, including the discharge of cooling water, continued to be observed.”
또 이 기간 영변의 원심분리기 농축 시설과 새 별관에서 우라늄 농축 징후도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경수로 주변의 활동이 활발해졌다며 “2022년 10월에 남쪽 냉각수 배출구를 위한 새로운 수로가 굴착됐으며, 지난해보다 더 자주, 더 오랜 기간 동안 경수로 냉각장치 시험 징후가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고 기간 동안 경수로 인근에 세 개의 건물이 새로 지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IAEA가 경수로의 가동 징후를 포착하지는 못했으며, 현재 가용한 정보로는 원자로가 언제 가동될 수 있는지 추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RCL) 가동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IAEA 보고서] “The steam plant that serves the Radiochemical Laboratory was observed by the Agency to have operated from late-April to late-September 2022, although only intermittently. From late-June 2023 to the end of the reporting period the steam plant was again observed to be operating intermittently. The observed operation of the steam plant is consistent with waste treatment or maintenance activity at the Radiochemical Laboratory.”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사화학실험실에 증기를 공급하는 발전소가 2022년 4말부터 9월말, 2023년 6월 말부터 최근까지 간헐적으로 가동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증기 공급 발전소의 가동은 방사화학 실험실의 폐기물 처리 또는 유지보수 활동과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핵 연료 제조 활동… 새 건물 건축 중”
그로시 사무총장은 영변의 우라늄 농축 공장 가동 징후와 영변 핵시설 내 건설 활동도 소개했습니다.
[IAEA 보고서] “During December 2022, steam emissions were observed by the Agency from the UO2 Production Process Building, indicating that conversion activities were taking place therein… As previously reported, work commenced in July 2022 on a major renovation of the derelict UF4 Production Process Building and continued throughout the reporting period. There are indications that some of the process equipment removed from the UO2 Production Process Building has been transferred to the UF4 Production Process Building.”
그로시 사무총장은 “2022년 12월에 산화우라늄(UO2) 생산 건물에서 증기 배출이 관찰됐으며, 이는 해당 건물에서 변환 활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 7월에 폐기된 사불화 우라늄(UF4) 생산 건물을 대대적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시작돼 일년 내내 계속됐다”며 “산화우라늄(UO2) 생산 건물에서 철거된 장비 중 일부가 사불화 우라늄(UF4) 생산 건물로 이전된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핵연료봉 제조공장 남동쪽 건물들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포착했으며, 이 건물들은 핵연료 변환과 제조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핵연료봉 제조공장 남쪽 단지에서 4개의 새로운 건물이 건설되는 것을 관찰했지만 그 목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강선 단지와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도 활동 징후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추가활동 관찰”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3번 갱도의 굴착 작업이 지난해 5월 완료된 이후에 추가 활동이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IAEA 보고서] “By May 2022, excavation work at Adit 3 was possibly completed. Further activities were observed at Adit 3 during the current reporting period, including the delivery of lumber during March 2023.”
“2023년 3월 목재 반입을 포함해 지난 1년 사이 3번 갱도에서 추가 활동이 관찰됐다”는 것입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 핵 활동은 계속해서 심각한 우려 사안”이라며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의 지속적인 보수와 원심분리기 농축 시설 확장, 5MW(e) 원자로와 기타 시설의 계속되는 가동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제 67차 IAEA 정기총회는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정기총회에 제출한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지속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례 보고서] “In 2022, no verification activities were implemented in the field, but the Agency continued to monitor developments in the nuclear programme of the DPRK and to evaluate all safeguards relevant information available to it. The Agency did not have access to the Yongbyon site or to other locations in the DPRK. Without such access, the Agency cannot confirm the operational status or configuration/design features of the facilities or locations, or the nature and purpose of the activities conducted therein. The continuation of the DPRK’s nuclear programme, a clear violation of releva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is deeply regrettable.”
다만 IAEA가 영변 단지 등 북한의 관련 시설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설이나 위치의 운영 상태, 구성과 설계 특징, 또 그곳에서 이뤄지는 활동의 성격과 목적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지난해에도 북한에 대한 “현장 검증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영변 “핵물질 생산확대∙핵무기 소형화 지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출신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0일 VOA와 화상통화에서 이번 보고서가 영변 핵시설 생산활동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핵분열성 물질 재고를 크게 늘리고 핵무기 소형화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But now the reactor has operating for two years, which is quite long time. What could it mean? It could mean that they have reduced the power of reactor in production in order to produce better quality plutonium for nuclear weapons. Because when you have a shorter irradiation times, your plutonium is more favorable for weapons. And if you want to miniaturize, you want to reduce the size of plutonium in one weapon.”
하이노넨 연구원은 영변 5MW 원자로가 예전에는 약 1년 정도 연속적으로 가동됐는데 이번에는 2년 동안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더 좋은 품질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원자로의 출력을 줄였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방사선 조사 시간이 짧을수록 플루토늄 무기화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핵무기 소형화를 원한다면 하나의 핵무기에 들어가는 플루토늄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수로 냉각장치 시험 징후가 이번에도 관찰된데 대해서는 경수로를 곧 가동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학적 관점에서 볼 때 냉각장치 시험을 많이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경수로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5MW 원자로 가동에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보다 정교한 농축 우라늄을 써야 하는데 그 연료가 마련됐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또 북한이 평산 우라늄 광산을 계속 운영하면서 우라늄 양을 축적하고 있는 것은 영변 외에 다른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At least one more enrichment plant somewhere and perhaps a facility to convert yellow cake to uranium hexafluoride outside of Yongbyon. This is I think it's important to remember that the question of why they are producing extra uranium when we don't see facility in Yongbyon which can absorb that huge amount. Plus we don't see transportation from Pyongsan very much to Yongbyon also there must be another place.”
하이노넨 연구원은 “옐로 케이크(농축 우라늄)를 육불화 우라늄으로 전환하는 시설이 영변 이외에 하나 더 있을 수 있다”며 “영변에 그 엄청난 양을 흡수할 수 있는 시설이 보이지 않는데 왜 여분의 우려늄을 생산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 영변으로 수송도 많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 다른 장소가 있음에 틀림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한편 풍계리 핵 실험장 3번 갱도에서 추가 활동이 관찰된 것은 북한이 언제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외부 세계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AEA는 각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 IAEA 핵안전조치(세이프가드)를 이행하는 지 검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9년 북한의 일방적인 요구로 철수한 이후 북한 핵시설에 대한 현장 검증을 못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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